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5만명 시국선언 “우리가 배운 민주주의가 이것인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우리의 자유와 인권을 위협하는 윤석열은 즉각 물러나라”
5만명 가까운 청소년이 연명한 시국선언문을 청소년 활동가들이 힘주어 읽어 내려갔다. 시국선언문에는 청소년의 눈에 비쳤던 12월3일 내란의 밤, 그 앞에서 되새긴 민주주의와 인권의 의미가 빼곡했다.
청소년인권운동 단체 ‘아수나로’와 ‘지음’은 1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소년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12·3 내란사태 뒤 4일부터 지난 9일까지 청소년 시국선언 연명을 받았다. 시국선언에 나서고자 한 동료 청소년들의 호응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이들 단체는 “애초 목표인원인 1000명을 훨씬 뛰어넘는 수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청소년 시국선언의 규모가 5만명 이상 돌파한 것은 유례가 없던 일”이라며 “윤석열에 대한 청소년들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것”이라 밝혔다.
이날 발언에 나선 청소년들은 끝내 내란사태에 이른 윤석열 대통령 임기 2년반이 청소년 삶에 미친 고통을 하나하나 짚었다. 수영(18) 아수나로 활동가는 “청소년들이 윤석열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에 별다른 이유는 없다. 청소년들도 계엄 사태를 똑같이 맞이했고, 똑같이 밤을 설치며 불안해하고, 내 삶이 어긋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며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차’ 풍자 만화가 경고를 받았고, 청소년의 인권을 규정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는 등 계엄 전부터 청소년들은 윤석열 정권의 강력한 영향권 속에 있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배운 민주주의의 가치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말도 나왔다. 2주도 남지 않은 시험공부를 하다가 계엄령 선포소식을 들었다는 이은우(18) 한국와이더블유시에이(YWCA) 와이(Y)틴 전국협의회 회장은 “4.19, 5.18 등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이뤄낸 수많은 역사를 교과서에서 배웠다. 또한 2016년 수많은 촛불들을 보며 민주주의와 자유, 평등을 배웠다”며 “그렇지만 그것들은 교과서 속에만 갇혀 있는 것 같다. 시민들을 향해 총구가 겨눠졌다. 우리가 배워온 민주주의가 정말 이것인가”라고 토로했다. 정봉비 기자
다음 청소년 시국선언 전문.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를 막는 청소년 시국선언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절반이 지난 지 얼마 안 된 2024년 12월 3일 밤, 갑자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계엄사령관은 국회와 민주적 정치활동을 금하고 시민들의 자유를 부정하는 포고령을 발표했다. 군대가 국회에 진입한 것은 폭력으로 법치와 민주주의를 짓밟으려는 장면이었다. “반국가세력 척결”을 핑계 삼았지만 누가 봐도 대통령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자신에게 반대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탄압하고 협박하려는 시도였다. 우리에게 공포와 분노를 안긴 비상계엄은 시민들과 야당의 대처로 몇 시간 만에 해제됐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는 한 비슷한 사태가 몇 번이고 반복될 수 있다.
윤석열은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인권과 자유를 억압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청소년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퇴진 집회를 이유로 청소년단체가 표적 수사를 당했고,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차’ 풍자 만화가 경고를 받았다.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이 직접 학생들의 두발 자유, 표현의 자유 등의 내용을 담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라고 주문했다. 국가인권위원장 자리에는 인권에 반대하는 활동을 해 온 사람을 앉혔다. 윤석열은 연설 때마다 “자유”를 외쳤지만, 시민의 자유는 물론 청소년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에도 적대적이었다. 그리고 이제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에게 민주공화국의 대통령 자격이 없음이 분명해졌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사람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의 최우선적 의무다. 이런 의무를 다하지 않는 대통령, 폭력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무너뜨리고 후퇴시키려 드는 대통령은 우리가 거부한다. 윤석열을 탄핵, 내란죄 처벌 등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몰아내야 한다. 청소년도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시민으로서 행동할 것이며, 우리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되찾을 것이다. 나아가 어린이·청소년이 시민으로 평등하게 존중받는 사회, 미래를 위해 지금을 유예당하지 않는 사회, 함께 살고 참여하고 행동할 수 있는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민주주의란 시민이 주권을 가지는 것이며, 국가가 함부로 사람들의 인권을 짓밟아선 안 된다는 뜻이라는 것을. 우리는 배웠다. “비상계엄”이란 이름으로 국가권력과 군대가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역사와, 시민들이 저항하여 민주화를 이뤄낸 역사를. 우리는 함께 만들어 왔다. 3.1운동과 4.19부터 박근혜 퇴진까지, 독재가 아닌 시민이 대표자를 뽑는 나라 그리고 모두의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는 사회를. 그렇기에 우리는 다시 한번 외친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우리의 자유와 인권을 위협하는 윤석열은 즉각 물러나라! 지금 바로 윤석열을 탄핵하고 처벌하라!
2024년 12월 10일
간호사·간호대학생 시국선언 “주권자 이름으로 탄핵을 명한다”
간호사와 간호대학생들이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냈다.
간호사와 간호대학생들은 10일 ‘존엄한 돌봄과 보편적 건강보장을 위한 간호사·간호대학생’이란 명의로 ‘주권자의 이름으로,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을 명한다’는 시국선언물을 발표했다. 이들은 “대통령 윤석열은 헌법의 비상계엄 대상에 존재하지 않는 국회를 무력으로 도발하는 위헌적 내란범죄를 저질렀다”며 “국회는 대통령 윤석열을 즉각 탄핵하여 헌정 질서를 정상화하고, 특검을 통해 내란 공범들을 체포·수사하여 법률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 105명의 국회의원은 헌정질서를 유린한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불성립시켰다”며 “국민이 무력으로 장악하려는 국회를 지켜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국회의원 105명은 자신과 당의 이익만을 위해 국민을 배신한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과 정부의 ‘질서있는 퇴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들은 “국무총리 한덕수와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 투표 거부를 주도한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도 윤석열과 마찬가지로 헌법에 존재하지 않는 대통령의 권력 이양을 주장하며, 헌법을 유린하는 2차 내란을 선언하였다”며 “‘질서 있는 퇴진’은 헌법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초헌법적 주장일 뿐만 아니라, 헌정 질서를 유린한 내란 범죄의 공범임을 스스로 자백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또 “헌정질서 유린과 내란을 획책한 대통령 윤석열의 즉각적인 탄핵을 주권자의 이름으로 국민의힘 105명의 국회의원에게 엄중히 명하는 바”라고 했다. < 한겨레 이정훈 기자 >
성남 김은혜, 포천 김용태, 이천 송석준…
“내란 동조 지역구 의원 부끄럽다” 시민 항의 쇄도
10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김은혜 의원 사무실 앞에 모인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있다. 성남사회단체연대회의 제공
“김은혜 의원은 내란범죄자 윤석열의 탄핵 투표에 불참했습니다. 김 의원이 성남시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는 것이 매우 부끄럽고, 분노스럽습니다.”
10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김은혜 의원 지역사무실 앞에 모인 시민들은 이같이 비판했다. 이날 김 의원 사무실 앞에는 성남사회단체연대회의, 성남비상시국회의, 윤석열정권퇴진성남시민운동본부 등 3개 단체가 모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 단체는 “김은혜 의원은 국민의 대표로 불법 계엄을 해제하는 국회 회의에 참석하여야 하지만 불참했다”면서 “군 통수권자로 언제 2차, 3차 계엄을 선포할지 가름할 수 없는 내란범죄자 윤석열의 탄핵 투표에 불참했다”고 했다.
이어 “김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면서 “김 의원에게 국민의 뜻, 윤석열 탄핵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경기북부지부가 10일 오전 경기 포천시 신읍동의 김용태 의원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제공
민주노총 경기북부지부도 같은날 오전 10시30분 경기 포천시 신읍동의 김용태 의원 지역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직을 즉각 박탈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일치된 요구”라며 “국회의 대통령 탄핵 의결은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고 확인하는 당연한 절차였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국민의 요구와 상식을 외면하고 탄핵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란의 수괴가 내란의 방조자들에게 권한을 넘기고 방조자가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것에 대해 동의할 국민은 없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범죄행위는 무거워지고 국민의 분노와 심판은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 11시쯤에는 이천시 중리동에 위치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 지역사무실 앞에 몰려든 성난 시민들이 사무실 유리에 계란을 투척했다. 사무실 앞에는 ‘윤석열 탄핵안 표결을 보이콧해 내란 동조 송석준’이라고 적힌 근조화환이 놓여 있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김성원·김용태·김은혜 의원 지역사무실에서도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앞서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105명은 지난 7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상정되자 국회 본회의장을 이탈해 돌아오지 않았다.
경기도에는 총 6명의 국민의힘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이 있다. 이 중 안철수 의원을 제외한 김은혜(성남분당을)·송석준(이천)·김성원(동두천양주연천을)·김용태(포천가평)·김선교(여주양평) 의원 등 5명은 표결에 불참했다. < 경향 김태희 기자 >
‘탄핵 찬성’ 김상욱 국힘 의원에 화환 행렬…“보수의 새 희망”
오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하겠다고 밝힌 김상욱(울산 남갑) 국민의힘 의원을 향한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울산 남구 신정동 김상욱 의원의 지역사무실에 화환과 화분이 배달됐다.
화환과 난에는 ‘당신의 용기를 응원합니다’, ‘김상욱 의원님을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큰 용기 응원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의 사죄와 즉시 하야를 촉구하며 “차회(다음 국회 본회의) 탄핵표결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이후 김 의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응원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네이버밴드 ‘김상욱을 함께 만들어갑시다’에는 ‘비난을 넘어 당당히 선 의원의 소신을 지지합니다’, ‘기자회견 보고 감동했습니다. 보수의 새로운 희망입니다’, ‘당신이 진정한 보수입니다’, ‘당신같은 분이 있기에 아직 보수는 죽지 않을 겁니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김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기자회견 게시물에는 ‘용기있는 결단’, ‘덕분에 덜 부끄럽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김상욱 의원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는 참여했으나 ‘당론’에 따라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이에 대해 지난 9일 일부 당원들이 김 의원의 지역사무실을 방문해 ‘탄핵은 말도 안 된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 경향 주성미 기자 >
박덕흠·이종배·엄태영 의원 규탄 집회…“‘내란 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충주·옥천·제천서 의원 규탄 집회 잇따라
내란 혐의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 후폭풍이 거세다. 탄핵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 규탄과 국민의힘 해체 요구가 잇따른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등 충북지역 시민사회·노동·여성·종교계 등이 꾸린 ‘윤석열 퇴진 민주·평화·평등 사회대전환 충북비상시국회의’(충북 시국회의)와 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 등은 10일 옥천, 충주, 제천 등에서 국민의힘 의원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 지역은 국민의힘 소속 박덕흠(옥천 영동 보은 괴산 선거구), 이종배(충주 선거구), 엄태영(제천 단양) 의원 등의 지역구이며, 이들은 지난 7일 윤 대통령 탄핵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충북 시국회의와 옥천지역 노동·시민사회 단체 등은 이날 오전 11시 옥천군 옥천읍 박덕흠 의원 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민을 겁박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은 윤석열은 이 나라 대통령이 아니다. 내란 수괴 윤석열을 구속수사하고 내란을 방조한 공범 국민의힘을 해체하라”고 밝혔다.
윤석열 퇴진 제천·단양 비상시국회의, 민주노총 제천단양지부 등도 이날 오전 10시30분 엄태영 의원 제천 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위헌 계엄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탄핵·체포하라. 표결에 불참해 내란에 동조한 국민의힘을 해체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엄태영 의원님 배지는 왜 달고 다시십니까’라는 펼침막을 걸기도 했다.
이날 오전 11시 이종배 의원 충주 사무소 앞에서도 이 의원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으며, 이 의원 사무소 앞엔 ‘국회의원님 당신이 부끄럽습니다’라고 쓴 근조 화환이 놓였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소속 충북도의회·청주시의회 의원은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이 국민 정서에 반하는 결정을 계속하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국민의 명령을 이행하고, 헌법 질서를 바로 세우는 길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 한겨레 오윤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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