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이재명 무죄’ 판사 체포 시도, 사법권에 대한 중대 침해”

 

 
 
                         서울 서초동 대법원 모습.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현직 판사까지 비상계엄 당시 체포 명단에 있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대법원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13일 입장을 내어 “언론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 당시, 야당 대표에 대한 특정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현직 판사도 체포하려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만약 이러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사법권에 대한 직접적이고 중대한 침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법치국가에서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될 일로서, 이에 대한 신속한 사실규명과 엄정한 법적 책임이 따라야 할 사안임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체포대상에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권순일 전 대법관이 포함됐다는 내용의 질의와 관련,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매우 부적절한 조치”라고 답하기도 했다.

앞서 중앙일보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이 내란 혐의로 긴급체포된 조지호 경찰청장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직후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정치인 등 15명가량의 위치를 추적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며 그 중에는 김동현이라는 현직 판사도 있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보도했다. 김동현 판사는 지난달 25일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장이다.   < 한겨레 김지은 기자 >

"이재명 무죄 선고한 김동현 판사 포함" 경찰청장 진술... 대법-중앙지법 입장발표

 

12.3 윤석열 내란 사태 당시 현직 판사가 계엄군의 체포 대상이었다는 피의자의 진술이 나오자 대법원이 "사법권에 대한 직접적이고 중대한 침해"라며 "신속한 사실규명과 엄정한 법적 책임이 따라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서울중앙지방법원도"법치주의와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리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행태"라며 "강한 유감"이라고 밝혔다.

현재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 법원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13일 오전 9시30분경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6일 국회 법사위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체포 대상에 전임 대법원장과 전 대법관이 포함되었다는 것에 대하여 만약 사실이라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부적절한 조치임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오늘 언론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 당시, 야당 대표에 대한 특정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현직 판사도 체포하려 하였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만약 이러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사법권에 대한 직접적이고 중대한 침해로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이는 법치국가에서 절대 발생하여서는 안 될 일로서, 이에 대한 신속한 사실규명과 엄정한 법적 책임이 따라야 할 사안임을 밝힙니다.


몇시간 후인 오전 11시경 서울중앙지방법원도 입장을 밝혔다.

비상계엄 조치의 하나로 특정 사건에서 무죄판결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소속 판사에 대해 체포를 위한 위치추적 지시가 있었다는 모 언론사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것이 사실이었다면, 이는 특정 사건의 재판 결과를 수긍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재판의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로서, 그 지시만으로 법치주의와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리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행태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강한 유감을 표하는 바입니다.


계엄군의 체포 대상이었던 현직 판사는 서울중앙지검 김동현 부장판사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의 재판장이었는데, 재판부는 지난달 25일 무죄를 선고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조지호 경찰청장은 특수단 조사에서 "지난 3일 계엄 선포 직후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정치인 등 15명가량의 위치를 추적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며 그중에는 김동현이라는 현직 판사도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조 청장이 이름이 생소하여 "누구냐"고 물으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무죄를 선고한 판사"라는 답변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체포 대상자로 알려진 인물은 우원식(국회의장), 이재명(민주당 대표), 박찬대(민주당 원내대표), 김민석(민주당 최고위원), 정청래(국회 법사위원장), 한동훈(국민의힘 대표), 조국(조국혁신당 대표), 김어준(방송인), 김명수(전 대법원장), 권순일(전 대법관), 양정철(전 민주연구원장), 조해주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양경수(민주노총 위원장),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 등이었다. 여기에 현직 판사가 포함된 상황이다. 명단이 더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명단이 알려지기 시작한 지난 6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저도 조금 전 뉴스를 보고 그 이름을 봤지만 저 역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만약 사실이라고 하면 매우 부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오마이 김종훈 기자 >

 

김민석, ‘김동현 판사’ 체포 명단 보도에 “이재명 재판 정리 의도”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12.3 윤석열 내란사태 특별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3일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김동현 판사가 계엄 당시 체포 명단에 포함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이재명 대표 (재판) 건도 한 1∼2개월 안에 다 정리하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를 빌미로 이재명 대표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비상계엄 때는) 심지어 단심제로 처리할 수 있는 그런 틀이 되기 때문에 김동현 판사의 위증 무죄 건은 이 또한 사법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우겨서 만들어내고 그다음 재판을 바로 신속하게 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계엄이 그때 국회(의원) 150명을 다 채우지 못해서 해제를 못 하게 하는 상황이 됐다면 이러저러한 명분, 예를 들어 남북관계에서의 충돌이라든가 등을 만들면서 계엄을 몇 개월 이상 장기화했을 것”이라며 “여러 가지 본인이 처리하고 싶은 모든 재판을 계엄 하에서 입법·사법·행정권을 다 장악한 후에 거기서 처리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조지호 경찰청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난 3일 계엄 선포 직후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정치인 등 15명 가량의 위치를 추적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며 그중에는 김동현이라는 현직 판사도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알려졌던 체포명단은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조국 전 대표, 정청래 민주당 의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조해주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이학영 국회부의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방송인 김어준씨,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 김민석 민주당 의원,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었다. 야당 대표의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현직 판사도 체포 대상 명단에 있었다는 의혹은 이날 처음 알려졌다. < 한겨레 기민도 기자 >

 

“여인형, ‘이재명 무죄’ 판사도 위치추적 요청”…경찰청장 진술

 
 
조지호 경찰청장(맨 왼쪽)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군방첩사령부가 경찰에 위치추적을 요청한 대상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현직 판사가 포함된 사실이 드러났다.

내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지호 경찰청장의 변호인인 노정환 변호사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위치추적을 요청한) 15명 명단을 방첩사령관이 쭉 불러줬는데 (조지호 청장이) 한명 모르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위증교사 사건에 무죄 선고한 판사”라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장인 김동현 부장판사로 추정된다.

앞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어진 여 사령관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김민석 최고위원,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방송인 김어준씨,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의 위치 추적을 요청받았다고 증언했다.

여기에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현직 부장판사가 추가된 것이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기사회생했던 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이끌었고 권순일 전 대법관은 이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뒤 ‘정리’할 대상으로 주요 정치인뿐만 아니라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사들도 겨냥했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조 청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은 이날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 한겨레 김가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