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지지율 11% ‘취임 후 최저’…탄핵 찬성 75%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국회에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탄핵소추안 표결 직전까지도 현직 대통령의 권한을 적극 행사하며 국정 운영 의지를 피력하려는 모습이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윤 대통령은 전날 국회에 ‘대법관 마용주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서 “대법관 임기 만료에 따라 다음 사람을 후임 대법관으로 임명하고자 국회의 동의를 요청한다”고 적었다. 행정 절차상 필요에 따른 소극적 권한 행사로 볼 수 있는 면직안 재가가 아닌, 적극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오는 27일 퇴임하는 김상환 대법관의 후임으로 마용주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난달 26일 윤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후임으로 지명한 최병혁 주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가 장관직을 고사하자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을 재차 후임으로 지명하려던 것도 드러났다. 한 의원은 이날 한겨레에 “(국방부 장관직을) 고사했다. 누가 이 상황에서 장관을 하겠냐”고 말했다. 장관 임명은 대통령 권한 중에서도 적극적인 권한 행사로 볼 수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측근들에게 “부적절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대국민 사과 담화 이후에도 윤 대통령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의 면직을 재가한 바 있다. 전날 대국민 담화를 마친 직후에는 지난 1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률안 21건, 대통령령 21건을 재가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전날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 내란 특검법에 대해서도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한겨레 장나래  서영지 기자 >

윤석열, 담화 뒤 보란 듯 권한 행사…국무회의 안건 42건 재가

  

12일 대국민담화로 닷새 만에 모습을 드러낸 ‘12·3 내란사태’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률안·대통령령(시행령)안을 이날 재가했다.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정상적으로 국정을 수행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

법제처 설명을 들어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지난 1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률안 21건, 대통령령 21건을 재가했다. 대통령이 재가한 안건은 법제처를 통해 법률안을 국회로 보내거나, 관보게재 뒤 공포하는 절차를 밟는다.

지난 7일 비상계엄선포에 대한 대국민담화를 한 뒤 주로 관저에 머물렀던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 도착해 방송으로 송출된 대국민담화 영상을 녹화하고, 국무회의 안건을 재가한 것으로 보인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심의 안건은 통상 당일 대통령이 재가하지만 이번에는 이틀 동안 재가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며 “탄핵하든, 수사하든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날 국무회의 안건을 재가한 것도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변하며 탄핵소추안 표결 전에 정상적으로 국정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겨레  이승준 기자

 윤석열 담화에 시민들 ‘충격과 분노’…“이번주 무조건 끝내야 한다”

 
시민들이 12일 저녁 6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시민촛불’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정인선 기자
 

“따뜻한 전기장판과 포근한 이불 속에서 좋아하는 게임을 하고 싶다는 게 무리한 요구입니까!”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 깃발을 들고 발언대에 오른 지승호(24)씨 말에 집회 참가자들이 터트린 웃음은 뒤이은 지씨 말에 잦아들었다. “집에 누워만 있고 싶은 저도 일어나서 탄핵을 외치고 있고, 여성, 청소년, 성소수자, 장애인, 노약자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가 나와 한 목소리로 탄핵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지금 무얼 하고 있습니까.” 이어 지씨가 말했다. “오늘 대국민 담화를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더는 탄핵을 미뤄선 안 됩니다. 내일 당장에라도 끌어내려야 합니다.”

12일 저녁 6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시민촛불’ 집회에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고나린 기자

국민의힘 의원들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 불참 이후 매일 같이 이어지고 있는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시민 촛불’ 집회에 12일에도 응원봉과 촛불을 든 시민 6만명(주최쪽 추산)이 모여들었다. 소녀시대의 노래 ‘다시 만난 세계’를 함께 부르고, “윤석열을 체포하라”, “내란 동조 중단하라”고 외쳤다.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29분짜리 대국민 담화에 대해 분노와 충격이 노래와 구호 사이 넘실댔다.

시민들이 12일 저녁 6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시민촛불’ 집회 현장에 차려진 ‘탄핵 커피차’ 앞에 줄을 서 있다. 고나린 기자

시민들은 조목조목 윤 대통령 담화를 비판했다. “은평구민이자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페미니스트”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서진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담화에서 ‘간첩 지배 세력에게 지배받고 싶으냐’고 하던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을 모르는 것 같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지배받는 대상이 아니라 고유의 가치관과 신념, 정치적 주체성을 가진 주권자”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온 김종섭(61)씨도 “자영업을 하는데 장사도 안되고 경제를 살리려면 이번 주에 무조건 탄핵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해 나오게 됐다”며 “오늘 담화를 보고 엄청 화가 났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 본인 편이 없는데 대체 누구랑 같이 싸우겠다는 것인지 황당하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이번 주에 끝내지 않으면 다 함께 국민들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나, 장지영씨가 12일 저녁 6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시민촛불’ 집회에서 손뜨개로 직접 만든 촛불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고나린 기자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초래한 혼란으로 생계와 일상이 마비된 데 불만을 터뜨리는 이들도 있었다. 손뜨개로 직접 만든 촛불을 들고 수원에서 온 자영업자 장지영(39)씨는 “정치에 대해 대단히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코로나 때보다도 훨씬 크게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만 해도 먼 이야기로 느껴졌는데, 이번에는 비상계엄 다음날 손님이 2명밖에 오지 않아 심각성이 피부로 와 닿아 집회에도 나왔다”고 말했다.

집회에 나온 시민들은 곳곳에서 핫팩, 응원봉 등 물품을 나누며 서로 힘을 북돋웠다. 한 시민은 사비를 털어 ‘탄핵 커피차’를 운영하며 집회에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커피를 제공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도 백설기 1000인분을 준비해 집회 참가자들에게 나눠줬다. 전공노 관계자는 “모두가 함께 민주주의를 바로잡기 위해 애쓰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떡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 한겨레 정인선  고나린 기자 >

전국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12일 저녁 6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시민촛불’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떡을 나눠주고 있다. 정인선 기자

 

윤 대통령 지지율 11% ‘취임 후 최저’…탄핵 찬성 75%

 
                        12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담화를 텔레비전으로 보고 있다. 연합
 

‘12·3 내란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11%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은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살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5.8%), 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11%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주 조사(16%)보다 5%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다. 부정 평가는 85%로 지난주보다 10%포인트 상승하며 역시 취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정평가 사유로는 ‘비상계엄 사태’가 절반에 가까운 49%로 가장 높았고, 이어 ‘경제·민생·물가'(8%), ‘전반적으로 못한다'(6%)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국회에서 추진되는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75%로 반대한다(21%)는 답보다 세 배 이상 많았다. 전통적인 지지층인 대구·경북에서도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2%로 반대(33%)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12·3 내란사태가 ‘내란이다’라고 본 응답은 71%, ‘내란이 아니다’라고 답한 응답은 23%를 각각 기록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내란이 아니라는 응답이 68%로 내란이라는 응답(22%)보다 높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조기퇴진을 내걸며 국무총리와 여당이 협의해 국정 운영 방향을 제시한 것에 대해서도 부정평가가 많았다. 해당 방안에 대해서 응답자 68%이 반대했고, 23%가 찬성했다. 이에 대해 갤럽은 “이 방안이 호응을 얻지 못한 이유는 첫째로 대통령 직무가 즉각 정지되는 탄핵 찬성자가 많고, 둘째로 대통령이 촉발한 비상계엄 사태를 중범죄인 내란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며 “셋째로 제안자이자 운영 주체인 국무총리와 여당 대표에 대한 신뢰 수준이 낮은 점을 들 수 있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전주보다 3%포인트 하락한 24%,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전주보다 3%포인트 오른 40%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결과의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 한겨레 서영지 기자 >

윤석열 가짜 출근·상습 지각에…고통 시달린 경찰, 불편한 시민

 
 
지난달 29일 오후 1시9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실제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진짜 출근’ 차량 행렬(붉은 동그라미)이 이동하고 있다. 경찰청 도시교통정보센터 폐회로티브이(CCTV) 영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 시간대에 빈 차량을 보내는 이른바 ‘가짜 출근’ 정황의 배경에는 잦은 지각이 있었다. 출근 시각이 불안정하다 보니 서울 한남동 관저와 용산 대통령집무실을 지키는 경찰들은 윤 대통령이 언제 출근할지 몰라 불필요하게 대기하면서 업무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이었다. 관저 주변 잦은 교통 통제로 불편을 감수해야 했던 시민들도 분통을 터뜨렸다.

한겨레가 11월6일부터 12월6일까지 주말과 대통령 국외 순방을 제외한 18일 동안 윤 대통령의 출근을 확인한 결과, 오전 9시 이전 출근은 두차례밖에 되지 않았다. 이 기간 가짜 출근으로 추정되는 차량마저 아침 9시가 넘어 뒤늦게 출발하는 사례가 목격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언제 관저를 나설지 경찰들도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출근 시각을 알 수 없어 관저에 있는 차량이 오전 9시까지 기다리다가 윤 대통령이 나오지 않으면 가짜 출근 차량마저 지각 출발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관저와 대통령실 인근에 배치된 경찰들은 윤 대통령의 불규칙한 출근에 여러차례 불만을 토로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었던 지난달 14일 오전 10시께 관저 인근에 있던 한 경찰은 동료에게 “원래 10시에 나가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동료 경찰이 “수험생들 때문에 11시에 간다는 것 같다”고 하자 “(근처에 수능시험을 보는) 학교도 없는데 핑계도 좋네”라고 말했다. 순방이 예정된 이날 윤 대통령이 관저에서 출발한 시각은 오전 11시31분이었다. 지난 6일 오후 1시30분께 대통령실 인근 커피숍에서 대기하던 경찰은 동료에게 “이런 거 미리 좀 알려주면 안 되나? 나오려면 나오고, 아니라면 나오지 말라고 해야지”라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같은 날 오후 3시30분께 커피숍을 찾은 경찰은 동료에게 “아침 8시부터 계속 대기하고 있는 중”이라며 불만을 털어놨다. 이날 윤 대통령은 결국 일과 시간 중에 출근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출근을 기다리며 계속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건강이 크게 나빠졌다고 말하는 경찰도 있었다.

예측 불가능한 근무에 회의감을 느끼는 경찰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저와 대통령실을 잇는 도로에서 교통신호를 조작하는 업무는 집회·시위 관리나 치안 업무를 지원하는 경찰기동대가 맡는다. 이들은 신호등마다 배치돼 ‘표준 교통신호제어기’를 이용해 윤 대통령 차량이 지나가는 동안 직접 교통신호를 조작한다. 이들 역시 윤 대통령이 언제 출근할지 몰라 ‘무한 대기’를 해야 한다. 심각한 경찰력 낭비다.

시민의 불편도 크다. 관저 앞 한남대로는 서울시민뿐 아니라 경기도민의 주요 출퇴근 구간이다. 관저 인근 순천향대학병원 정류장에는 성남·용인·수원 지역의 직장인을 태운 광역버스가 줄지어 정차한다. 이런 곳에 관저가 들어서고 출근 시간대 교통 통제가 이뤄져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서울 한남동 건물에 입주해 있는 업체 대표는 한겨레에 “아침에 일찍 작업을 나가야 해서 마음이 급한데 항상 교통이 통제돼 피곤했다. 주변 경찰에 물어보니 ‘저거 빈 차다. 대통령 안 탔다’고 하더라”며 “실제 출근도 아닌 빈 차였다니 더 화가 났다”고 말했다. 서울 약수동에서 용산구 쪽으로 출근하는 홍아무개(49)씨는 “관저 인근에서 수시로 신호 통제를 해서 종로 쪽으로 우회해 출근하는 경우가 잦았다. 대통령 이동이라고 하니 참았던 것인데 가짜 출근이었다니 너무 황당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의 지각 출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집에서 대통령실로 출근했던 취임 초부터 ‘지각 출근’으로 비판받았다. 인터넷 언론인 서울의소리가 지난해 10~11월 윤 대통령 출근을 취재했을 때도 상습 지각이 확인됐다. 한겨레 취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윤 대통령의 오전 9시 이전 출근은 국가조찬기도회(아침 7시30분)가 있었던 지난달 11월22일과 같은 달 27일뿐이었다. 외부 일정이 있는 날은 관저에서 바로 행사장으로 출발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이른둥이 지원 간담회(오전 10시30분)가 있었던 지난달 28일 윤 대통령 차량은 오전 9시53분에 관저 입구를 빠져나왔다. 결국 윤 대통령은 취임 뒤 2년7개월 동안 상습적으로 지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직 경찰 고위 간부는 “(2022년 11월) 도어스테핑이 폐지된 뒤 윤 대통령이 늦게 출근하는 일이 잦아졌고 그때부터 차량 행렬을 두번씩 내보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 한겨레 김채운  채윤태  정환봉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