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들 환호, 격앙된 목소리로 야당과 수사기관, 사법부 등 ‘보복’ 다짐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
 

8일 저녁 6시15분께,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들어서던 차량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내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하는 목소리에 힘이 붙었고, 곳곳에서 “이겼다”는 함성이 터졌다. 이날 윤 대통령의 관저 복귀를 기다리던 지지자들은 환호와 함께 격앙된 목소리로 야당과 수사기관, 사법부 등을 겨냥하며 ‘보복’을 다짐하기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과 검찰의 즉시 항고 포기 결정에 따라 체포 52일 만에 대통령 관저로 돌아왔다. 윤 대통령은 관저 들머리에 진입한 뒤, 차량에서 내려 몰려든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한 지지자는 “왜 두 발로 걸어 나오셨겠나. 본인이 건재하고 우리 국민과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겠다는 의지 보여주신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석방 소식이 전해진 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들머리에 설치된 경찰 질서유지선으로 모여들었다. 고나린 기자.

 

지지자들은 이날 저녁 윤 대통령에 대한 대검찰청의 석방 지휘 소식이 공식적으로 전해진 뒤부터 격앙된 반응을 이어갔다.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 “주여” “할렐루야”를 외쳤다. 눈물을 흘리는 지지자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이 경찰 질서유지선 쪽으로 몰려들어, 무대 위 사회자가 “이러다 압사한다. 청년들이 볼 수 있도록 하자”고 제지하자, 곳곳에서 항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박멸’ ‘죽었어’ 등 극단적인 표현을 동원해 야당과 수사기관, 헌법재판소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는 지지자도 적잖았다. 한 지지자는 무대에서 “대통령 오시면 청년들을 앞세워서 남은 바퀴벌레들을 완전히 박멸하자. 바퀴벌레들이 제일 많이 모여있는 곳 어디냐. 국회, 사법부, 헌재”라고 외쳤다. “이제 좌파XX들 다 죽었어. 끝이야 이제”라고 읊조리는 이들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걸어나오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이날 오전 윤 대통령 지지자 20~30여명 정도가 머물고 있던 대통령 관저 앞에는 오후 들어 검찰의 윤 대통령 석방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인파가 몰려들었다. 경찰은 기동대 30개부대(약 1800여명)을 투입해 안전 사고를 대비했다. 윤 대통령 관저 복귀 이후엔 광화문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국민대회’ 참여자들까지 합류하며 관저 앞 한남대로 3개 차선 약 200여m가 발 디딜 틈 없이 메워졌다. 이들은 “끝까지 지키겠다”며 관저 앞 집회를 이어갈 뜻을 밝혔다.  < 고나린 기자 >

 

내란죄 피고인 윤석열 ‘불구속 재판’…고비마다 극우 선동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걸어나오고 있다. 김영원 기자 

 

검찰이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한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검찰은 구속 취소 결정의 불복수단인 즉시항고 여부도 검토했지만 위헌·위법 논란이 불가피한 점과 동시에 상급 법원에서도 구속 취소에 대한 불복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해 석방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대통령 석방에 따른 후폭풍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7일 낮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예상치 못한 구속 취소 결정에 이후 대응 방안을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당일 밤늦게까지 이진동 대검 차장을 비롯한 대검 부장과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고 즉시항고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내란 사태를 수사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즉시항고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유지했다.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법원이 구속기간에서 제외하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기간을 기존과 다르게 ‘날짜’ 기준이 아닌 ‘시간’ 기준으로 판단해 윤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했다는 점이다. 법원이 구속기간(10일, 연장시 총 20일)에서 제외되는 시간을 더욱 엄격하게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기존 법원과 검찰에서 이뤄진 실무와는 다른 결론이다. 법원의 기준대로라면 앞서 구속 뒤 기소된 피고인들도 유사한 다툼을 할 수 있고, 이후로도 구속기간 계산의 셈법이 복잡해지게 된다. 이 때문에 검찰 내에서는 즉시항고를 통해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특히 수사팀은 이 때문에 즉시항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실제 대검찰청 역시 윤 대통령 석방 결정을 내리면서 밝힌 입장에 “(법원의 결정은) 구속기간 불산입 기간을 ‘날’을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규정된 형사소송법 규정에 명백히 반할 뿐 아니라, 수십년간 확고하게 운영된 법원 판결례 및 실무례에도 반하는 독자적이고 이례적인 결정”이라며 “이에 특수본은 법원의 법리적으로 잘못된 결정에 대해 불복하여 이를 시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심 총장은 이같은 입장을 즉시항고가 아닌 본안 재판에서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라고 수사팀에 지시했다. 그리고 검찰은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 하루 뒤인 8일 오후 늦게 윤 대통령의 석방을 결정하며 장고를 마무리했다.

법원과 검찰의 이같은 결정으로 윤 대통령은 자신의 탄핵심판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형사 재판을 불구속 상태로 받게 됐다. 형사소송법에서는 동일한 범죄사실로 재구속을 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 다시 구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최고 형량이 사형인 중대 범죄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면서 이후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윤 대통령이 앞서 구속 상태에서도 지지자 결집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여러차례 내놓은 만큼, 석방 이후 본격적으로 탄핵반대 세력을 규합하려 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 경우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전후로 한국사회에 극심한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 한겨레  정환봉  정혜민  배지현  강재구 기자 >

 

5·18 단체 “윤석열 석방한 검찰, 법치주의·민주주의 정면 부정”

 
 
8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연합

 

5·18단체와 광주시민단체가 윤석열 대통령 석방을 결정한 검찰을 일제히 비판했다.

 

5·18기념재단, 5·18민주유공자 유족회, 5·18부상자회, 518공로자회는 9일 공동 성명을 내어 “검찰이 끝내 내란 수괴 윤석열을 석방했다. 이는 대한민국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한 폭거이며, 국민을 철저히 기만하는 반역 행위”라고 주장했다.

 

5·18단체는 “윤석열은 명백한 내란 수괴다. 검찰은 법과 원칙을 스스로 내던지고 권력자 보호에만 급급했다. 더 이상 국민의 기관이 아님을 증명한 것”이라며 “우리는 반드시 그 책임을 묻겠다. 내란을 방조한 세력들에게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검찰 내부에 내란 세력이 남아 있는 한 법치주의는 존속할 수 없다. 권력자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자들을 즉각 색출하고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며 “검찰이 정의를 저버리고 독재를 옹호하는 길을 선택했다면 국민은 결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헀다.

 

광주지역 시민단체 150여개가 모인 ‘윤석열정권즉각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은 긴급 운영위원회 회의를 열고 9일부터 윤 대통령 파면 때까지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한 법원과 경찰 규탄 행동에 나서겠다고 예고이다.

 

‘12·3 내란 사태’ 뒤 1월15일 구속됐던 윤 대통령은 7일 오후 2시께 서울중앙지법의 구속 취소 결정에 이어 검찰의 항고 포기로 8일 오후 5시40분께 풀려났다.  < 한겨레 김용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