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계엄 지휘관 엄정 처벌하되 장병 선처 호소
출동 장병들에 "너희들은 잘못이 아니다"
'항명 사건'은 위법 명령 복종 여부 기준점
"위법한 명령은 법에도 나왔듯이 거부해야"
"비상계엄, 위법한 명령 복종 해야 되나,
큰 물음을 우리 사회에 던졌다고 본다"
"그 아무리 권력이 힘이 세고 절대 권력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 밝혀진다고 생각했고 그 시간 동안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이 하루하루 승리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항상 위로하면서 매일 두 평 남짓 되는 사무실로 정시에 출근했습니다."
박정훈, 인터넷기자협 사회공헌상 수상
윤석열 향해 "누가 내란 수괴가 됐나"
해병대 전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은 18일 한국인터넷기자협회(회장 이준희)의 사회공헌상(인권 대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통해 작년 7월 고 채수근 해병 사망 사건 수사와 관련한 외압에 저항하다가 '집단 항명 수괴'로 낙인찍혀 1년 넘게 겪어온 수난의 세월을 이렇게 표현했다.
군검찰은 지난달 21일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항명과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박 대령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날은 박 대령의 생일이었다.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9일로 예정됐다.
박 대령은 "1년 전 이맘때를 생각해 보면...경찰, 검찰, 국방부, 대통령실까지 특히 해병대 사령부의 30여 년 동료였고 전우였던 사람들까지 다 일치단결해서 저를 적대시하고 악마화하는, 정말 앞이 보이지 않는 그런 시간이 저에게도 있었다"며 "당시에 제가 이 모든 사건이 한 사람의 격노로부터 시작됐다고 했지만, 당시 저를 망상이라고 그랬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1년이 지난 지금은 누가 망상인지 이제 국민이 알게 됐고 당시에 저를 집단 항명의 수괴라는 정말 교과서에나 나오는 단어로 저를 구속, 처벌하려고 군검찰은 입건했다"며 "지금은 누가 내란의 수괴가 됐는지...모든 진상은 밝혀지고 결국 진실은 감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항명 사건'은 위법 명령 복종 여부 기준점
"위법한 명령은 법에도 나왔듯이 거부해야"
박 대령은 채 해병 사건이 한국 사회에서 지니는 의미를 두 가지로 정리했다. 하나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특히 윤석열 정권의 음습한 부분들이 많이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또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도이치 모터스도 나왔고 삼부 토건도 나오고 그다음에 마약 수사에 외압도 나오는 그런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자신의 이른바 '항명' 사건이 상부의 위법적 명령이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관한 '기준점'이 될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박 대령은 "채 해병 사건, 특히 저 박정훈 대령의 항명 사건은 반드시 정의롭게 무죄가 나와야 될 이유가 (있다.) 저 개인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의가 과연 무엇인가, 위법한 명령은 과연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가라는 기준점을 설정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령은 "그래서 반드시 이 사건은 정의롭게 잘 마무리가 되어야 된다"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윤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와 불법적인 군 병력 동원을 통해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침탈하려 했던 상황으로 이어졌다. 박 대령은 "특히 이번에 비상계엄 사건 때 출동했던 수많은 군인들...이미 국방부에 많은 장성이 구속되고 앞으로도 처벌이 될 건데, 과연 위법한 명령에 복종을 해야되는 것인가라는 큰 물음을 우리 사회에 던졌다고 생각한다"면서 "위법한 명령에는 법에도 나왔듯이 거부해야 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지휘관 엄정 처벌하되 장병엔 선처 호소
출동 장병들에 "너희들을 잘못이 아니다"
이번 비상계엄에 동원된 군인들에 대한 처벌 문제도 언급했다. 박 대령은 "특히 그 지휘관들은 법에 따라서 엄정하게 처벌돼야 한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우리 사회에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수사해서 그 책임에 응당한 처벌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만 본인이 어떤 임무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고 국회로 출동했던 많은 현역 장병들, 그리고 초급 간부들은 어느 정도로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유혈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애쓰는 듯한 장병들에 대한 이해도 구했다. 그는 "외형적으로는 소극적이지만 내면에는 엄청 고민도 많았을 거고, 내면에선 적극적으로 위법한 명령에 저항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령은 "그들이 부대로 복귀해서 그렇게 울고 괴로워하고 있다고 한다. 군인은 명예를 먹고 사는 조직인데, 그 자랑스러운 그 특수군에 들어가서 힘든 훈련을 마치고 군 복무를 하는 그 어린 친구들이 지금 반란군으로 낙인이 찍히고 스스로 명예에 큰 손상을 입어서 힘들어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 대령은 "그래서 그들에게 한 마디를 꼭 전하고 싶다"면서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는, 결정해야 하는 그 지휘관들이 너희들을 잘못 이끌어서 그런 것이니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자책하지 말라고 꼭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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