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스스로 징계 안하면 ‘전광훈당’ 아니면 ‘군사독재정권의 후예’라고 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6당이 독재정권의 국가폭력을 상징하는 ‘백골단’을 자처한 극우 청년조직에게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한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의 의원직 제명 촉구 결의안을 10일 국회에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제명 요구를 일축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야6당은 이날 오후 국회 사무처 의사과에 ‘김민전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며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전날 ‘백골단’을 자처하며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저지에 나선 반공청년단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할 수 있도록 주선한 바 있다. 그는 이후 비판이 커지자 “정확한 정보와 배경을 파악하지 못한 채 기자회견을 주선한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제명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며 “반공청년단은 1950~60년대 반공단체로 역사의 유물이 됐고, 백골단은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아래에서 국민의 인권을 짓밟은 사법 경찰”이라며 “그야말로 정치 테러 집단을 국회 소통관에 초대해, 그것도 백골단이라는 이름으로 떳떳하게 소개하는 회견을 열었다는 것 자체가 국회의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어떻게 정치학 박사라는 사람이 백골단이 무엇인지 모를 수 있나. 몰랐다면 뇌가 없는 것이고 알고 주선했다고 해도 제정신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스스로 김 의원을 제명하지 않는다면 ‘전광훈당’ 아니면 ‘군사독재정권의 후예’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야6당의 제명 요구에 선을 긋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 차원에서 반대하고 나서면, 김 의원 제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국회의원을 제명(국회법 제163조)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 3분의 2인 20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야 6당 의석수(192명)를 고려할 때, 국민의힘에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백골단이란 명칭이나 실체에 대해 불분명한 상태에서 기자회견을 주선한 건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김 의원이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기 때문에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박수민 원내대변인도 “김민전 의원은 어제(9일) 반공청년단의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하였으나, 논란이 되자 신속히 사과했다”며 “정확한 정보와 배경을 파악하지 못한 채 우리당 의원이 기자회견을 주선한 것에 대해 당 차원에서도 사과드린다”고 했다. 다만 그는 “엄중한 상황이지만 2030세대가 평화로운 집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국가를 지키고, 헌법을 수호하고, 체제를 지키는 이들의 행동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며 “변화를 위한 2030 여러분의 행동을 응원하고 지지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내란 행위를 옹호한 유튜버 6명을 경찰에 고발하겠다”고도 밝혔다.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허위조작감시단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하며, 헌법과 법치를 심각히 훼손하고 내란 행위를 옹호한 혐의”로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 운영자인 신혜식씨와 ‘신남성연대’를 운영하는 배인규씨 등 유튜버 6명을 고발한다고 밝혔다. < 한겨레 고한솔 서영지 기자 >
청소년들도 국힘 해체 시위 “백골단 사태에 나치 친위대 떠올라”
“똑똑히 기억할 것입니다. 국회의원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11일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범시민총궐기대회’(범시민총궐기대회)를 앞두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인 청소년들이 국민의힘 의원과 당협위원장 50명의 이름을 하나씩 읊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겠다며 관저 앞에 서서 ‘인간방패’를 자처한 이들의 이름들이다.
윤석열퇴진청소년비상행동(청소년비상행동) 소속 청년·청소년들은 이날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하는 엽서를 쓴 뒤 기자회견을 열어 ‘내란죄 피의자’ 윤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선 국민의힘 의원들을 강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이들은 공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법원에 의해 발부된 적법한 영장 집행을 가로막기 위해 나선 비상식적인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함보경 청소년비상행동 시국행동 제안자는 “국민을 우습게 보고 내란에 동조하고 있다”며 “이런 나라에서 국민으로서, 청소년으로서 살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청소년들이 적은 엽서에는 ‘역사 속에 내란동조 정당으로 기억되실 겁니다’, ‘반공청년단 내세워 내란수괴 옹호에 앞장서다니, 그러고도 국회의원입니까’ 등의 문장이 적혔다.
특히 ‘백골단’(반공청년단)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하며 극우세력에 힘을 실어준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김준호(18)군은 “히틀러와 나치 친위단이 생각났다. 역사를 퇴보시키는 윤석열과 국민의힘을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신수연 청소년비상행동 공동대표도 “우리 청소년들이 백골단을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역사에서 배웠고, 영화에서 그들이 시민들을 짓밟던 모습을 봤다”며 “위헌내란정당인 국민의힘이 존재하는 한 민주주의는 쇠퇴하고, 극악무도한 사건은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외쳤다.
청소년들은 국민의힘의 보수세력 결집 시도로 해당 진영이 점차 과격화되어 가는 것에 대한 걱정도 내비쳤다. 백아무개(17)양은 “높은 자리에 있는 국회의원이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 부끄럽다”며 “모쪼록 시위에 참여하는 모든 분이 상처 입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범시민총궐기대회에도 이른 오후부터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민주주의 1인분하러 왔습니다', ‘사료값 벌다 뛰쳐나온 전국 집사노동조합' 등 집회의 상징이 된 각양각색 깃발을 노래에 맞춰 흔들었다.
윤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 이후 난항을 겪고 있는 사법처리와 탄핵절차에 대한 불안과 그 과정에서 등장한 극단적인 주장에 대한 우려가 시민들 사이에 이어졌다. 집회에 참여하러 온 박수현(27)씨는 “백골단이라는 이름까지 등장한 상황이라 큰 충돌이나 부상이 있지 않을지 걱정된다”며 “경찰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친구와 함께 집회를 찾은 박소윤(34)씨는 “답답한 상황이지만 쉽지만은 않으리라는 각오는 했다. 헌법재판소를 믿고 덤덤하게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김가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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