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날 북한 ‘핵보유국’명명... 취임 나흘째 김정은과 접촉하겠다 인터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주일도 되지 않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협상 의지를 다양한 형태로 드러내고 있다. 취임 첫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부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나흘째 방영된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접촉하겠다는 뜻을 명시적으로 밝혔다.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빠른 시간 내 정상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은 작게 보면서도, 트럼프 대통령 쪽에서 이미 접촉을 시작했거나 조만간 시작할 거로 예상했다. 1순위로 내세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과제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접촉을 앞당기게 하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 외교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녹화 방송된 폭스뉴스 숀 해너티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다시 연락을 취해보겠느냐(you reach out to him again?)’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I will, yeah)”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란과 북한을 비교하면서 종교적 열정이 강한 이란과는 협상이 어렵다고 밝힌 뒤 김 위원장에 대해 “그는 종교적 광신자가 아니다. 똑똑한 남자(smart guy)다”라고 밝힌 뒤 “그는 나를 좋아했고, 나는 그와 잘 지냈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취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4일(현지시각) 한겨레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보유국’ 발언은 워싱턴 정가의 비판을 피하면서도 북한에는 양보로 비치는 ‘은밀한 양보’이며, 협상 재개를 위해 내민 손”이라며 “(연락하겠다는 발언에 비춰보면) 트럼프 행정부가 유엔을 통해서든 어떤 형태로든 북한 쪽에 접촉했고, 김정은의 반응을 기다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핵 문제는 우크라이나·가자 전쟁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우선순위에 드는 세 가지 과제 중 하나다. 이들 중 하나에서라도 신속한 승리를 거두고 싶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이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개인적 외교를 재개하고 싶어한다고 믿는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특별 임무를 맡은 그레넬 대사가 북한 정부와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과 접촉할 필요를 키우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연합뉴스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은 트럼프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데, (우크라이나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군이 철수해야 한다. (북미 간) 비공식 채널을 통한 의사소통이 천천히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플라이츠 부소장도 “아마도 미국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북한에 우크라이나 전쟁 무기 제공 중단을 요구할지 모른다. 저는 그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인다고 해서 빠른 시간내에 구체적 성과가 나오길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평가가 많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 노딜로 심한 굴욕감을 느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대한 양보를 하기 전까지는 그에게 승리를 안겨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즉각 응하기보다 더 많은 양보를 기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싱크탱크 ‘불량국가 프로젝트'의 해리 카지아니스 대표도 연합뉴스 서면 인터뷰에서 “김씨 일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수십억 달러를 벌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와 어떤 타협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대화 재개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어떤 대화(시도)도 수개월 내지 수년 뒤에 결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크로닌 허드슨 안보석좌도 연합뉴스에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 할 것이지만, 이것은 우회적이고 긴 과정이 될 것이며 아무 결과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플라이츠 부소장은 “북한이 한국을 적으로 선언하고 더는 협상에 관심이 없다는 한 발언은 거의 2년 전에 이루어진 것”이라며 “북한이 그 입장을 재고할 시간이 충분했다. 트럼프가 당선된 현재 국제 상황은 이전과 다르다”고 전망했다.
북미회담이 이뤄진다 해도 트럼프 1기 때처럼 ‘전부 또는 전무’가 아닌 스몰딜 형태로 진행될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베넷 연구원은 “정책 실패를 의미하는 ‘비핵화 포기’ 대신 그것을 30~50년 장기 목표로 전환할 거로 본다. 바이든 행정부도 (일괄딜이 아닌 스몰딜에 초점 맞춘) 제한적인 협상책을 제안했었다. 트럼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김정은이 300~5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부대를 창설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따라서 비핵화를 끌어낼 수 없다면 핵무기 증강을 늦추거나 중단시키는 게 목표가 되어야 한다. 트럼프는 이 목표를 중심으로 북한과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고 위협 제거를 위해 노력할 거로 본다”고 말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트럼프 측근 “한미연합훈련 잠깐 멈춰도 돼”…김정은과 협상 시동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 부소장
“훈련 중단 전례 있어…그레넬 특사가 협상 나설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이 북한과의 협상 재개를 위해 한미연합훈련의 일시적 중단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별 임무를 위한 대통령 특사로 지명된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 대사가 북한과 접촉에 나설 것이라 내다봤다.
플라이츠 부소장은 24일(현지시각)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한미연합훈련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보지만, 북한과 선의의 협상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 훈련을 잠시 중단하는 것이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 동료들 중 많은 이들이 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훈련은 1990년대에도 중단된 적이 있다. 전례가 존재했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당시 북한의 반발을 고려해 한미연합훈련을 축소·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조치가 향후 북미 대화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레넬 대통령 특사의 역할도 강조했다. 플라이츠 부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대변할 순 없지만 그는 김정은과 개인적 외교를 재개하고 싶어한다고 믿는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특별 임무를 맡은 그레넬 대사가 북한 정부와 협상에 나설 것이며, (북한과) 대화가 가능한지 여부를 우리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을 적으로 선언하고 더 이상 협상에 관심이 없다는 발언을 한 것을 들었다. 그러나 그 발언들은 거의 2년 전에 이루어진 것이다. 북한이 그 입장을 재고할 시간이 충분했다고 본다”며 “트럼프가 당선된 현재 국제 상황은 이전과 다르고, 갈등을 해결할 가능성이 많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연락을 취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또한 플라이츠 부소장은 북미 대화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문제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아마도 미국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북한에 무기 제공 중단을 요구할지 모른다. 저는 그러기를 바라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검토 중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최근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비핵화 포기 또는 핵군축 협상으로의 전환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은 여전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며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정의한 핵보유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는 트럼프 지지 성향의 싱크탱크로, 플라이츠 부소장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냈고, 최근까지 트럼프 2기 정권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해왔다. < 한겨레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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