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계엄, 국민들이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것 ”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가 26일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55·사법연수원 23기)가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소추 사유에 대해 “중대한 위법성이 있고 대통령도 내란죄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마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박근혜의 뇌물죄·직권남용 탄핵사유와 윤석열의 내란죄·직권남용 탄핵사유 중 무엇이 더 위법이 중대한가’를 묻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탄핵소추 사유 자체만 놓고 보면 위반된 법률 내용 등 모든 게 후자가 더 중하다”고 답했다.
마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국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목적의 비상계엄이 정당한 것이냐’는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의 질문에는 “헌법 규정이나 계엄법 규정에 비춰보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에 관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 비상계엄 선포의 원인이 될 수 있냐’고 묻자 “마찬가지로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마 후보자는 소병훈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은 내란죄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자 “동의하기 어렵다”며 “우리나라가 민주공화정인데, 왕정도 아니고 어떻게 대통령이라고 해서 내란죄의 주체가 안 된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통치행위도 원칙적으로 사법심사의 대상”이라며 “비상계엄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 견해”라고 밝혔다. ‘계엄포고령 1호에 입법부의 국회 활동을 금한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마 후보자는 계엄 선포와 관련해선 “TV를 보다가 채널을 바꿨는데 중간 부분부터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생중계를 봤다”며 “순간 AI(인공지능) 기술이 뛰어나고 KBS가 해킹을 당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계속되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와 관련해선 “권한대행이라도 임명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마 후보자는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행사했고 대통령이 제청을 수용해 국회에 임명동의 요청서를 보냈다”며 “국회가 이 청문회를 거쳐 대법관으로 적격 판단한다면 실질적인 요건을 갖춰 결론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이어 대법관 임명권에 대해서도 “대통령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헌재 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이어 이날 마 후보자 인사청문회에도 불참했다. < 경향 유선희 기자 >
대법원, 윤석열 주장과 달리 “비상계엄은 사법심사 대상”
대법원이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취지의 답변을 국회에 제출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대법원은 ‘비상계엄은 통치행위로서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주장과 관련해 “대법원은 비상계엄 선포나 확대가 국헌 문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해진 경우에는 대법원이 심사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12·12 군사반란과 관련한 1997년 96도3376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내용이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사법심사 제외 행위는 지극히 신중해야 한다’는 내용의 판례도 제시했다.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 유신헌법에 따른 긴급조치 위반 재심 사건인 2010년 2010도5986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법원은 “입헌적 법치주의 국가의 기본원칙은 어떠한 국가 행위나 국가 작용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그 테두리 안에서 합헌적·합법적으로 행해질 것을 요구하고, 이러한 합헌성과 합법성의 판단은 본질적으로 사법의 권능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또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 행위에 대해 이른바 통치행위라 하여 법원 스스로 사법심사권의 행사를 억제해 그 심사대상에서 제외하는 영역이 있을 수 있으나, 통치행위의 개념을 인정하더라도 과도한 사법심사의 자제가 기본권을 보장하고 법치주의 이념을 구현해야 할 법원의 책무를 태만히 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그 인정을 지극히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원은 이런 판례를 제시하면서도 “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이 접수될 경우 재판을 통해 판단하는 기관이므로, 재판 외에서 특정한 쟁점이나 가정적인 상황에 관해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음을 양해해 달라”고 답했다. < 한겨레 기민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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