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에돌아 김용현이 정점…그 아래 만 뒤지기
여인형 계엄 10일 뒤 구속 영장 청구, 나머진 제외
계엄 가담 군인, 국무위원들이 이어가는 '자유발언'
수사, 신병 확보 하세월…군 직무정지조차 '안단테'
급기야 헌재법 51조에 의한 '탄핵 무산설'까지 유포
12.3 비상계엄 수사를 도맡으려는 검찰이 빠른 행보를 보인다. 적어도 그렇게 비친다. 그러나 온갖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은 13일 전 국군방첩사령관 여인형(이하 여인형)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수본은 앞서 10일부터 이틀 동안 방첩사를 압수수색했다. 12일에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와 이진우 전 사령관(이하 이진우)의 집과 집무실에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11일에는 특수전사령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그런데 내란 수괴로 지목되는 대통령 윤석열은 한사코 피해간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국수본 특수단)의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압수수색이 무산되는 과정을 강 건너 불 보듯 했다. 전 국방장관 김용현(이하 김용현)을 정점으로 그 아래 선에 대한 수사에 코를 박고 있다. 습관적 '언론 흘리기'를 통해 최대주의 수사를 해오던 검찰의 지극히 이례적인 최소주의 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의 '새치기'는 계속됐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경찰이 먼저 신청한 특전사와 수방사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자신들이 나섰다. 때문에 경찰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보도다. 국수본 특수단은 지난 9일 대통령실과 경찰청,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 특전사, 수방사 등 총 6곳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이 중 특전사와 수방사 압수수색은 검찰이 영장 청구를 하지 않음에 따라 불발됐다. 영장은 경찰이 신청하고, 검찰이 법원에 청구한다.
검찰은 앞서 경찰이 김용현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갑자기 김용현을 '긴급' 체포해 신병을 먼저 확보했다. 검찰 수사의 자의적인 속도 조절이 의심되는 정황이다.
박세현 특수본 본부장은 지난 8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라면서 "국민 여러분께서는 믿고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검찰이 특수본을 구성한 것은 지난 6일. 그러나 김용현은 8일 오전 1시 30분쯤 검찰에 '자진 출두'하기 전 휴대폰을 바꾸고, 변호사 상담을 할 여유가 있었다. 검찰이 벌어준 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의 '엄정한 수사의지'를 신뢰하기 어려운 또 다른 근거다.
검찰이 13일 '전격' 구속영장을 청구한 여인형은 비상계엄 선포 뒤 열흘 동안 '자유의 몸'이었다. 최고 사형에 처해지는 내란 사건의 중요 용의자 수사가 한가하기 짝이 없다. 김용현만 잡아들였을 뿐 전 계엄사령관 박안수(이하 박안수)와 전 특전사 사령관 곽종근(이하 곽종근), 전 정보사 사령관 문상호(이하 문상호), 이진우 등 계엄군 지휘부의 신병은 여전히 확보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가 급한 대로 직무정지 조처를 하고 있지만, 그 속도 또한 안단테다. 여인형, 곽종근, 이진우(6일), 문상호(10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12일)을 각각 직무정지했다. 이어 12일 방첩사 1처장 정성우, 수사단장 김대우, 특전사 제1공수여단장 이상현, 제3공수여단장 김정근, 제9공수여단장 안무성, 707 특임단장 김현태, 특수작전항공단장 김세운 등을 직무정지했다. 수방사 군사경찰단장 김창학은 출국금지를 조처했다. 그 사이 여인형(9일)과 김현태(10일) 등은 개인 입장문을 발표하거나, 국회에 출석해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몰랐다, 아니다, 명령이었다, 송구하다"라는 서술 구조가 짜맞춘 듯했다. 계엄 전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총리 한덕수 이하 국무위원들도 마찬가지다.
의혹의 일단은 10일 곽종근의 양심고백으로 확인됐다. 지난 1일 김용현으로부터 비상계엄 대비 지시를 받았다는 것. "비상계엄, TV 보고 알았다"라는 여인형 등의 말이 허위 증언이었음이 판명됐다. 인지 시점을 3일로 하자는 공모가 있었던 것. 군 지휘부가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을 사전에 알고도 가담한 데 이어 해제 뒤에도 입을 맞춰 국민과 국회를 우롱한 죄는 절대 가볍지 않다. 그런데도 수사권을 틀어쥔 검찰은 신병 확보를 미루고 있다.
군형법 제5조(반란)는 '작당하여 병기를 휴대하고 반란을 일으킨 사람'에 대해 수괴를 사형하고,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사람을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도록 명시한다. 맞다. 군인은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그러나 군형법 제44조(항명)는 복종해야 할 대상을 '상관의 정당한 명령'으로 규정한다. 위헌, 위법 비상계엄이 정당한지에 대한 판단을 안 한 것 역시 죄가 된다. '반란을 알고도 상관 또는 그 밖의 관계관에게 지체 없이 보고하지 않아도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제9조, 반란불보고).' 지난 1일 비상계엄을 인지하고 군권의 정점인 '상관(김명수 합참의장)'에게 보고한 이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역 군인은 당장이라도 전원 구속, 군검찰의 수사를 거쳐 군사재판에 회부 해야 마땅하다. 검찰은 이 또한 막거나, 보류시키고 있다. 특수본에 파견된 군 수사관을 함께 지휘하고 있다는 명분에서다. 아무리 사상 초유의 군통수권자에 의한 내란 음모라고 하더라도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다.
그렇지 않아도 '검사 대통령' 탄생 이후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는 땅에 떨어진 상태. 그 때문인지 온갖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민적 불안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당 친윤계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헌법재판소법 제51조 활용론이 대표적이다.
헌재법 제51조(심판절차의 정지)는 '피청구인에 대한 찬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개연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검찰이 군 지휘부와 김용현 수사를 에돌아 윤석열에 대해 내란 혐의로 기소하고, 탄핵심판 청구 역시 '내란'을 명시할 것이기에 '동일한 사유의 형사소송'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헌재의 2021년 10월 28일 전원재판부 결정문은 제51조 해석과 관련, 헌재의 재량적 판단을 허용하지만, "이에 반해 탄핵절차가 개시된 경우 동일한 사안에 대한 형사소송의 진행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적시한 바 있다. "탄핵결정으로 인한 파면이 피청구인의 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헌재가 판사(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심판청구를 각하하면서 내린 '결정'이기에 대통령 윤석열 탄핵에도 적용할지 두고봐야 한다.
국가 정상상태에서 처음 발동된 비상계엄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윤석열은 12.12 대국민 담화로 국민적 분노에 불을 질렀다. 검찰의 의도에 대해 여러 의혹이 쏟아지는 것 자체가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 또는 불안감을 반영한다.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모든 의혹을 불식시켜야 할 당사자는 검찰이지만… < 민들레 김진호 기자 >
검찰, 경찰 ‘김용현 대면조사 요청’ 거부…수사 난맥상
김용현·여인형 진술 내용 공유도 거부
12·3 내란사태 수사를 둘러싼 검경의 주도권 싸움 속에서 검찰이 먼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신병을 확보한 가운데, 검찰이 김 전 장관을 대면 조사하게 해달라는 경찰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피의자신문조서라도 열람하겠다는 경찰 요구도 거부했다.
1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찰은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의 내란 혐의 수사 과정에서 검찰에 김 전 장관 대면 조사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경찰은 대면 조사가 어렵다면 김 전 장관의 피의자신문조서라도 열람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 역시 보안 등의 문제로 거부됐다고 한다. 이후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진술 내용 공유 요청도 검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의 수사 협조 거부로 경찰은 두 청장의 구속영장 신청서에 김 전 장관과 여 전 사령관의 진술을 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피의자인 두 사람의 진술은 이번 수사에서 중요 자료로 꼽힌다. 김 전 장관은 두 청장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3시간전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서울 삼청동 안전가옥에서 장악 대상 기관 등 서면지휘서를 받을 때 배석했던 인물이다. 조 청장은 여 사령관으로부터 정치인 등 주요인사 위치 추적을 요청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경찰은 ‘수사 난맥상’ 우려에 대해 “기관 간 협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사실상 검경의 협업은 요원해 보인다. 이미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법원에 청구하지 않고 같은 내용의 영장을 발부받아 직접 수사에 나서는 등 두 기관의 신경전은 이어지고 있다. < 한겨레 이지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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