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초유의 독단적 결정에도 '즉시항고' 포기

심우정 총장과 수뇌부가 만장일치 석방 결론
즉시항고가 위헌? '구속 취소' 관한 판례 아냐

윤석열 "불법 바로잡아준 재판부 결단에 감사"
서부지법 폭도 격려·선동…"조속히 석방되길"
'개선장군'인 듯 의기양양…한남동 관저 복귀

시민사회단체 "윤과 한통속 검찰 수뇌부 총사퇴"
민주 "내란 수괴 졸개 자처, 국민 위험에 빠트려"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3.8. 연합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윤석열 대통령이 끝내 풀려났다. 구속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일개 판사의 유례없는 독단적 판단과 이를 무기력하게 수용한 정치검찰의 파국적 결정이 나라를 끝없는 혼돈으로 몰아가는 형국이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8일 윤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다는 법원 결정에 따라 서울구치소에 석방 지휘서를 보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가 전날 오후 2시쯤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에 대한 인용 결정을 내린 지 약 27시간 만이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15일 체포된 지 52일, 같은 달 26일 구속기소된 지 41일 만에 석방됐다.

 

법무부는 검찰로부터 윤 대통령 석방 지휘서를 팩스로 접수해 그의 출소 절차를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걸어 나와 대기하고 있던 정진석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민의힘 의원들,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고 웃으며 손을 흔들거나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 등 '개선장군' 같은 모습을 보였다. 이어 헌법재판소를 오갈 때 탔던 호송 차량이 아닌 대통령 경호 차량을 타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로 복귀했다.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경호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2025.3.8. 연합

 

윤 대통령은 법률대리인단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불법을 바로잡아준 중앙지법 재판부의 용기와 결단에 감사드린다"며 "그동안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응원을 보내주신 많은 국민들, 그리고 우리 미래세대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또 "저의 구속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으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진심으로 명복을 빈다"면서 "저의 구속과 관련해 수감돼 있는 분들도 계신다. 조속히 석방되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서울서부지법에서 난동을 벌이다 구속된 폭도들을 격려하고 지지자들에게 또 다른 선동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에 따라 공직자로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다가 고초를 겪고 계신 분들도 있다. 조속한 석방과 건강을 기도하겠다"며 "단식 투쟁을 하고 계신 분들도 계시는데 건강 상하시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구속을 취소하는 결정에 대해 검사는 7일 내 '즉시항고'를 할 수 있고, 즉시항고가 제기되면 재판에 대한 집행정지의 효력이 발생한다. 즉, 검찰은 상급법원의 판단을 구해 새로운 결정이 나올 때까지 윤 대통령 석방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심우정 검찰총장을 비롯한 대검찰청 수뇌부는 만장일치로 즉시항고를 하지 않고 석방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수본 측이 반발했지만 결국 심 총장의 뜻이 강해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5.1.31. 연합

 

대검찰청은 공지를 통해 "심우정 검찰총장은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을 존중해 특수본에 윤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 보석 결정이나 구속 집행정지 결정 등 인신구속과 관련한 즉시항고시 재판 집행을 정지하도록 했던 과거 형사소송법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던 사실을 거론하며 "헌재의 결정 취지와 헌법에서 정한 영장주의 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즉시항고는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속기간 산정 등에 관한 법원 판단은 현행 법률 규정은 물론 오랜 기간 법원과 검찰에서 형성해 온 실무례에도 부합하지 않는 부당한 결정이므로 즉시항고를 통해 시정해야 한다는 특수본의 의견이 있었고, 이에 대하여는 위와 같은 헌재 결정 등을 감안해 본안 재판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등 대응하도록 지시했다"고 부연했다.

 

특수본은 별도 공지에서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문 중 구속기간 불산입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산정해야 하므로 검찰의 공소 제기가 구속기간 만료 후 이뤄졌다는 취지의 판단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며 "이 결정은 구속기간 불산입 기간을 '날'을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규정에 명백히 반할 뿐 아니라 수십 년간 확고하게 운영된 법원 판결례 및 실무례에도 반하는 독자적이고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법리적으로 잘못된 결정에 대해 불복해 이를 시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고, 향후에도 특수본은 같은 의견을 계속 주장, 입증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8일 서울 안국동 사거리에서 열린 '야5당 공동 내란종식·민주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 등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3.8. 연합

 

재판부 결정이 부당하다는 특수본의 항변은 법적으로 보장된 이의 제기 수단인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윤 대통령을 속절없이 풀어준 마당에 아무 의미 없는 면피성 알리바이이자 넋두리에 불과하다.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는 검찰이 내란 수괴에게 굴복했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파면만이 헌정 질서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의 하수인임을 증명한 심우정 총장 등 검찰 수뇌부의 즉각적인 총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분출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내란 수괴의 졸개를 자처한 심우정 검찰총장과 검찰은 국민의 가혹한 심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윤석열의 행태 또한 가관이다. 자신이 여전히 내란 우리머리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임을 부정하는 파렴치한 태도"라고 분노했다. 또 "윤석열의 파렴치한 모습을 보면 내란 세력과 추종 세력들의 난동이 더욱 극렬해질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은 이미 '끝까지 싸우겠다'며 난동을 부추기기 시작했다"면서 "검찰의 배신이 법질서는 물론이고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험에 빠트린 것"이라고 개탄했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주권자 국민의 뜻을 배반하고 윤석열을 풀어준 검찰은 역사의 죄인이다. 심우정 검찰총장과 검찰 수뇌부는 즉시 총사퇴하라"며 "두 차례에 걸친 구속기간 연장 신청과 검사장 회의로 시간을 지체시켜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을 자초한 검찰이 결국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윤석열을 풀어준 것은 내란수괴 윤석열과 한통속임을 자백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가 위헌일 수 있다는 이유로 즉시항고를 포기한 데 대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은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제(형사소송법 101조 3항)에 관한 것으로, 구속취소결정(형사소송법 97조 4항과 405조)에 대한 즉시항고제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검찰이 헌재의 위헌 결정을 이유로 즉시항고를 포기한 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구속기간 계산에 대한 이번 법원의 판단은 형사소송법의 규정과 그동안의 관행 및 선례에도 어긋나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급심의 판단을 구하지 않은 것은 그 자체로도 부당하다"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8일 서울 종로구 종로1가 교차로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를 마친 시민과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2025.3.8. 연합

 

참여연대는 "12·3 내란으로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파괴한 윤석열에 대한 파면과 사법적 단죄는 법치주의의 원칙상 당연한 조치다. 그러나 이를 무위로 돌리려는 세력들로 인해 우리 사회는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면서 "헌법재판소는 헌정의 문란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윤석열을 파면해야 한다. 파면 이후 들어설 새 정부는 해체 수준의 검찰개혁을 단행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윤석열 퇴진 특별위원회도 "일각에서는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가 위헌이라는 주장을 하지만 이는 동일한 사안이라고 볼 수 없는 다른 제도에 관한 결정례를 근거로 한 주장일 뿐"이라며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는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확인을 받은 바 없으며, 유사한 판례를 기준으로 즉시항고를 포기한다는 것은 검찰의 관행에도, 타당한 근거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내란수괴 윤석열을 풀어주라는 심우정 검찰총장의 지시는 뚜렷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내려진 '정치적 결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오히려 특별수사본부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하거나 그 권한을 침해하는 등 직권남용이라 볼 여지도 있다"면서 "국헌 문란 목적으로 내란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 사람이 불구속 상태에 놓인다는 것은 민주헌정 체계에서 용납될 수 없다. 따라서 검찰총장의 석방 지시는 자신을 임명한 윤석열 대통령을 위한 결정이며, 권력자의 하수인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단언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윤석열 구속 취소, 참을 수 없는 불쾌함

법원, 인권 핑계로 공수처 수사권 겨냥


구속실질심사 '시간' 계산은 사상 처음
내란 우두머리 풀어주는 게 인권 보호?
판사가 단순 법기술자로 전락해서야

                                                                                  조수진 변호사

 

대환장파티입니다. 12·3 이후 많은 시민들이 윤석열 구속을 위해 힘을 합쳐 싸웠습니다. 남태령에서, 한남동 대통령 공관 앞에서. 무자비하게 추웠던 밤에 내란범을 체포하라, 밤샘 집회를 이어가던 시민들을 보호해 준 것은 서로의 온기와 얇은 은박담요 밖에 없었습니다. 그 담요 위로 곧 눈이 쌓였습니다.

 

윤석열 구속 취소에까지 이른 수사기관들의 대환장파티

 

수사기관들은 달랐습니다. 기관의 안위를 위해 행동했습니다. 공수처는 안일했던 공관 1차 진입에서 무기력하게 되돌아 나오며 ‘불상사를 최소화’하려 후퇴했다고 했습니다. 공문 한 장으로 체포 집행을 일임해 넘기려했고, 경찰은 법률적 논란이 있다고 반발하며 받기를 거절했습니다. 공조없이 공수처의 수사를 넘겨받은 검찰은 구속기간 연장이 당연히 될 것이라 생각하다 법원이 거절하자 아슬아슬한 늑장 기소를 했습니다. 어제 법원은 논란을 그대로 두고 재판을 진행하는 경우 상급심에서 파기 사유가 될 수 있다며 구속을 취소해 버렸습니다. 대환장파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윤석열은 정치행위와 노동쟁의 금지, 언론출판 통제, 국회 해산, 선관위 서버 침탈 범죄를 계획해 착수했지만 3개월이 넘도록 제대로 된 조사 한 번 받지 않았고 마치 군림하는 존재처럼 유유히 공관으로 돌아가 경호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시민들이 이룬 성취가 패스트리처럼 겹겹이 이어진 공무원들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응으로 참담하게 무너진 것입니다.

 

특히 담당 재판부의 구속취소 이유를 담은 보도자료를 보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불쾌함을 느낍니다. 인권을 껍데기 삼아, 사실은 공수처 수사권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럴거면 재판부는 구속 취소 심리에서 자신들의 의도를 드러내고 공수처 수사권 즉 영장 청구권에 대해 더 진지하게 심리하고 질문했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예상치 못한 결정을 내는 재판부를 법원 공식용어로는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라고 하고, 변호사들은 ‘벙커가 뒤통수 때린다’고 합니다.

 

법원의 윤석열 2025초기619 사건 재판부 설명자료 보도자료는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구속기간 계산법이고 다른 하나는 공수처의 수사권한입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의 모습. 2024.5.12 연합뉴

 

사상 처음 ‘시간’으로 구속실질심사 기간 계산한 법원

 

누군가를 구금하고 수사를 할 경우에는 수사한다는 핑계로 장시간 불법 구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수사기관은 반드시 열흘 안에 증거수집을 마치고 법원에 기소를 해야 하고, 그 안에 수사를 다 못 끝내면 풀어주고 불구속 수사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때 만약 그 열흘 중간에 피의자가 자신의 구금을 풀어달라는 재판을 신청하게 되면, 그 기간은 열흘 기간에서 빼주게 됩니다. 수사기관 탓에 시간이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 결정에서 구속실질심사 기간을 열흘에서 어떻게 빼나 계산을 할 때 검찰은 일수로 계산해서 2일을 뺏고, 법원은 33시간 7분 시간으로 계산했습니다. 그 결과 10시간의 차이가 생겼고, 열흘에서 10시간이 지나 기소했다고 보고 법원에서는 영장이 무효가 되었으니 풀어주라며 구속 취소를 했습니다. 그동안 법원 판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해석입니다.

 

법원은 보도자료에서 말합니다.

“구속기간을 날로 계산하여 온 종래의 산정 방식이 타당한지 여부.

판단: 위 구속기간은 날이 아닌 실제 시간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함.

이유 :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신체의 자유, 불구속 수사의 원칙 등에 비추어 볼 때, 문언대로 피의자에게 유리하도록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함“

(서울중앙지법 제25형사부2025초기619 사건 재판부 설명자료 중)

 

피의자 인권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권적 해석론으로서 백번 맞는 말입니다. 평소였으면 박수를 치며 환영했을 겁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쾌한 것일까요.

 

내란 수괴 풀어 주고도 인권 챙겼다는 명분 얻을 수 있나

 

누군가는 말합니다. 그 유명한 ‘미란다 원칙’의 주인공 미란다도 사실은 악독한 사람이었다고요. 내란범에게는 인권 판결하지 말라는 소리냐고요.

 

1960년대 미국에서 변호인선임권과 묵비권을 고지받지 못하고 자백을 해 버린 미란다 덕분에 그런 자백 증거는 무효가 되는 ‘미란다 원칙’이 확립되었습니다. 실제로 어니스트 미란다(Ernesto Miranda)는 재심에서 그 자백 증거 없이도 납치와 성폭력 유죄 판결을 받은 악인이었고 징역형을 받았으며 출소 후에는 술집 싸움에서 칼에 찔려 사망하는 비참한 말로를 맞았다고 합니다. 절차적 권리의 발전은 때로 그냥 우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란다 사건과 윤석열 사건은 다르기에 이번 재판부의 해석론은 너무 쌩뚱맞습니다. 미란다 사건에서 미국경찰은 헌법에 하라고 되어 있는 고지 의무를 명백히 안 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사건에서 검찰은 오히려 확립된 법원의 관행대로 기소했습니다. 게으를 수는 있으나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혀 새로운 해석론으로 이걸 엎어버린 겁니다. 사법 소극주의를 펴온 법원에서 이런 과감한 해석론은 찾아보기 힘든 일입니다.

 

재판부는 하필 내란죄를 범하고 극우 세력을 급부상시켜 사회 대혼란을 가져온 권력자에게 이 파격적인 인권적 해석론의 1호 수혜를 주었습니다. 그 결과 이번 결정에 대해 반대하고 구속 처벌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말은 오히려 반인권적 주장이 되었습니다.

 

평생 감옥에서 나올 수 없을 사형과 무기징역형이 예정된 내란죄 범인을 구속 취소해서 풀어주는 대단한 일을 해버렸는데 욕도 별로 먹지 않았고 피고인 인권을 위했다는 명분도 챙겼습니다. 윤석열이 구속된 것은 증거인멸을 계속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런 구속 사유는 과연 모두 다 소멸되었는지에 대한 실질 판단도 쏙 빼놓았습니다. 이것이 불쾌감의 원인입니다.

 

8일 오후 서올 종로구 안국동사거리에서 열린 촛불행동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이 윤석열 대역죄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5.3.8. 이호 작가

 

정작 더 중요한 공수처 수사범위 문제에는 냄새만 피운 법원

 

재판부 보도자료가 주는 더 큰 불쾌감은 사실 다른 데 있습니다. 공수처가 영장 청구권이 있었느냐라는, 지금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는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정작 냄새만 피우고 명확한 판단을 하지 않고 피해 갔기 때문입니다. 더 큰 혼란이 우리 앞에 있게 되었습니다.

재판부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보도자료 1번 인권적 ‘구금기간 해석론’은 판사 본인 재량권 내의 권한을 행사했다는 확실한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방패일 뿐이고, 내심의 의사는 보도자료 2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설령 위와 같이 구속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되지 않은 것이라 하더라도 구속 취소의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됨”으로 시작되어 “공수처법상 수사처의 수사범위에 내란죄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윤측 변호인 주장을 들면서 이 점에 대해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아직 대법원 판단도 없기에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부분입니다.

 

윤석열 내란죄 1심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재판부가 가진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에 대한 해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수사권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공수처가 생긴지 5년, 지금처럼 여러 수사 주체가 다 나서야 하는 큰 규모 사건은 처음입니다. 수사권 규정 해석이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런 이유라면 이렇게 흘리듯 지나갈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구속취소 심리를 할 때, 그 쟁점에 대한 재판부의 명확한 의문을 제기하고 치열하게 검찰과 변호인을 토론시키고 판사의 판단 근거를 분명하게 결정문에 적었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들이 납득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다가 이렇게 온 국민의 뒤통수를 칩니까.

 

절차적 적법성에 대한 재판은 중요합니다. 나라의 운명이 갈릴 뻔한 내란죄의 죄질을 밝혀 처벌하고, 우리나라에서 다시는 누구도 그런 죄를 저지를 엄두를 낼 수 없게 단죄하는 실질에 대한 재판은 더욱 중요합니다.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관련 업무를 경찰에 일임하겠다는 공문을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발송한 6일 정부관청사 내 공수처 현판 모습. 2025.1.6. 연합

 

판사는 정의를 위한 존재인가, 단순 법기술자인가

 

대통령이 내란죄를 일으켰기에 그 수하에 있는 수사기관들을 일괄 통제할 구심점이 부재합니다. 대혼란의 시기에 굴리고 밀어 겨우 법대에 세운 사건을 껍데기 좀 까졌다고 열어보지도 않고 공소기각 시키려는 것은 아닌가요? 재판부는 공수처 수사권에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앞으로의 재판에서 적극적으로 묻고 검찰에 추가 입증을 요구해야 합니다. 공소유지를 맡은 검찰은, 가진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점검하고 재판부에서 의문을 가질 수 있는 모든 부분에 철저하게 방어를 준비해야 합니다.

 

법원이 그동안 우리 사회 약자들에게 내린 무자비하고 잔인한 법 해석은 셀 수 없습니다. 유독 권력자 윤석열에 대해, 재판부는 그동안 약자와 노동자에 대해서는 볼 수 없던 세심함을 첫 번째로 적용하면서 정작 꼭 해야 할 일은 안했습니다.

 

이번 구속취소 결정에서 보여준 모습이 앞으로의 내란죄 재판에서도 이어진다면 사회정의와 질서를 유지하는 판사가 아니라 단순 법기술자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일이 없길 바랍니다.  < 조수진 정치와 법 변호사 >

 

외신도 윤석열 석방 긴급 타전…“구치소 아닌 집에서 탄핵 판결 대기”

 
 
미국의 보도전문채널 CNN이 8일 석방된 윤 대통령의 영상과 함께 현장 분위기를 긴급 뉴스로 전했다. 뉴스 화면 갈무리.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따라 8일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되자 외신들도 이를 주요 뉴스로 신속하게 보도했다.

 

로이터, 에이피(AP) 등의 통신사와 미국 주요 언론들은 8일 석방된 윤 대통령의 영상과 함께 현장 분위기를 긴급 뉴스로 전했다. 로이터는 ‘윤 대통령 석방, 법원 구속취소 후 재판 계속’이라는 기사를 통해 “윤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나와 차에서 내려 대한민국과 미국 국기를 흔드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주먹을 들어올렸다”고 보도했다. 또 “불법을 바로잡기 위해 중앙지방법원이 보여준 용기와 결단에 감사드린다”는 대통령 변호인의 입장을 인용했다.

 

에이피통신도 윤 대통령의 석방 소식을 전하며 “한국과 미국의 국기를 흔드는 지지자들에게 깊이 절하는 모습”을 언급했다. 이어 “한국의 보수-진보 분열은 심각하며, 윤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하거나 비난하는 집회가 서울 거리를 갈라놓았다”라며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분열은 틀림없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미국 보도전문채널인 씨앤앤(CNN)은 “윤 대통령의 석방으로 그는 이제 구금 상태가 아닌 집에서 몇 주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탄핵 판결을 기다릴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 최대 야당의 이재명 대표는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윤 대통령이 위헌적 군사 쿠데타로 헌정 질서를 파괴했다는 사실이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 한겨레 임지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