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발부…12·3 비상계엄 28일 만에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공수처‧경찰, 조만간 한남동 관저로 진입해 집행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2024.12.3 [대통령실 제공]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28일 만이다.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1일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전날 0시 내란 우두머리(수괴)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청구했던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및 수색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따라 공조수사본부를 이루고 있는 공수처와 경찰은 조만간 용산구 한남동 관저로 진입해 체포영장 집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통상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은 발부일로부터 일주일이지만 최대한 신속하게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법원은 윤 대통령의 내란 등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범죄 혐의 소명이란 범죄를 증명하는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인정된다는 의미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해 계엄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하고, 영장 없이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을 체포·구금하려 시도한 점에서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으므로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공수처의 영장 청구 사유를 수용한 것이다.

법원은 아울러 윤 대통령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공수처의 출석요구에 불응했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과 25일에 이어 공수처의 최후통첩이었던 29일 3차 출석요구에도 나오지 않았다. 출석요구서 등 우편 수령을 거부했고 불출석 사유서도 내지 않았다. 변호인 선임계도 체포영장이 청구된 이후에야 황급히 법원에 제출했다.

 

내란수괴 및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3차 출석요구에도 불응한 29일 오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모습. 2024.12.29. 연합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윤갑근 변호사는 "수사 권한이 없는 기관의 영장 청구"라며 공수처의 수사 대상 범죄에 내란죄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체포영장에 대한 의견서를 전날 제출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위공직자의 직권남용 혐의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서 내란 혐의도 수사할 수 있다는 공수처 측 주장이 인정됨으로써 수사 적법성 논란은 일단락됐다.

수사기관이 현직 대통령에 대해 강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노태우·전두환·박근혜·이명박이 구속기소된 사실이 있지만 모두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였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세 차례에 걸친 출석요구를 전부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버티자 결국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현직 대통령은 헌법에 의해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 불소추 특권을 갖지만 내란·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는 예외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윤석열은 구치소가 가장 안전하다"

법원 체포영장 발부, 실제 집행이 난관...

윤석열, 경호처에 체포 막으라 지시할 가능성 

12.3 윤석열 내란사태를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모습유성호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이 31일 발부됐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집행 과정에서 대통령 경호처와의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고,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하는 촉박한 시간도 관건입니다. 윤석열 측에서 수사 권한 문제 제기 등 버티기에 들어간 상황이어서 어떤 돌발 변수가 생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를 놓고 수사기관과 윤석열 간의 치열한 기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청구 과정에서도 윤석열 측의 시간끌기 전략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윤석열 측은 3차에 걸친 출석 요구에 모두 불응하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불출석 이유를 소명하거나 출석할 수 있는 날짜를 조율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청구한 뒤에야 부랴부랴 의견서와 변호인 선임계를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늦춰보려는 꼼수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내란 수사권 없는 공수처 체포영장은 불법이라는 주장도 이미 법원에서 효력이 인정됐다는 점에서 억지에 불과합니다.

앞서 헌재 탄핵 심판에서도 윤석열 측은 똑같은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사실상 탄핵소추안이 헌재에 접수된 이후 아무런 대응도 않다가 2주일이 지난 27일 예정대로 변론준비기일이 열리자 기습적으로 대리인을 선임하고 "시간없다, 기회를 달라"고 매달렸습니다. 결국 헌재는 다음달 3일 변론준비기일을 한 번 더 열기로 했는데, 결과적으로 윤석열의 전략이 먹혀들어간 셈이 됐습니다.

이런 행태로 볼 때 윤석열은 영장 집행 과정에서도 경호처를 동원해 막으려 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근거로 경호처에 체포를 막도록 지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의 여러 차례의 압수수색 거부 사례와 같은 상황이 그대로 재현될 공산이 큽니다. 경호법에는 대통령과 그 가족의 생명을 보호할 책무를 가지며, 필요할 경우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돼있어 자칫 경찰과 경호원들과 충돌마저 우려됩니다.

법조계에선 체포영장은 피의자에 대한 집행이라 체포 장소가 군사상 비밀이 있는 곳이라고 해도 막을 명분이 없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다만 수사관들이 관저 안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피의사실과 체포 이유 등을 설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때 윤석열을 찾는 '수색'에도 영장이 필요합니다. 공수처가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과 함께 수색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런 이유로 보입니다. 하지만 수색영장도 경호처가 거부하면 진입이 안 된다는 점에서 체포가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윤석열이 직무에서 배제됐으니 '관저의 책임자'가 된 대통령 권한대행이 경호처에 지시하면 될 거라는 주장도 있지만 최상묵 권한대행이 승인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이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경호처가 영장집행을 막게되면 오히려 물리력을 행사해 집행을 방해한 '공무집행방해'에 해당된다는 점을 적극 활용하도록 조언하고 있습니다. 공수처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경호처에 경고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집니다. 일각에선 경호처도 초반엔 현직 대통령 신분인 윤석열의 지시를 이행하는 모양새를 갖추다 결국 체포에 협조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경호처가 정당한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할 경우 '윤석열의 사병'을 자처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형사소송법의 또다른 조항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색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돼있습니다. 윤석열의 내란으로 촉발된 정치적 혼란을 하루빨리 안정시키는 것보다 더 중대한 국가적 이익은 없습니다. 수사기관의 체포에 응하는 것은 대통령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경호처의 임무에도 적합합니다. 윤석열의 신병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구치소만한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 오마이 이충재 기자 >

'공범 자처' 권성동 “윤석열 체포영장 발부 부적절” 궤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1일 내란죄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을 받고 “현직 대통령에 대해 좀 더 의견을 조율해 출석 요구를 하는 것이 맞지, 체포영장이라는 비상수단을 통해 현직 대통령 구금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서는 수사 방법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어 “체포영장이라는 것은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가 농후할 경우에 발부하는 것인데, 어디 도망간 것도 아니고 이미 비상계엄 관련 분들 조사가 거의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에 증거인멸 우려가 없어 수사기관이 신중을 기했으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검사 출신 권 원내대표의 이 발언은 윤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세번째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체포영장이 발부됐음을 애써 무시한 것이다. 형사소송법(제200조2)은 ‘피의자가 정당한 이유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하거나 응하지 아니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검사는 관할 지방법원판사에게 청구하여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또 ‘영장 집행 과정에서 경호처와 충돌이 예상된다’며 ‘윤 대통령이 영장 발부에 응해야 한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대통령이 적절하게 대응하리라 본다”며 “수사와 재판 관련된 문제에 대해 우리 당이 이래라 저래라 할 사항은 아니고 오로지 대통령 몫이다”라고 했다.

이날 오전 이순형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을 발부했다.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세차례에 걸친 출석 요구를 거부하자 전날 30일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 한겨레  전광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