대통령실, 전황분석팀 우크라이나에 보낼 뜻 밝혀

 

 
 
15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 마을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현지 시장이 불타고 있다. 미콜라이우/AP 연합
 

대통령실이 30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활동 모니터링은 ‘정부의 의무’라며 전황분석팀을 현지에 보낼 뜻을 밝혔다. 앞서 지난 24일 김용현 장관이 국방부 훈령을 근거로 ‘개별 차원의 파병’은 국회 동의 없이 자신의 정책결정만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법률 전문가들은 이 훈령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국회 동의 없이 한 명이라도 우크라이나에 보낸다면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탄핵하겠다”고 경고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로서는 우크라이나라는 우방국에 (대한) 북한군 활동의 전황을 살피고, 분석하고, 모니터하는 의무가 주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통해서 현지에서 실전 경험을 쌓고, 현대적 전술을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우리도 방어적으로 정당하게 그들의 활동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북한군의) 활동과 전황을 모니터링하는 팀을 미리 만들어서 보낼 준비를 할 필요는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도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크라이나 참관단 파견과 북한군 포로 신문 참여에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이로 미뤄보면, 전황분석팀(참관단) 임무는 △북한군 무기체계와 전술과 우크라이나전쟁 교훈 분석 △북한군 포로 신문 참여 등이 꼽힌다. 이 경우에는 군의 무기체계 전문가, 군 정보 요원 등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국방부는 전황분석팀은 국회 동의 없이 보낼 수 있다고 본다. 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파병하더라도 규모·기간·임무를 고려해서 개별 차원의 파병은 국회 동의 없이 장관 승인 아래 할 수가 있다”고 답했다.

김 장관의 주장은 ‘국군의 해외파병업무 훈령’에 근거한 것이다. 이 훈령은 해외 파병을 ‘부대단위’와 ‘개인단위’로 나누고, 개인단위 해외파병은 국회 동의 없이 국방부 장관의 정책 결정에 따라 이뤄진다고 명시해 놨다. 이 훈령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8월 시행됐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훈령이 ‘파병을 할 때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강제’한 헌법 제60조 2항의 취지를 정면으로 무시한 위헌이라고 지적한다. 임지봉 서강대 법률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조항에 근거가 없는 일을 해도 위헌인데, 헌법에서 명시한 내용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어서 더 명백하게 위헌”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해마루 임재성 변호사는 “우리 헌법이 국군의 해외파견를 국회 동의사항으로 한 것은 군사영역에 대한 행정부의 권한을 입법부가 적절히 견제하는 헌법적 결단이고, 삼권분립을 상징하는 대표적 규정”이라며 “이 국회동의 절차는 법률로도 제한할 수 없는 건데, 이걸 장관이 정하는 행정규칙 수준인 훈령으로 피할 수 있다는 주장은 위헌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참관단이란 이름으로 국회 동의를 피하기 위해 파병하는 꼼수”라며 “국군 단 한 명이라도 보내는 건 파병으로, 국회 동의 사항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은 만약 윤석열 정권이 국회 동의 없이 우크라이나에 참관단을 보낸다면 국방부 장관 탄핵 등 다양한 법적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에서는 헌법재판소에 이 훈령의 권한쟁의심판을 내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도 준비하고 있다.  < 한겨레 신형철 기자 >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김남우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황원진 국가정보원 2차장, 윤오준 국가정보원 3차장이 지난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정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원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