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집회부터  시민들 한데 모이는 촛불대행진이 이어져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김건희 여사 특검 투표 결과를 대형 화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백만 시민의 간절한 바람을 담은 외침에 국회가 ‘탄핵 가결’로 응답하는 ‘한국 민주주의의 드라마’는 마침내 펼쳐질까.

12·3 내란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된 14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여지 없이 청년, 노동자, 언론인 등 기본권을 침해당할 위기에 놓였던 이들의 사전 집회, 이들이 한데 모이는 촛불대행진이 이어진다.

전국 150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윤석열퇴진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여의도에서 ‘범국민 촛불대행진’을 열어 국회에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압박한다. 비상행동은 “100만명이 넘는 수많은 인파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 최대한 많은 시민들이 안전하고 평등하게 집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비상행동은 자체적으로 100여명이 넘는 질서유지팀을 운영하기로 했고, 서울시와 서울경찰청 등에 인파밀집 구역 안전관리, 교통약자 접근권 보장, 성추행·폭행·집회방해 행위 차단, 화장실 확보 등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청소년들은 당산역에서(낮 12시), 언론인들은 여의도 한국방송(KBS) 본사 앞에서(낮 1시30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국회 정문 앞에서(낮 1시30분) 집회를 열고 촛불대행진에 합류한다. 청년단체들도 낮 1시30분 여의도 공원 태극기 게양대 앞에서 ‘시민 참여 수다회’를 열고 참담했던 기억과 바람, 희망을 이야기한 뒤 국회 앞으로 향한다.

영하를 오르 내리는 날씨, 시민들은 ‘품앗이’로 바람 부는 집회 현장을 난다. 누리꾼들은 집회 현장 인근 편의시설 정보와 추위에 대비하기 위한 방한 용품 등을 공유했다. 집회 참여 경험이 적은 청년들 사이에선 ‘현장에서 데이터가 안터지니 귀가 루트 등 이미지로 저장하라’거나 ‘지하철·버스 무정차 가능성 염두하라’는 등의 팁이 담긴 ‘2024 첫 집회 참가자 가이드’가 공유되고 있다. 집회를 위해 영·유아 기저귀 교체나 수유 등을 위한 ‘키즈 버스’를 대절한 시민도 있다.

‘새참’도 충분하다. “집회 가시는 분들 위해 김밥 100줄 선결제했습니다∼” “약국에 피로회복제 100병 선결제해뒀어요!” 국회의사당역 근처 식당·카페 등에 14일 집회를 앞두고 집회 참가자에게 제공할 식사와 간식, 음료 등을 미리 결제해둔 선결제 소식을 모아 정리한 ‘시위도 밥먹고 선결제 나눔 지도’도 나왔다. 가수 아이유는 빵 200개, 음료 200잔, 떡 100개, 국밥 200 그릇 등을 준비해 장소를 공식 팬카페에 공지했다.

서울시의사회와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은 혹시 모를 안전 사고에 대비해 집회현장에 ‘의료지원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집회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위해 직원 250여명을 비상소집해 ‘학생안전대책반’을 가동한다.           < 한겨레 이지혜 기자 > 

[요약]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내란범 윤석열 탄핵 전국 긴급행동’ 집회가 열려 응원봉과 손팻말을 든 참가자들이 탄핵을 외치고 있다. 김영원 기자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

의안번호 6448

발의연월일: 2024. 12. 12.

발의자: 박찬대·황운하·천하람·윤종오·용혜인·한창민 의원 등 190인

주문

헌법 제65조 및 국회법 제130조의 규정에 의하여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을 소추한다.

피소추자

성명: 윤석열

직위: 대통령

탄핵소추의 사유

피소추자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인바, 2024. 12. 3. 22:30경 헌법과 법률에 위배하여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과 경찰을 동원하여 국회를 봉쇄, 침입하여 헌법기관인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권 행사를 방해하는 등 국회의 활동을 억압하였다.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위법하게 침입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정치인, 언론인 등의 불법체포를 시도하였다. 피소추자는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그 요건과 절차를 위반하여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무장한 군과 경찰을 동원하여 국회를 침입하는 등 국회와 국민을 협박하고 폭행하는 일련의 폭동을 일으킴으로써 대한민국 전역의 평온을 해하는 내란죄를 범하였다. 이에 피소추자를 대통령의 직에서 파면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고 손상된 헌법 질서를 다시 회복하기 위하여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

구체적인 탄핵소추 사유는 다음과 같다.

I. 위헌·위법한 비상계엄과 국헌문란의 내란 범죄 행위

1. 비상계엄의 준비

피소추자는 정부에 대한 헌법상의 견제권을 행사하는 국회에 불만을 갖고 비상계엄 선포를 통하여 국회를 무력화시키기로 마음먹고, 2024. 11.경 방첩사령관 여인형으로 하여금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시 대통령의 거부 권한이 있는지, 계엄사령관으로 합동참모본부 의장 대신에 각 군 총장을 임명할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하게 하였다. 방첩사령관 여인형은 피소추자의 지시에 따라 위 내용을 검토하고, 1980. 5. 17. 이희성 계엄사령관이 발표한 계엄포고령 10호 전문을 확인하는 등 추후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비하였다. 국방부장관 김용현은 2024. 12. 1. 육군 특수전사령관 곽종근에게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기 위하여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꽃(방송인 김어준이 설립한 여론조사기관) 등을 확보·봉쇄하라는 지시를 하였다. 피소추자는 계엄 직전 계엄사령부가 발표할 포고문을 직접 검토하고 수정한 후 육군참모총장에게 하달하였으며, 2024. 12. 3. 19:00경 경찰이 장악할 대상 기관과 인물이 적힌 문서를 경찰청장에게 하달하기도 하였다.

2. 전국 비상계엄 선포

피소추자는 2024. 12. 3. 22:30경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국 비상계엄을 선포하였다.

3. 계엄사령부 포고령

2024. 12. 3. 23:00경 계엄사령관 육군대장 박안수 명의의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이 발표되었다.

4. 무장 병력에 의한 폭동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계엄사령부 포고령이 발표된 후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모여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경찰이 국회를 봉쇄한 가운데 계엄군이 국회 내부로 진입하였다. 총기를 휴대한 계엄군이 국회 본청 유리창을 깨고 국회 직원들을 위협하였다. 피소추자는 국회의장, 국회의원 등 정치인, 전 대법원장 및 전 대법관 등 법조인, 방송인, 시민사회 인사 등에 대한 체포를 지시하였다. 계엄군은 체포될 인사들을 수감할 장소를 물색하였고, 법무부는 교정본부 소속의 동부구치소에 체포될 정치인과 언론인 등을 수감하기 위하여 장소를 마련하려고 하였다.

5. 국민의 저항과 국회의 신속한 의결로 계엄 해제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국회의원들은 2024. 12. 4. 01:00경 재석 190명 전원의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하였다. 피소추자는 국회의 결의에 따라 지체 없이 해야 할 비상계엄 해제를 지연하다가 2024. 12. 4. 05:40경 계엄 해제를 발표하였다.

II.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

1.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 위법

가.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 위반

비상계엄의 선포는 ①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는 경우이어야 하며, ②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헌법 제77조 제1항 참조). 계엄법은 비상계엄의 실체적 요건으로,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시 적과 교전(交戰)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攪亂)되어 행정 및 사법(司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계엄법 제2조 제2항).

그러나 2024. 12. 3.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전까지 전쟁의 발발이나 국토 참절, 국헌문란 목적을 가진 무장 반란집단의 폭동, 무장 또는 비무장 집단이나 군중에 의한 사회질서 교란 상황이나 자연적 재난으로 인한 사회질서 교란 상태가 전혀 없었으며, 그 징후조차 없었다. 비상계엄의 실체적 요건으로서 국가비상사태는 이미 발생한 경우에 한하며, 그 발생이 예견되는 데 지나지 않은 경우는 포함하지 않는다.

또한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경찰력만으로 비상사태를 극복할 수 있는 경우에는 계엄을 선포할 수 없으며, 병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비상사태의 극복이 불가능한 경우에 한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그러나 2024. 12. 3.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전까지 국가비상사태로 볼 만한 어떠한 이상 징후도 찾아볼 수 없으며, 반드시 “병력으로써” 이에 응해야만 했던 어떠한 상황도 없었다. 2024. 12. 3.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나.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 위반

비상계엄을 포함하는 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은 ① 국무회의 심의(헌법 제89조 제5호), ② 국방부장관 또는 행정안전부장관의 국무총리를 거치는 건의(계엄법 제2조 제6항), ③ 계엄선포시 공고 절차(계엄법 제3조), ④ 계엄사령관 임명시 국방부장관 추천 및 국무회의 심의(계엄법 제5조 제1항), ⑤ 계엄선포시 지체 없는 국회 통고(헌법 제77조 제4항), ⑥ 헌법상 문서주의와 부서제도(헌법 제82조) 등이다.

①과 관련하여, 국무회의가 사실상 부재하였다. 2024. 12. 3. 비상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는 5분 만에 종료됐다. 당시 참석한 국무위원 상당수가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피소추자는 대국민담화 시작 1분 전에 국무회의를 끝내고 계엄 선포를 발표했다. ②와 관련하여, 한덕수 국무총리는 2024. 12. 11.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계엄 안건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정식 건의도, 정식 심의도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국무총리의 건의가 없었다. ③과 관련하여, 비상계엄 선포 전후 대통령에 의한 어떠한 계엄 공고도 확인되지 않으며, 관보에도 해당 공고를 찾아볼 수 없다. ④와 관련하여, 계엄사령관 임명에 국방부장관의 추천절차를 거쳤는지, 계엄사령관 임명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쳤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⑤와 관련하여,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에 대한 통고는 없었다. ⑥과 관련하여, 2024. 12. 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문서로써 행한 국법상 행위나 부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 소결

결국 피소추자의 2024. 12. 3. 전국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과 계엄법의 실체적 요건과 절차적 요건을 전혀 갖추지 않았다. 이로써 피소추자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였고 그 정도는 매우 중대하다.

2. 내란(우두머리)에 해당하는 국헌문란행위

피소추자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인바, 자신과 배우자인 김건희의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의혹 및 정국 운영의 실패로 인해 피소추자에 대한 국민의 신인도가 추락하고, 지지도가 낮아지자, 국민의 투표에 의해 형성된 여소야대의 국회가 행사하는 대통령에 대한 견제권 행사를 내란을 획책하는 반국가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무장한 군대와 경찰을 동원하여 국회를 무력화시키고 자신이 처한 곤경을 타개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내란의 우두머리(수괴)로서, 국방부장관 김용현, 법무부장관 박성재,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 계엄사령관 육군대장 박안수, 방첩사령관 여인형, 수도방위사령관 이진우, 특수전사령관 곽종근, 경찰청장 조지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추경호 등과 공모하여, 헌법기관인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권을 포함한 국회의 정상적인 활동과 권한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고자 하는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군과 경찰을 이용하여 무력으로 국회를 봉쇄·진입함으로써 대한민국 전역의 평온을 해하는 등 무장·폭동하고, 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과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비상계엄 선포를 함으로써 국가원수의 권한인 계엄선포권을 남용하여 국회의원의 의결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등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고자 위험한 물건인 헬기, 군용차량, 총기로 무장한 계엄군과 경찰 병력을 동원하여 국회의원, 국회 직원을 폭행하는 등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

III. 헌법 및 법률 위반의 중대성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해악이 중대하여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커야 한다.

대통령은 국가의 존립을 보장할 책무가 있는 국가원수이며 국군의 통수권자이다.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은 이러한 대통령의 권한이 형사절차에 의해 방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이다. 따라서,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 내란죄를 저지른 경우에 대통령에게 부여된 불소추특권이 박탈된다. 대통령이 내란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민주주의가 법치주의에 다시 양보를 하여 엄정한 사법절차가 개시되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피소추자는 내란죄의 우두머리이며, 내란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이다. 피소추자의 내란 행위, 비상계엄선포권의 남용은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 헌법과 법률의 중대한 위반으로 그의 파면을 정당화한다.

IV. 결론

피소추자의 위헌, 위법의 비상계엄 선포와 군과 경찰을 사용한 폭동은 형법상 내란죄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을 구성하며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을 광범위하게 그리고 중대하게 위배한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대통령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국민은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는 대통령의 행사를 용서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민은 민주공화국의 국민주권주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원칙을 이 탄핵소추로써 확인하고자 한다.

열쇳말

 

국헌문란: 국헌은 나라의 근본이 되는 법규, 즉 헌법을 의미한다. 국헌문란은 헌법 질서를 파괴한다는 뜻으로, 형법 제91조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1.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2.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위법이고, 계엄군이 헌법기관인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침입·봉쇄한 것은 국헌문란의 두가지 정의에 해당된다는 게 야당과 다수 헌법학자들의 의견이다.

 

내란죄: 형법 87조는 내란죄를 ‘대한민국 영토에서 국가권력을 배제(‘국토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으로 규정한다. 내란 우두머리(수괴)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로, 내란 모의에 참여·지휘하거나 중요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로 처벌한다.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로 보고 있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중요 임무 종사자로 보고 지난 11일 구속했다.

 

형사상 불소추특권: 헌법 84조는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저지른 게 아니면, 재직 중 형사상 기소나 재판을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혐의는 내란죄여서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촉구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 권우성


"12월 7일 탄핵안 통과 안 되는 거 보고 나서 오늘까지 매일 저녁 나왔어요. 계속 추워진다는데 다음주엔 더 안 나와도 됐으면 좋겠어요." - 강아무개(여·23·경기도 용인)씨

"어제 대통령 담화 보고 오늘은 꼭 가야겠다 싶어서 왔어요. 가족들이 밤에 잠들기 전에 또 무슨 일 일어날지 모른다고 불안하다고 하는데, 제가 '사람들이 밤에 나와서 감시할 테니까 괜찮을 거야'라고 했어요." - 황아무개(여·21·서울 송파)씨

12.3 내란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국회 탄핵안 표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 여의도방면 3~4차로가 국회 정문 건너편부터 여의도공원 주변까지 형형색색 응원봉으로 꽉 들어찼다. 수십만 인파는 오후 9시 30분 현재까지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탄핵 이브"라 불린 이날 응원봉 집회의 주축은 조직된 노동조합도, 시민단체도 아닌 큼지막한 헤드폰을 목에 걸고 가방을 메고 통 큰 바지를 입고 모여든 20대 청년들이었다. 이번 내란 사태 이전까지 도심 집회에서 어김없이 흘러 나오던 민중가요 대신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와 <소원을 말해봐>,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APT)>, GOD의 <촛불하나>,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같은 K팝 떼창이 국회와 국민의힘 당사 앞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영하의 날씨 속에 털모자와 털장갑, 망토로 몸을 싸맨 청년들은 쿵쿵거리는 리듬에 맞춰 허리를 들썩이고 노랑·파랑·보라·하양·핑크·자주색 응원봉을 든 팔을 위 아래로 휘저으며 환호했다. 청년들은 가사가 빈 사이사이에 "윤석열 탄핵", "국힘당 해체"를 외치며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행진했다. 응원봉 대신 빵집에서 사온 긴 바게뜨 빵이나 크리스마스 장식용 리스를 흔드는 청년들의 모습도 보였다.

시위 행렬 중간중간 펄럭이던 깃발들도 응원봉의 색깔만큼이나 다양해지고 새로워진 젊은 세대를 대변하고 있었다. 청년들이 든 깃발에 쓰인 문구들은 더 이상 기존에 보이던 조직 단체들의 이름이 아니었다.

'전국 설명충 연합회' /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 '트위터라 부르는 사람들' / '마인크래프트 광질 연합' / '대한오타게진흥연합회' / '이불 밖은 데인졀' / '전국수족냉증연합' / '달팽이들' / '나루토 달리기 동호회' / '헬9호선' / '걸을 때 휴대폰 안보기 운동본부' / 'Dive in Love…' / '홍대 지하 인디밴드 부흥 위원회' / '엘지 트윈스' / '행성연합 지구본부 한국지부' / '전국 뮤턴트 연합' / '밴드 푸사모'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 인근에서 핫팩과 '윤석열 탄핵'이라고 손수 적어 코팅해온 A4 용지, 초콜렛과 사탕을 나눠주는 청년들의 모습도 쉽게 마주칠 수 있었다. 젊은 사람들은 집회 무대 대형 화면에 얼굴이 클로즈업 돼도 얼굴을 가리지 않고 오히려 손으로 'V'자를 그리며 즐거워했다. 국회 주변 카페와 버스 정류장에는 온통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윤석열 퇴진',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페미니스트 이름으로 윤석열을 파면한다', '외계인 침공 시 윤석열 탄핵 반대한 사람부터 먼저 잡아 먹힌다' 같은 손 피켓을 든 청년들로 북적였다.

2차 탄핵안 표결 'D-1'… 국회 앞 모인 청년들 "어제 윤석열 대국민 담화 황당, 분노"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촉구 집회에서 시민들이 자신들의 쓴 플래카드를 들고 나와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거리에서 만난 청년들은 특히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룹 '라이즈'의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나온 김아무개(여·21·서울 강동)씨는 현장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어제 뉴스를 보고 '정말 대통령이 미친 건가?' 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라며 "무슨 짓을 또 할 지 모르겠구나, 하루라도 빨리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오늘 학교 시험기간 끝나고 바로 왔어요"라고 했다.

청년들은 그러면서 여전히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있는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그룹 '뉴진스'의 응원봉에 '탄핵'이라고 적힌 띠를 붙이고 나온 정아무개(남·20·서울 금천)씨는 "어제 대통령은 끝까지 남 탓만 했고, 결국 국민과 싸우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것처럼 들렸어요"라며 "이걸 옹호한다는 건 말이 안 돼요. 국민의힘이 제발 내일 탄핵에 찬성해서 더 이상 위험한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아이유의 응원봉을 들고 나온 최아무개(여·27·경기 의왕)씨는 "내일 토요일은 출근해야 하는 날이라서 오늘 밤에 퇴근하자마자 왔어요"라며 "아직도 국민의힘 의원 중에 1표가 부족하다던데, 이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안 들리는지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요"라고 했다.

그룹 '데이식스'의 응원봉을 흔들던 황아무개(여·23)씨는 "아직도 뻔뻔하게 대통령 편을 들고 계엄에 동조하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을 보면서 과연 시민들이 이렇게 모이지 않았으면 지금 이 나라는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라며 "내일 탄핵이 될 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이만큼 온 것도 오로지 여기 모인 사람들 때문 아닌가 싶어요. 국회 안에 있는 사람들도 그걸 알고 반성했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응원봉 든 청년들 "탄핵 이브, 불안에 떠는 마지막 밤 되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국민의힘 해체를 촉구하는 '윤석열차' 찢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권우성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국민의힘 해체를 촉구하는 '윤석열차' 찢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권우성
 


앞서 지난 7일 국회에서는 12.3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표결이 예정돼있었으나, 국민의힘의 단체 불참으로 끝내 무산됐다. 윤 대통령은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12.3 내란의 정당성을 강변하면서 퇴진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내일 14일에는 윤 대통령에 대한 두번째 탄핵안 표결이 예정돼있다.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국회 재적의원 300명 중 3분의 2인 200명 이상의 찬성이 나와야 한다. 현재 국민의힘에서는 순서대로 안철수(4선·경기 성남분당갑) → 김예지(재선·비례) → 김상욱(초선·울산 남갑) → 조경태(6선·부산 사하을) → 김재섭(초선·서울 도봉갑) → 진종오(초선·비례) → 한지아(초선·비례) 의원 등 총 7명이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등 탄핵에 찬성하는 야당이 192석인 점을 감안하면, 탄핵안 가결까지는 국민의힘 쪽 1표가 부족한 상황이다.

그룹 '아이브'의 응원봉을 들고 나온 박아무개(남·22·경기 안양)씨는 "오늘 밤은 긴 밤이 될 것 같아요"라고 했다.

"벌써 일주일도 지났지만 12월 3일 밤의 기억이 생생해요. 저는 몰랐는데 우리 형이 그날 국회 앞으로 갔었더라고요. 만약 그날 형이 죽었으면 어떡해요? 일반 사람들과 동떨어진 한 인간이 대통령 자리에 있는 게 너무 불안해요. 오늘 밤이 불안에 떠는 마지막 밤이 됐으면 좋겠어요. 올해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없어져 버렸지만, 오늘이 탄핵 이브가 됐으면 좋겠어요."   < 오마이 김성욱 권우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