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계엄 포고령 위반자, 지하 수백미터 벙커 감금 계획했다”

김병주 의원 “방첩사가 직접 정찰까지 완료해”

 

 
 
지난 10일 오후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내용 등에 대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12·3 내란 사태’ 당시 방첩사 체포조가 전쟁 시 지휘소로 쓰이는 지하 수백미터 벙커에 포고령 위반자들을 감금할 계획을 세웠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1일 오전 비상최고위원회의에서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 체포조가 포고령을 위반한 수백·수천명을 지하 수백미터에 있는, 전쟁 지휘소로 쓰이는 ‘비(B)1 문서고’에 감금할 계획을 세웠다”며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 자리에 그대로 있는 건 진짜 위험하다. 빨리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해군 준장)은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비1 벙커 안에 구금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다”며 “여 사령관이 밑에 있는 실장을 통해 ‘직접 수방사에 가서 비1 벙커를 확인하라’고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비1 벙커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관할 지휘통제시설로, 전면전이 일어나면 우리 군의 실질적인 전쟁 지휘부 역할을 한다. 한미연합훈련 지휘소로도 쓰인다.

김 위원은 “해당 지하 문서고는 엄청난 규모다. 핵폭탄이 떨어져도 견딜 수 있고, 국가 전쟁 지도부로 쓰인다”며 “시설 일부만 활용할 줄 알았는데, 아예 비1 문서고 (전체 사용을) 검토했고 방첩사 인원으로 내부 정찰까지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체포조는 방첩사 수사관 39명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선량한 시민과 야당 대표를 비롯해 (‘체포 명단’ 해당자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거기 감금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말씀을 잘못 하신 게 아니냐. 진짜냐”며 김 위원에 사실관계를 거듭 확인했고, 박찬대 최고위원은 “B1 벙커에 들어가면 살아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는 거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 한겨레 김채운 기자 >

 

추미애 “방첩사 계엄 문건에 ‘병원 확보’…대량살상 대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군 방첩사령부가 작성한 계엄 선포 대비 문건에 병원 시설 확보를 준비하라는 대목이 있었다고 밝혔다. 추 의원은 이는 대량 살상 등 유혈 사태를 대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원래 기무사령부(방첩사)가 작성했다는, 제가 그때 폭로했던 그 문건에 없던 것이 하나 더 발견됐는데 병원 시설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했다. 추 의원은 방첩사가 지난 11월 작성한 계엄문건을 본 방첩사 관계자로부터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

추 의원은 “병원 시설을 왜 확보했겠느냐 생각해보면 미리 대량 살상이 발생한다, 그럴 경우에는 그냥 병원에 모아놓으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 의사들이 빨리 복귀해야 하는데 의사들이 이미 사표를 내고 그렇지 않았냐”며 “공포를 조장하기 위해 (계엄 포고령에) 복귀하라, 복귀 안 하면 처단한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추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을 두고 “하야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법무부 장관이던 내가) 두 번씩이나 수사지휘 내리면서 그의 잘못을 지적했지 않았냐. 증거가 인멸될 때까지 불안해서 스스로는 물러날 수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란죄 수괴로서 지금 당장 대통령을 긴급 체포하더라도 하나도 이상할 일이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정국 안정화 태스크포스(TF)가 제시한 ‘내년 2∼3월 하야, 4∼5월 대선’ 등 대통령 조기 퇴진 로드맵에 대해서는 “박근혜 때 원내대표였던 정진석(대통령비서실장) 버전”이라며 “지금은 윤석열의 비서실장을 하면서 뒤에서 이런 일을 코치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그는 정 실장을 “내란 공범”이라고 지목하며 “당시 대통령이 소집한 계엄 선포 직전 회의에 있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 한겨레 이우연 기자 >

 

‘정치인 구금’ B1 벙커에선 휴대폰 차단…“핵폭탄도 견뎌”

외부접근 불가·500명 수용·지하 도로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3년 8월 23일 한미연합사령부 전시지휘소(CP 탱고)를 찾아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 상황을 점검하려고 폴 라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과 함께 작전본부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
 

12·3 내란사태 때 여인형 국군 방첩사령관이 체포한 국회의원들을 수도방위사령부 비(B)1 벙커(문서고)에 구금할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다는 방첩사 간부의 증언이 나온 데 이어,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1일 방첩사 체포조가 이 벙커에 계엄 포고령 위반자 수백, 수천명을 감금할 계획을 세웠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서울과 경기 과천의 경계인 남태령에 있는 수방사 ‘비1 벙커’는 한국군 전쟁지휘시설이다. 전시가 되면 대통령, 장관 등 정부 요인, 군 지휘부가 이곳에 모여 전쟁을 지휘한다. 전시에는 정부 요인, 군 지휘부, 지원인력 등이 오래 머물러야해서 대통령, 장관, 육해공군 참모총장별 회의실이 별도로 있다고 한다. 500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고 내부는 차량이 다닐 만큼 넓다고 한다. 비상시에 대비해 수개월치 식량도 비축돼 있다.

육군 대장 출신인 김 최고위원은 이날 당 비상 최고위원회에서 “해당 지하 문서고는 엄청난 규모”로 “핵 폭탄이 떨어져도 견딜 수 있어 국가 전쟁 지도부로 쓰인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 구금을 위해) 시설 일부만 활용할 줄 알았는데, 아예 비1 문서고 (전체 사용을) 검토했고 방첩사 인원으로 내부 정찰까지 했다고 한다”며 “체포조는 방첩사 수사관 39명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선량한 시민과 야당 대표를 비롯해 (‘체포 명단’ 해당자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거기 감금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B1 벙커를 구금 시설로 검토한 것은 서울(국회)과의 거리, 공간 수용 능력, 군에 대한 지휘통신시설 유무, 경계 수월성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벙커에 정치인들을 가두면 보안을 유지하기 쉽다. 구치소나 기존 군 부대 군사경찰 구금시설은 위치가 알려져 있지만 비1 벙커는 수방사 구내에 있어 외부에서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B1 벙커는 폭격에도 견딜 수 있게 튼튼하게 지었고 전자기파(EMP)공격에 대비한 방호 설비도 갖춰, 휴대전화 통화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군 내부에서는 전시 대비 핵심시설인 비1 벙커에 내란에 반대하는 정치인을 가두겠다는 여 사령관의 발상이 황당하고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국군 벙커는 비1뿐만 아니라 국방부(합참), 충남 충남 계룡대에도 있고, 경기도 성남시 청계산에는 한미연합사 전시 지휘소인 탱고 벙커가 있다.                            <  한겨레 ​ 권혁철 기자  >

 

‘의원 감금 시설’ 의혹 선관위연수원에 계엄군 대기…CCTV 공개

 
 
4일 오전1시31분 선관위 연수원 앞 농업박물관 주차장에 들어서는 계엄군 버스. 서삼석 의원실 제공
 

‘12·3 내란사태’ 당시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 맞은편 국립농업박물관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 티브이(CCTV)가 공개됐다. 선관위 연수원은 계엄군이 정치인을 체포해 구금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장소다. 연수원 외부에 구급차가 대기하는 모습도 폐쇄회로 티브이에 잡혔다. 계엄군이 유혈사태를 대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공개한 경기도 수원 선관위 연수원 맞은 편 국립농업박물관 폐쇄회로 티브이 화면과 차량 출입기록을 보면, 3일 비상계엄이 발령된 뒤 4일 새벽 1시27분 경찰차 한 대가 선관위에 진입한다. 그 뒤 1시28분 미니버스, 1시31분 대형버스, 1시33분 대형버스 총 3대가 농업박물관에 진입했다. 200명이 넘는 계엄군과 경찰이 탔을 것으로 추정되는 버스들이다.

이후 카니발, 칸, 스타렉스, 루비콘, 스파크 등 지프와 에스유브이(SUV)차량이 잇따라 진입한다. 오전2시8분에는 응급차가 출입했던 기록도 나온다. 유혈사태를 비롯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추미애 의원이 공개한 국군방첩사령부의 계엄 선포 대비 문건에도 ‘병원 시설 확보를 준비하라’는 부분이 등장한다.

4일 오전2시8분 선관위 연수원 맞은편 국립농업박물관에 입차하는 응급차. 서삼석 의원실 제공
 

계엄군이 탄 버스는 1시간가량 주차장에 머무르다 오전2시19~21분 철수했다. 경찰차(오전1시35분 출차)와 스파크 차량(오전11시56분 출차)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차량도 모두 오전2시17분~23분에 잇따라 주차장을 떠난다.

계엄군·경찰 인력 200여명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수원연수원 부근서 대기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당일 계엄군이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을 체포한 뒤 수원연수원에 감금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한층 짙어졌다. 비상계엄 당일 계엄군이 전산서버를 압수하기 위해 중앙선관위에 진입한 사실은 확인됐지만, 선관위 연수원은 정보·전산시설이 없는 숙박시설이다.

농업박물관은 당시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서삼석 의원은 전했다. 농업박물관은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자료에서 “계엄군이 주차장에 주차할 당시 허가한 사항이 없다. 주고받은 공문도 없었다”고 답했다. < 한겨레 고한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