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탐사, '김성태 수양어머니' 통화 녹취 공개

또 드러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조작 증언

"쌍방울 희토류 사업…이재명과 관계 없다"
"이화영 기용하다보니 그물망처럼 얽힌 것"
"김성태가 왜 이재명한테 왜 20억을 주겠냐"
"검찰이 회사 망하는 것 아니냐고 협박했어"
"지금 말하면 불리하니까…말 할 수는 없다"

 

지난 5월 29일 쌍방울 전주 임필순 씨와 뉴탐사 강진구 기자의 통화 녹취. 2024.10.29. 시민언론 뉴탐사 화면 갈무리.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및 경기도와 무관하다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최측근의 통화 녹취가 공개됐다. 이 최측근은 김 전 회장이 검찰의 압박으로 허위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쌍방울 대북사업의 목적은 북한 희토류 자원 선점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또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에게 돈을 줄 리 없다며, 검찰 주장의 허구성을 지적했다.

"이재명하고 단 한 차례도 안만나"

"(검찰이) 그물망을 던져가지고 이재명하고 연결이 된 것이 돼 버렸지, (김성태가) 사실은 얼굴도 한 번 본 일도 없고 사실은 통화도 안 했답니다."

<시민언론 뉴탐사>가 지난 28일 공개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의 최측근인 임필순 씨는 강진구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전 회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해당 통화는 지난 5월 29일 이뤄졌다. 통화 녹취에 등장하는 임 씨는 쌍방울의 전주(錢主)로, 김 전 회장이 '어머니' '스님' '이모' 등으로 부르며 각별히 따르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김성태 수양어머니' '양어머니'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임 씨는 "(김성태가) 협조하고 있지 정부에다가 지금, 검찰에"라면서도 "그 얘기 지금 하면 안 돼요. 쟤(김성태)가 좀 불리하게 되니까…그게 진실이라고요"라며 김 전 회장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허위 진술을 하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러면서 "사실은 이화영 때문에 걸려들은 거잖아요. 그렇잖아요?"라며 "쌍방울이 이재명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5월 29일 쌍방울 전주 임필순 씨와 뉴탐사 강진구 기자의 통화 녹취. 2024.10.29. 시민언론 뉴탐사 화면 갈무리.
 

"이화영 사외이사는 일종의 보험"

아울러 임 씨는 김 전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접촉한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사업하려면 거미 발처럼 이 계통 저 계통 다 보험을 들어야 하잖아요"라며 "그냥 보험 드는 거예요. 일종의 돈 섭외비 주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그 사람(이화영) 아니고 다른 검찰 출신도 다 쓰고 그랬어요"라고 했다. 실제로 쌍방울은 이화영 외에도 검찰 출신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바 있다.

임 씨는 "얘(김성태)가 경기도하고 하등 상관없는 애예요, 회사가 서울에 있지 경기도와 무슨 상관 있어요"라며 "이화영이를 사외이사로 쓰다 보니 이것저것 거쳤잖아요. 그러다 평화부지사가 했잖아요. 그러다 보니 그냥 얽히고설켜 그물망을 던져서 이재명과 연결된 것처럼 돼버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나 경기도와 애초에 쌍방울과 관련성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재명한테 20억을 왜 주겠느냐"

임 씨는 김 전 회장에 대해 "전라도에서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퇴학당했지만, 사업 수완이 좋고 판단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며 "돈에는 엄청나게 깔끔해요" "신세 진 거에 대해 조건 없이 주는 건 하나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이 무슨 역할을 해주는데 20억을 변호사비를 내줘"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대선 당시 쌍방울그룹이 이 대표의 변호사비 20억 원을 대납했다고 주장하다가, 2023년 1월 중순 김 전 회장을 태국 방콕에서 체포한 이후 수사 방향을 이 대표의 방북 비용 대납으로 급선회했다.

임 씨는 거듭 "(김성태가) 무슨 20억을 탁 내줬다 그러느냐"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 그거 (검찰이) 뒤집어 씌워서 그러는 거고"라면서 "(김성태가) 이재명 힘을 받을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경기도지사하고 성남시장하고 사업하는데 무슨 상관있어요? 외국 바이어도 아니고"라고 말했다.

 

800만 달러 대북송금 및 5개 비상장회사 자금 500억원대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7.12. 연합
 

"회사 망하는 것 아니냐, 검찰이 협박"

다만 임 씨는 김 전 회장이 검찰의 압박으로 허위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회사의) 흠을 잡아가지고 확대시켜서 중지(거래 정지) 시켜버렸잖아요"라며 "당신이 10년, 20년을  받게 돼 있다. (형을) 살고 나면 회사는 자동으로 다 망하는거 아니냐 (검찰이) 이렇게 얘기한 거야"라고 했다.

실제 쌍방울의 핵심 기업인 나노스(나노스→SBW생명공학→퓨처코어로 상호변경)는 호재성 공시 발표 하루 전날 거래 정지되는 등 검찰이 기업 운영을 빌미로 김 전 회장을 압박하기 유리한 상황이다.

그러면서 임 씨는 김 전 회장이 변호사 선임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김앤장보다 조금 적은데 있잖아요. 거기(법무법인)에서 기업 전체적인 것을 통틀어서 변론해준다고 100억을 달라고 한 거예요"라며 "물론 한때는 다 털어서 조 단위까지 갔지요. 지금은 현금이 10억도 없어요. 몇억도 없어요. 개털이에요, 개털(돈이나 뒷줄 없는 사람을 가르키는 은어)"이라고 말했다.

"쌍방울 대북사업 목적은 희토류 선점"

임 씨는 쌍방울의 대북사업이 북한의 희토류 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임 씨는 "북한에 희토류라는 흙이 있잖아요. 이북에 매장이 많단 말이에요"라며 "(반도체 등) 가늘고 얇고 가볍고 강한 데에는 다 들어간데요, 텔레비전에도 들어가고"라며 소재의 특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또 쌍방울이 희토류 확보를 위해 중국에 거점을 마련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김정은이 미국과도 잘 나가고 우리나라도 만나던 시기라 사업 선점을 위해" 중국에 사무실을 설치하고 책임자를 배치했다는 것이다. 그는 쌍방울 직원들이 외화를 반출한 데 대해서도 "거기에서 기본 살려면 저기가(자본이) 있어야 하잖아요"라고 말했다. 대북 송금이라는 검찰의 주장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쌍방울그룹이 작성한 '나노스 IR 리포트' 2024.10.29. 뉴스타파
 

중국 책임자의 존재도 눈 여겨볼 만했다. 임 씨는 쌍방울의 중국 거점을 최우향 씨가 관리한다고 했다. 그는 대장동 개발 의혹 핵심 인물 김만배의 최측근 '헬멧 맨'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2022년 10월 서울구치소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김만배 씨를 호위하며 미리 준비한 차량에 태워 보내고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져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임 씨는 최우향 씨의 성균관 부관장 이력을 언급하며 "사교성이 굉장히 좋더라"고 말했다.

"희토류 기업 인수 과정서 주가조작 의혹"

임 씨는 쌍방울 대북사업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쌍방울은 대북사업을 기업 두 곳을 통해 구체화했다. 마그네사이트(탄산 마그네슘을 주성분으로 하는 광물) 첨단 가공기술을 보유한 장원테크와 매장량 측정 기술을 가진 KH건설이다. 전주였던 임 씨와 그의 조카들은 2년에 걸쳐 장원테크 인수를 추진했다며 "베트남 공장에도 갔다오고 했다" "(감정평가와 실사비용으로) 9억인가 들어갔다"고 말했다.

임 씨는 당시 장원테크의 공시 기록도 거의 실제와 비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7천 주식이 7400원, 75000원 할 때 기억해요. 그래서 이 절충을 하는데 1년 정도 걸렸어요 (…) 그랬는데 그때 출원이 되어서 특허가 나왔어요. 금융기업에 7월 말인가 이렇게 (…) 계약서까지 다 썼는데 1만 3000원 얼마인가 불나듯이 스파크를 일으키더라고요." 

이 과정에서 임 씨가 주변 지인들에게 매수를 권유해  내부 정보로 거래를 한 정황도 보인다. "내가 ○○이한테 ○○이네를 그 주식을 ○○ 시켜가지고 사게 시켰거든요? 그랬는데, 내일 이제 발표하는 거야. 그런데 그 전날 계약서 쓰고, 그 다음날 공시 뜰 건데 (…) 딱 거기서(장원테크에서 안 판다고) 버텼어요."

 

임필순 통화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쌍방울 대북사업 주가조작 세력 관계도. 2024.10.29. 뉴탐사 갈무리
 

이런 주가의 급격한 변동은 전형적인 주가조작 양상에서도 보인다. 인수설과 특허권 취득 공시라는 호재를 활용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실현하는 수법에 쓰인다.

실제 임 씨의 증언과 당시 공시 기록을 대조해본 결과, 주가 변동은 맞아 떨어졌다. 7000원대였던 장원테크 주가는 2018년 7월 인수설이 나돌면서 1만 3000원까지 급등했다. 그러다 "특허권 취득 공시 발표를 앞두고 계약서까지 썼는데, 하루 전날 결렬됐다"는 증언대로 주가는 급락했다.

이후 공시 자료에 따르면, 장원테크는 2019년 1월 삼본전자(현 KH전자)와 리치투자조합이 공동 인수했다. 임 씨는 "그 회사에서 우리와 함께 하자는 제안이 와서 2019년 2월 KH건설을 580억 원에 같이 샀다"고 말했다. 이 역시 당시 공시 내용과 일치한다.

 

좌측 장원테크 주가 7천원대 시기(2018.4.), 우측 장원테크 1차 인수 시도 시기(2018.7.). 2024.10.29. 뉴탐사 갈무리​
 

임씨 "김성태 보지 못했다" 증언 번복

한편 <뉴탐사>에 따르면 해당 녹취가 공개되기 전 임 씨는 강 기자를 통해 격한 반응과 함께 반론을 제기했다. "김성태를 2001년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관계를 부인했고, 장원테크와 KH건설 인수 관련 정보도 "뉴탐사 보고 알았다"고 했다. 이는 통화 녹취와 배치된다. 녹취에는 김성태가 '어머니' '스님' '이모'라고 부르며 찾아온 점, 장원테크 구미·베트남 공장과 KH건설 인수 580억 원 등 상세 정보가 있다.

다만 임 씨는 반론 중 "쌍방울 대북사업에 경기도와 이재명이 아무 관계가 없다는 말을 한 것은 맞다"는 점은 인정했다고 <뉴탐사>는 전했다. 이는 김 전 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대부분의 진술을 부인하면서도, 이 대표의 무고함은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재명 정치 기소 중단하라"

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이하 검독위)는 29일 오후 <뉴탐사> 보도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검독위는 "이 측근은 김성태 회장 관련 보도가 ‘과도했다’며 강하게 항의했고, 자신의 발언이 김 회장에게 불리하게 방송에 활용된 것에 분노를 표시했다"면서도 "주목할 점은, 보도된 내용의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증언한 내용들이 모두 사실이었음을 반증한다. 동시에 김성태 회장과 매우 가까운 관계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다"고 했다.  

검독위는 통화 녹취에서 언급된 내용들을 조목조목 읊은 뒤, "이제 정치검찰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정치적 기소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법원은 오늘 검독위가 공개한 새로운 증거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검독위도 새롭게 공개된 실체적 진실의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왜곡과 조작수사로 일관한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https://youtu.be/iilamEqAXt8   【241028】[단독보도] 쌍방울 김성태 수양어머니가 전한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 “얼굴도 한번 본 일도 없고, 사실은 통화도 안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