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서 '자료 달라'니까 3주 동안 뭉갠 검찰
검찰이 자료 안 주면 끝?…강제권 없는 공수처
명태균 사건은 사람도 없는 수사과로 배당해
선관위가 12월에 접수했는데 소환은 단 한번
강혜경이 넘긴 증거자료는 진위 조사도 안 해
폐업한 미래한국연구소나 압수수색하며 허탕
민주당 "검찰은 법에 따라서 제대로 수사해야"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사건을 지연시키면서 '김건희 지키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이나 창원지검의 '공천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 자료를 주지 않거나 허술한 인력 배치로 지연시켜 사건을 축소·왜곡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공수처는 29일 김건희 씨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자료를 일부 넘겨받고 사실관계와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자료는 공수처가 3주 전에 검찰에게 공개 요청한 자료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에 명품 가방 사건과 관련한 김 여사의 불기소 처분 결정서, 기록 목록 등 자료를 요청했는데 그 가운데 일부 답변만 받은 것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검찰에 요청한 자료 가운데 일부가 지난주에 왔다"면서 "검토를 본격적으로 하지는 못한 단계"라고 했다.
본격적인 수사에도 착수할 수 없지만, 문제는 검찰이 공수처의 자료 요청을 회피해도 공수처는 자료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공수처는 검찰이나 경찰 등에 고위 공직자 범죄 관련 수사 기록 등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지만, 해당 기관이 응하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은 없다. 검찰이 자료를 주지 않으면 공수처의 수사는 무기한 지연될 수밖에 없다.
검찰은 김건희 씨의 공천 개입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 수사도 지연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상남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명 씨와 관련해 고발했지만, 창원지검은 이 사건을 검사가 없는 수사과에 배당해 방치했다. 수사과는 창원지검 조직도상 사무국 산하로 소속 검사 없이 수사관으로만 이뤄진 조직이다.
창원지검은 '검사장이 명하는 특별 범죄사건의 수사, 검사지휘 사건수사' 등을 수사과 업무로 소개하지만, 통상적으로 검사가 직접 수사하기엔 사건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사건이 수사과에 배당된다. 실제 명씨 사건도 수사과에서 진척이 없다가 지난달 형사4부에 재배당된 뒤에야 지난달 30일 증거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과 피의자 소환 조사에 들어갔다.
수사과도 올해 초 명 씨를 한 차례 소환했지만, 이때는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명 씨는 압수수색 직전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됐다. 그사이 김건희 씨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는 지난 5월 명 씨와 김 전 의원의 통화 녹취 등 4000여 개의 파일을 증거자료로 제출했으나 수사과는 해당 내용의 진위 조사를 거의 하지 않았다.
강제 수사 절차도 매우 허술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명 씨 자택을 압수수색한 뒤 9시간 만에 휴대전화를 돌려줬다. 매우 이례적인 조치였다. 통상적인 포렌식 절차 등을 고려하면 휴대전화를 당일에 돌려받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건희 지키기' '명태균 봐주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또한 명 씨는 검찰이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를 압수수색하기 한 달 전 미리 짐을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로 뺐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창원지검 형사4부(부장 김호경)는 이번 달 초중순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고 한다. 이미 지난 4월 허탕을 친 뒤 '사후약방문'이었다.
반면, 검찰은 내부신고자인 강 씨에 대해 최근 5차례 소환했다. 강씨 측에 따르면 이번 주에도 강 씨를 한 차례 정도 부를 예정이다. 정작 대통령 부부와 직접 연락하며 여론조작, 공천개입을 한 당사자에 대해서는 수사를 허술하게 진행하면서, 내부 신고자만 연이어 수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심우정 검찰총장은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창원지검의 수사 속도가 이렇게 차이나는 배경에는 정유미 창원지검 지검장이 지목된다. 정 지검장은 부천지청 인권감독관을 했을 때부터 윤 대통령을 옹호했고,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 비난을 하면서 '친윤 검사'로 분류됐다. 이 때문에 정 지검장이 의도적으로 김건희 씨 관련 수사를 조절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민주당은 검찰의 '김건희 지키기' 행보를 두고 '김건희 충견'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검찰이 '김건희 충견' 노릇을 넘어 윤석열 정부의 최후 보루를 자처하고 있다"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서는 변호인 역할을 자처하더니, 명태균 게이트에는 늑장수사도 모자라 증거인멸을 묵인·방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원내대변인은 "검찰은 왜 '중대범죄'의 피의자이자 '증거인멸'을 자백하고 있는 명태균 씨를 구속하지 않은가? 왜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명 씨를 고발하기는커녕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나?"라며 "고의적인 묵인과 방조로 시간만 흘려보내지 말고 법에 따라 제대로 수사하라"고 했다.
그는 "'내가 입 열면 탄핵·하야'라는 명 씨의 협박이 면피용 늑장 수사의 원인이냐"면서 "계속 늑장 수사로 일관한다면, 검찰 역시 윤석열 정권과 함께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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