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공격유도’ 노상원 수첩에 조선일보 “윤, 국민에게 명백히 밝혀라”
김용현 전 국방장관 측근 노상원 수첩에서 ‘오물 풍선’ ‘사살’ 단어 적혀
동아일보 “수첩 내용 하나하나가 나라를 온통 뒤집어 놓을 만한 것들”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측근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 ‘북한의 공격을 유도’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첩은 노 전 사령관이 성추행으로 불명예제대 후 무속인으로 활동하던 경기도 안산시 점집에서 발견됐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은 지난 23일 “노 전 사령관의 자택에서 확보한 수첩에 ‘NLL(북방한계선)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내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25일 <점집 운영자의 ‘북 공격 유도’ 메모, 尹·金이 사실 밝혀야> 사설에서 “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려고 북의 대남 도발을 유도하려 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내용이다. 헌법상 계엄 요건인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를 조장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주요 부대장을 지낸 장군 출신이 이런 발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이 메모가 노씨 자신의 망상을 적어 놓은 것인지, 아니면 실행 권한을 가진 사람들에게 전달돼 실천될 가능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노씨는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35년 친분을 쌓았으며 이번 계엄 사태에 관여한 사람이어서 이 메모와 같은 발상이 윤석열 대통령이나 김용현 전 국방장관에게 전달되고 공유됐을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만약 그랬다면 중범죄가 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국가 존립에 해를 끼치는 외환죄는 최대 사형까지 처할 수 있다. 국가의 군사상 이익을 해쳐도 무기징역이 가능하다. 특히 NLL은 국군이 두 차례 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등을 겪으며 피로 지켜낸 곳이다. 민주당은 김 전 장관이 오물 풍선의 원점을 타격해 북 도발을 유도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정치 문제로 ‘계엄 도박’을 벌인 사람들이니 무슨 일을 못 하겠느냐는 의혹이 생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고 했다.
계엄 최고 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앞에 명백히 이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김 전 장관은 성추행으로 불명예 전역 후 점집을 운영하던 노씨를 계엄에 끌여들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노씨의 ‘NLL 북 공격 유도’와 같은 발상을 공유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그에 앞서 계엄 사태 최고 책임자인 윤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국민에게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25일 <‘北 공격 유도’ ‘사살’… 아예 나라를 결딴낼 작정이었나> 사설에서 “노 전 사령관 수첩에 적힌 내용은 그 하나하나가 나라를 온통 뒤집어 놓을 만한 것들”이라며 “무엇보다 NLL에서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겠다는 문구에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내란(內亂)죄에 더해 형법상 외환(外患)죄 중 일반이적죄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실 북한을 자극해 대남 공격을 유도하고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삼고자 했다는 ‘북풍 공작’ 의혹은 이미 제기됐던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비상계엄 모의가 실제로 전개됐다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며 “윤 대통령은 이미 작년 말부터 주변 측근들에게 ‘비상조치’를 들먹였다고 한다. 처음엔 안 된다고 반대했다던 이들 중 일부는 결국 대통령의 무모한 결정에 앞장서거나 마지못해 실행에 나섰다. 특히 한 줌도 안 되는 그 무리는 근거 없는 음모론과 주술적 맹신에다 별도의 비선 조직까지 꾸리며 일그러진 충성심을 보탰다. 자신의 행동이 낳을 국가적 국민적 피해는 안중에 없었다. 그들은 통수권자에 대한 충성과 복종을 내세워 국가와 국민을 버렸다. 이제 추궁과 심판, 단죄의 시간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궤변과 억지 뒤에 숨은 최종 책임자와 함께”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24일 <충격적인 ‘NLL 북 공격 유도’ 메모, 철저히 진상 밝혀야> 사설에서 “흐트러진 군의 기강도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예비역 장성이라곤 하나 현재는 엄연히 민간인인 노 전 사령관이 현직 정보사령관과 정보사 대령들을 햄버거집으로 불러 계엄을 모의했다는 증언은 너무나 비상식적이어서 할 말을 잃게 한다”며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선포 당일 김 전 장관을 만난 뒤 경기도 성남시 판교의 정보사 사무실에 전차부대장까지 대기하게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유사시 적진에 침투하도록 고강도 훈련을 받은 특수부대원뿐 아니라 군 핵심 전력인 전차부대까지 민간인이 쥐락펴락했던 셈”이라고 비판했다. <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
MBC 앵커, 노상원 수첩 “전쟁유도 광기의 전모” MBN 앵커 “사람이 재활용품?”
방송들 ‘북 공격유도’ ‘사살’ ‘수거’ 쓰인 수첩 집중 질타...국민의힘은 '경찰 피의사실공표' 문제제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서 압수한 이른바 ‘노상원 계엄수첩’에 “북한 NLL 공격유도”, “오물풍선”, “정치인 언론인 등 수거”, “사살” 등의 표현이 담겨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주요 방송 앵커들이 메인뉴스에서 강도높게 비판했다. MBC 앵커들은 “살인은 물론 전쟁까지 유도하려는 광기의 전모가 드러난다”, “국민에 대한 고려는 없다”고 비판했고, MBN 앵커는 “정치인 언론인 수거라니 사람이 재활용품도 아니고 무슨 의미냐”고 반문했다.
조현용 MBC 앵커는 23일 저녁 ‘뉴스데스크’ 톱뉴스 <‘암살 계획’ 음모론 아니었나…“수첩에 ‘사살’ 표현”> 오프닝멘트에서 “살인은 물론 전쟁까지 유도하며 나라와 국민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려던 것으로 보이는 광기의 전모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현용 앵커가 클로징멘트에서 “현대그룹 창업자 고 정주영 회장도, 이것만 없으면 우리는 뭐든 해낼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던 게 바로 전쟁”이라고 소개하자 김수지 앵커가 “그런데 고작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계엄의 구실을 만들기 위해, 계획적으로 전쟁을 유도했다는 근거들이 나온다”, “전쟁이 나면 삶이 파괴될 힘없는 국민에 대한 고려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조 앵커는 “이런 광기를 편들고, 특검으로 수사도 못 하게 시간을 끌어주는 이들에겐 지금도 국민에 대한 고려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한민용 JTBC 앵커는 같은 날짜 ‘뉴스룸’ <“NLL 북한 공격 유도” 북풍 노렸나> 앵커멘트에서 “계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려고까지 한 정황인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국지전 유도 의혹과 매우 흡사하다”며 “경찰은 ‘이적행위’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JTBC는 리포트에서 “사실로 밝혀질 경우, 윤석열 대통령에 외환죄 적용도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왔는데 경찰은 현재 이적 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북풍 모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최문종 KBS 앵커는 ‘뉴스9’ <노상원 수첩 ‘NLL 북 공격 유도’…“북 도발 유도?”> 앵커멘트에서 “내란 혐의에 더해 북풍 공작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될 걸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KBS는 리포트에서 “쓰레기 풍선 살포 등 북한의 ‘복합 도발’이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 6월 서해 NLL 일대에서 포사격 훈련을 재개해 지난달 말까지 3차례에 걸쳐 실시됐는데, 계엄이 한창 논의되던 시기,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하고 7년 만에 재개된 훈련이 북한을 자극하려는 의도였는지 수사 대상이 될 거로 보인다”며 “노 전 사령관 수첩에서 ‘NLL 도발 유도’ 메모가 발견된 만큼, 지금까지 제기됐던 이른바 ‘북풍 기획’ 의혹 수사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SBS는 ‘8뉴스’ <’NLL 북 공격 유도’…‘수거대상 사살’ 메모도> 리포트에서 “경찰은 이 표현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계엄을 위해 북한을 의도적으로 자극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맥이 닿는 부분이라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면서도 “실제로 움직임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라고 봤다. 특히 SBS는 노상원 전 사령관이 체포 직전 SBS와 통화에서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한 육성을 방송하기도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원점을 포격한다든지 그러면 그 안보 불안을 조성해서 전쟁 상황을 유발할 수 있고 국민한테 불안감 공포감 조성하니까…”라고 말하는 녹취육성이 나왔다.
이와 달리 윤정호 TV조선 앵커는 ‘뉴스9’ <노상원 수첩 “북 공격 유도”…북풍 그림자 ‘어른’> 앵커멘트에서 “황당한 내용이 많은데, NLL에서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고, 정치인 등을 사살한다는 표현도 있었다고 한다”며 “개인의 상상력인지, 실제 계획해 준비한건지, 철저하게 조사해야겠다”고 말해 거리를 뒀다. 채널A는 뉴스A <”수첩에 ‘NLL서 북공격유도’ 표현 확인”> 리포트에서 경찰은 북 공격유도 내용 가운데 “실제 행동이 이뤄진 것은 확인된 게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노상원 수첩에 나온 ‘수거’ 표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주하 MBN 앵커는 ‘뉴스7’ <‘수거 대상’ 언급…‘사살’ 표현까지> 앵커멘트에서 “수첩에 ‘사살’이라는 표현까지 담겨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치인과 언론인, 판사 등은 ‘수거 대상’이라고 표현했는데, 무슨 재활용품도 아니고, 어떤 의미에서 그렇게 적어놨을까”라고 반문했다. 김 앵커는 “취재결과 방첩사가 경찰청장에게 위치추적을 요청했던 그 15명의 명단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김 앵커는 신재우 기자의 스튜디오 출연 대담에서도 “표현들이 심상치 않는다”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말인데, ‘수거’ ‘처리’ 어떻게 이런 말을 하느냐”고 지적했다. 신 기자는 “경찰은 수거를 체포의 의미로 보고 있고 수용 및 처리 방법도 수첩에 담겨있다고 했는데, 실제로 정치인 종교인 언론인 등의 체포를 노렸다면, 정 대령이 준비했던 것처럼 강압적인 방식 또한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수사기관까지 피의사실을 공표한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위원장 이상휘)는 24일 오후 내놓은 성명서에서 “이제는 수사기관까지 피의사실을 공표해 혹세무민하는 가짜뉴스를 조장하고 있는 게 아닌가 개탄스럽다”며 “가장 큰 문제는 언제 작성한 내용인지, 당사자의 상상을 적은 것은 아닌지 등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고, 슬금슬금 조각 정보를 흘려 수많은 추측보도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 바 ‘살라미식’ 여론 조작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미디어특위는 “일부 언론에서 사실확인 절차를 생략한 채, 무차별적인 받아쓰기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럴 때일 수록,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가짜뉴스 경험을 교훈 삼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미디어특위는 보도된 내용의 어느 대목이 허위인지는 지목하지 않았다. <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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