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추도사 공개 않는데 날짜 못 박은 정부…“예고된 실패” 입 모아
오세훈까지 번진 명태균 의혹 “이래도 특검 안하나”
“사라진 청년 일자리, 통계 작성 이래 최저”
한국정부가 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했다. 이 추도식은 지난 7월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때 일본이 한국 동의를 얻기 위해 약속한 후속 조처다. 그러나 일본이 정부 대표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인물을 보내며 한국 유족이 불참했고, 정부가 하루 전날 불참을 결정했다.
25일 대다수 신문은 1면 보도를 통해 한국 정부가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에 성급히 동의해주면서 이번 외교 실패가 예고됐다고 했다. 일본이 2015년 군함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할 때도 희생자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론 현장이 아닌 도쿄에 세우고 강제성도 부인하며 약속을 어긴 바 있다. 이 같은 전례에도 정부가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지적이다.
외교부는 추도식 하루 전인 23일 “사도광산 추도식을 둘러싼 양국 외교당국 간 이견 조정에 필요한 시간이 충분치 않다”며 “제반 사정을 고려해, 추도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반 사정’이 무엇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일본 정부 대표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전력과 추도사 내용 등이 불참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은 참의원으로 당선된 뒤 2022년 8월15일 일본 패전일을 맞아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고 교도통신 등이 보도한 바 있다. 그는 강제동원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두고 “한국 정부가 더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추도사에도 강제성 표현은 없었다. 이날 신문들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은 추도사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이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힘든 노동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쟁 중에 노동자에 관한 정책” “전쟁이라는 특수한 사회 상황”을 언급했다. 강제동원이 합법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대목으로 풀이된다. 강제성을 나타내는 직간접적인 단어는 들어가지 않았다.
행사의 주최는 일본 정부가 아닌 시민단체가 맡았다. 추도식 날짜는 개최 나흘 전인 지난 20일에야 확정됐다. 일본 정부는 추도식에 한국 유가족을 ‘초청’하면서도 비용은 모두 한국 측이 부담하게 했다. 추도식 명칭도 누굴 추모하는지 알 수 없는 ‘사도광산 추도식’으로 정했다. 광산 인근 전시물에서도 ‘강제노역’이란 표현을 뺐다. 일본 측은 추도사 내용을 전날까지 한국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일본 정부 참석자와 추도사 내용을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도식 날짜를 못 박아 발표했다.
중앙일보 “이쿠이나 정무관, 질문 안받고 뒷문 퇴장”
이쿠이나 정무관은 이날 뒷문으로 입장해 행사 뒤 기자 질문을 받지 않고 뒷문으로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추도식 후 질의응답에서 실행위원회 측은 ‘광산 노동자들에 대한 감사 발언’이 부적절하지 않냐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여기는 일본”이라며 “모든 노동자가 있었기에 세계유산 등록이 됐는데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 대표와 유족 불참엔 “유감”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추도식 사태는 근본적으로 정부의 대일 외교 기조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도광산 추도식 파행은 표면적으로 일본 정부의 ‘도발’ 탓으로 보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지난 7월 강제동원 역사가 사실상 삭제된 상태로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해준 한국 정부에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사도광산 추도식은 지난 7월 말 한국 정부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반대하지 않은 대신 일본 정부가 약속한 조치 중 하나였다. 경향신문은 “정부가 등재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때에 추도식 일본 정부 참석자 지위, 추도사 핵심 내용 등을 미리 합의했어야 했다는 얘기”라며 “세계유산위원회(WHC)는 21개 회원국 전체의 합의로 등재를 결정하기 때문에 한국이 반대할 경우 일본 정부 부담이 커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월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런 비판을 두고 “(그만큼) 생각이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일본이 강제노역으로 고통받은 한국인을 추모하는 행사에 일제 침략을 미화하는 인사를 보낸 건 유족에겐 모욕에 가깝다”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선 우리 측 동의가 필요한 만큼 일단 간사한 말로 속인 뒤, 목적을 이루자 본색을 드러낸 셈”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더 참을 수 없는 건 우리 정부의 무능”이라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또다시 뒤통수를 맞은 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외교부가 처음엔 일본 측 대표의 야스쿠니 참배 사실도 파악 못한 채 차관급으로 격이 올라갔다고 자화자찬한 건 참담할 정도”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된 한국의 대일 외교가 또다시 일본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처럼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문제로 갈등이 표면화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대다수 신문이 사태의 근본 원인을 한국 정부 책임이라고 지적한 것과 다르다. 조선일보는 3면에선 야스쿠니 참배 인사인 이쿠이나 외무성 정무관이 ‘아이돌 출신’이며 ‘세미누드집’을 낸 전력이 있다고 강조하는 기사를 배치하기도 했다.
여권 번진 명태균 의혹, 경향 “이래도 특검 안하나”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여권 인사들 간의 부적절한 커넥션 의혹이 여권 정치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번엔 오세훈 서울시장 지인 김모씨가 2021년 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 측에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한 의혹이 불거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는 2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 측에 비공표 여론조사 비용으로 거액을 건넨 사실을 인정하면서 오 시장 캠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명씨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씨 측에 따르면 미래한국연구소는 2021년 4월 보궐선거 전인 2020년 12월22일부터 2021년 3월21일 사이 서울시장 선거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실시했다. 강씨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씨는 보궐선거 전인 2021년 2월 1일부터 3월 26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3300만원을 연구소 실무자였던 강씨에게 송금했다.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에는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문구 등을 두고 신경전이 이어졌다.
김씨는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명씨 측에 비공표 여론조사 비용을 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당시 오 후보 선거캠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캠프에서는 ‘그 결과를 쓸 수 없다고 차단했다”며 “우리(캠프)에는 여론조사 결과가 오지 않았다”고 했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동아일보가 이를 지면 보도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된 2021년 전당대회,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경선 등에서도 명씨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위해 불법 여론조사를 하고 공천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한 ‘명태균 게이트’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 의혹이 불거지면서 연루된 여권 인사들도 불어나고 있다”며 “이런데도 정부·여당은 ‘김건희·명태균 특검’을 거부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것과 견주어 검찰의 김 여사 처분이나 여당의 특검 거부가 공정하지 않다고 본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특검 수용을 결단해야 한다”고 했다.
사라진 청년 일자리, 통계작성 이래 최저
올해 2분기 10·20대 청년층 신규 채용 일자리가 역대 최저치로 줄어들었다. 신문들이 이를 주요 지면에 배치했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중 20대 이하의 신규 채용 일자리는 145만4000개로 전년보다 13만6000개(8.6%) 감소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8년 이래 가장 적다.
20대 이하 전체 임금 근로 일자리도 줄었다. 20대 이하 임금 근로 일자리는 305만9000개로 1년 전(319만2000개)보다 13만3000개 줄었다. 역시 통계 작성 이래 최소치다.
한겨레는 “청년층의 신규채용 일자리 감소세는 인구 변화를 고려해도 급격한 기울기”라며 청년층 인구 감소율은 2.9%였고 경제활동인구는 3.1% 줄었는데 임금근로 신규채용 일자리 감소율은 2배 이상 높은 8.6%였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정부가 앞장서 청년 채용을 권장하는 공공기관 정규직에서조차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며 올해 3분기까지 339개 공공기관이 채용한 일반정규직 가운데 청년은 1만 703만명으로 80.2% 수준이며, 이 비율은 2022년부터 하락세라고 했다.
60대 이상 신규채용 일자리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이 역시 ‘질 낮은 일자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동아일보는 “60대 이상 고령층의 신규 채용 일자리는 122만9000개로 1년 전(116만7000개)보다 6만2000개(5.3%) 증가해 역대 최대”라며 “월급이 수십만 원에 그쳐 ‘질 낮은 일자리’로 여겨지는 정부의 노인 일자리 공급 규모가 올해 103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약 5만 명 증가한 영향이 컸다”고 했다. < 미디어 오늘 김예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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