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지도위원 “이제야 진짜 민주주의 세대가 왔구나 실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오마이티브이(TV) 갈무리
 

“40년 동안 수많은 투쟁을 하면서 맞고 밟히고 끌려왔던 분노와 감방 두 번 가고 눈을 가린 채 대공분실 세 번 끌려가 고문당하고 온 몸이 핏자국이 된 채 맞아 거꾸로 매달렸던 스물여섯 살의 울분들이 남태령을 은하수처럼 넘던 응원봉과 트랙터를 보며 다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 단상에 올라 윤석열 탄핵 정국에서 두드러진 2030 여성들의 정치 참여에 경의와 감사를 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1∼22일 윤석열 대통령 관저로 향하던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 행렬이 서울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 부근에서 경찰 차벽에 가로막히자 2030 여성 시민 다수가 남태령으로 달려가 연대한 끝에 28시간만에 경찰이 차벽을 해제한 바 있다.

 

김 지도위원은 “저는 여러분을 보며 이제야 진짜 민주주의 세대가 왔구나 실감했다”며 “저렇게 찌질하고 졸렬한 놈들이 대통령이고, 장관이고, 여당이었던 나라에 유일한 희망, 여러분들이 만들어갈 세상은 똑같은 양복 입은 아저씨들이 만든 세상보다 멋지고 응원봉처럼 무지개 색깔로 빛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페미니스트가 대통령이 되고, 성소수자가 총리가 되고, 성폭력 피해 여성이 경찰청장이 되고, 알바 노동자가 노동부 장관이 되고, 사고 피해 유족이 행정안전부 장관이 되고,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 복지부 장관이 되고, 전농이 농림부 장관이 되고, 전쟁없는 세상을 위해 싸워왔던 이들이 평화부 장관이 되는 게 민주주의고 진짜 대의정치 아니냐”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단상에 올랐다. 김 지도위원은 “파업 한 번 했다고 470억원 손배를 당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동지들, 3년째 싸우고 있는 명동 세종호텔 동지들, 그리고 불탄 옥상에서 363일째 고공농성 중인 구미 옵티칼 박정혜·소현숙” 등을 호명하면서 연대를 호소했다.  < 한겨레 최윤아 기자 >

 

 

“내란 선동 굴복해 정말 죄송”···

 의총 후 관저 앞 ‘전광훈 집회’ 몰려간 여당 의원들

 
  •  

이철규·김민전·이인선·조배숙·임종득·박성민·구자근·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일 서울 한남동 일대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4일 비상의원총회 후 윤석열 대통령 관저가 있는 서울 한남동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대거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상현, 김민전 의원 등의 개별 참석에서 참석 규모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의원들은 집회에서 “사기탄핵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좌파들의 내란 선동에 굴복해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철규·김민전·이인선·조배숙·임종득·박성민·구자근·강승규 의원은 이날 저녁 전광훈 목사가 주축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가 한남동 일대에서 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전 목사의 소개에 이어 연단에 선 김민전 의원은 “이제 아주 분명해진 건 이 탄핵이 사기탄핵이라는 것”이라며 “탄핵소추서에 내란죄를 집어넣고 이제 내란은 빼겠다고 한다. 이거야말로 사기탄핵이 아니냐”라고 말했다.

 

조배숙 의원은 “영장판사가 영장에 써서는 안 될 말을 썼다. 형사소송법 110조, 111조를 배제해야 한다고 썼다”며 “누가 판사에게 법을 배제하는 권한을 줬냐. 우리가 이 잘못된 영장에 의한 체포를 반대해야겠지 않냐”고 밝혔다. 임종득 의원은 “급기야 공수처에서 대통령을 체포하는 영장을 발부했다. 이것은 무효”라며 “민주당은 비상계엄을 빌미로 내란을 오히려 획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여러분, 일어서야 한다. 탄핵 의결도 무효, 국무총리 탄핵도 무효, 헌법재판관 임명도 무효다”라고 덧붙였다.

 

친윤계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도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이 의원은 “정말로 죄송하다”며 “저희들이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좌파들의 내란 선동에 일부 의원들이 굴복해서 국민들이 우리한테 맡겨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잘못되고 그릇된 판단으로 잠시 흩어졌던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이 한뜻으로 뭉쳐서 다시금 잘못된 탄핵을 바로 잡고, 대통령의 거주지인 관저를 수색하겠다고 영장을 발부해준 판사의 그릇된 결정을 잘못됐다고 비판하고 항의하면서 바로잡아가겠다”고 말했다.

 

이인선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민전·조배숙 의원 등과 함께 찍힌 사진을 공유하며 “오늘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집회에 함께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추운 날씨에도 많은 시민들께서 이재명과 민주당의 폭정에 목소리를 드높였다”며 “민주당의 폭거에 맞서 국민들과 함께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적었다.

 

이인선·김민전·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인선 의원 페이스북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공수처의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의원총회 후 일부 친윤계 의원들이 집단으로 국회 밖 관저 앞 집회까지 찾은 것이다. 이철규 의원은 집회 연단에서 “오늘 하루종일 민주당과 좌파들의 잘못된 선동이 오늘의 이런 혼란을 불렀다고 의원총회를 열고 결의를 하고 여기에 12명의 우리 당 의원들이 고생하시는 여러분께 와서 미안함을 전하고 여러분들 응원하겠다 해서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간 것”이라며 당 차원의 행동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 경향 민서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