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수괴 석방 결정에 시민들 또 충격과 공포
재판부 "구속 기간 9시간 45분 초과해서 위법"
그러나 지금껏 '시간' 아닌 '날짜' 단위로 계산
윤석열 사건에서 유독 '엄격한' 잣대 들이대
체포적부심 소요된 10시간 32분도 포함시켜
명확한 규정 없는데도 "피의자에 더 유리하게"
내란죄 수사 불가? 이미 영장 발부로 적법 확인
시종 납득 어려운 논리…판사 개인 성향 영향?
지귀연 부장판사, 이재용 판결 전부 무죄 파장
검찰 '계산된 착오'?…검사장 회의로 시간 지체

공수처와 경찰이 천신만고 끝에 체포하고 검찰이 구속기소했던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된다는 소식에 한국 사회가 대혼란에 휩싸였다. 대다수 시민은 상상도 못했던 법원의 결정을 접하고 충격과 공포에 빠져 또 다시 내란성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놀란 시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몰려들면서 엑스(X·옛 트위터)에선 '구속 취소'가 실시간 트렌드 1위를 차지했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엔 분노와 탄식의 글이 빗발치는 중이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앞다퉈 성명을 내고 법원 결정에 강력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7일 윤 대통령이 구속 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기소됐다고 봐야 한다며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 항변은 배척하고 철저히 윤 대통령 측 주장만 받아들였다.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구속 기간 '10일 이내'는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에 검찰이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의 구속 시한을 9시간 45분 초과한 상태에서 법원에 공소장을 접수했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밝힌 윤 대통령의 구속 시한은 1월 26일 오전 9시 7분까지였는데, 검찰이 기소한 건 같은 날 오후 6시 52분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많은 사건에서 검찰과 법원이 구속 기간 계산을 시간이 아닌 일자 단위로 산정해왔기 때문에 이번에 윤 대통령 사건에 관해 재판부가 유독 이례적인 잣대를 들이댔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도 그간 구속 취소 심문 과정에서 "형사소송법이나 지금껏 법원 판례에 따르면 구속 기간은 시간이 아닌 날로 계산하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면서 "유효한 구속 기간 내에 적법하게 기소됐다"고 반박해왔다. 또 "구속기소 이후 아무런 사정 변경이 없어 여전히 증거인멸의 염려가 크다"며 "불구속 재판이 이뤄질 경우 주요 인사, 측근과의 만남이 많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 체포적부심사를 위해 수사 관계 서류 등이 법원에 있었던 1월 16일 오후 2시 3분부터 17일 0시 35분까지 10시간 32분은 구속 기간에 산입하지 않아야 한다고 점도 부각시켰지만 재판부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나 구속적부심사와 달리 체포적부심사를 위해 수사 관계 서류 등이 법원에 있었던 기간이 구속 기간에서 제외되는지는 형사소송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어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피의자에게 더 유리한 엄격한 해석'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그밖에 윤 대통령의 변호인들이 구속이 위법하다며 들었던 사유, 즉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내란죄는 포함되지 않는다 ▲공수처와 검찰청은 서로 독립된 수사기관인데 양측 검사가 형사소송법이 정한 구속 기간을 서로 협의해 나누어 사용했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신병을 이전하면서 신병 인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상 윤 대통령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공수처법 등 관련 법령엔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 변호인들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 윤 대통령의 구속에 관한 위법 여부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재판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구속 취소 결정을 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유들 역시 공수처와 검찰에서 누누이 논박해왔던 부분이다. 내란죄 수사가 위법하다는 주장은 이미 법원이 공수처가 청구한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체포영장에 대한 이의신청도 기각했기 때문에 법원 자신에 의해 적법성이 반복적으로 인정된 바 있다. "직권남용죄는 공수처법에 포함된 범죄이며 그것과 관련이 있는 내란죄를 혐의 사실에 포함시켰다고 해 위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또한 공수처와 검찰 사이 신병 인치 절차 누락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공수처 검사도 검사"라며 "검사 간 신병 인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실무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내란죄라는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라는 구속 사유가 조금도 변하지 않았음에도 재판부가 이처럼 윤 대통령 측 논리만 수용해 온 사회를 혼돈에 빠뜨릴 석방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 때문에 역대 수많은 문제적 판결들에서처럼 판사 개인의 성향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로 부임한 뒤 지난해 2월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의 1심 주심을 맡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는데 삼성 측도 놀랄 정도로 완전한 면죄부를 선사한 것이다.
당시 참여연대는 판결 직후 성명을 통해 "재벌들은 지배력을 승계하기 위해 함부로 그룹 회사를 합병해도 된다는 괴이한 선례를 남긴 판결로 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며 "1심 판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불법 합병이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도 배치되는 결과다. 방대한 증거와 선행 판결을 두고도 무죄를 판단한 법원의 행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경실련도 "대한민국의 경제사법 정의가 무너졌다"면서 "일련의 과정을 보면 법원과 검찰은 이 회장의 소유지배 확립을 위한 30년 대서사시의 충실한 조연이었던 건 아닌지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지 부장판사는 같은 해 9월에는 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기소된 배우 유아인 씨에게 징역 1년과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앞서 2014년 4월 수원지법에 근무할 때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기소된 당시 경기 지역 시의원 2명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일각에선 검찰이 의도적으로 구속 기간을 넘겨 부실 기소를 한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실제 심우정 검찰총장은 지난 1월 26일 오전 10시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해 윤 대통령 기소 여부를 논의한다며 3시간 가까이 회의를 진행하는 등 결정적으로 시간을 지체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하늘이 무너진다. 검찰이 기소하며 구속기일 시간과 날짜를 혼돈, 착오로 이런 사법부의 결정이 내려졌다"면서 "대한민국 검찰의 현주소다. 검찰의 계산된 착오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구심도 금치 못한다"고 격분했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구속 취소에 깊고 깊은 분노를 표한다"며 "검찰이 이러한 중차대한 일에 시간 계산을 잘못할 리가 없다. 고의라고밖에 볼 수 없다. 아무리 봐도 불필요했던 지난 1월 26일 검사장 회의로 하루를 잡아먹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검찰은 윤석열 수사팀과 지휘선상에 있는 자들을 감찰해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는지 밝혀내야 한다"며 "심우정 검찰총장과 검찰 수뇌부는 한 명도 빠짐없이 책임지고 사퇴할 것을 국민의 이름으로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검찰이 '즉시항고'에 나서 윤 대통령 석방을 막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구속을 취소하는 결정에 대해 검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으며, 즉시항고가 제기되면 재판에 대한 집행정지의 효력이 발생한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내란 수괴 윤석열에 대한 석방이 웬 말인가? 검찰은 즉시항고해야 한다"며 "이번 법원 결정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심판과는 전혀 무관하다.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검찰은 윤석열 석방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줄이고, 여전히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의 우려가 인정되는 만큼 즉시항고하라. 법원 역시 즉시항고 후 빠른 결정을 통해 스스로 초래한 혼란을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주권자 시민들은 이례적인 구속 취소 결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성명에서 "지금까지의 선례상 구속 기간 계산은 일자 단위로 계산해 온 만큼 법원이 이번 사건에 한정해서만 유독 시간 단위로 계산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는 그간 누적된 구속영장 청구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를 뒤집는 것일 뿐 아니라 구속 사안이 우리 사회에 미친 심각성을 안일하게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탄핵심판 10차 변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관련사진보기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가운데, 검찰이 즉시항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이 7일 이내에 즉시항고를 하면,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윤 대통령 석방은 미뤄진다.
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부장판사 지귀연)가 밝힌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의 핵심 사유는 검찰이 구속기간이 만료된 이후에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구속기간을 계산할 때 기존 관례인 날짜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 쪽 주장에 손을 들어줬고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적부심사와는 달리 형사소송법에 명문 규정이 없으므로 체포적부심사 기간은 구속기간에서 제외하면 안된다고 결정했다.
참여연대는 "지금까지의 선례상 구속기간 계산은 일자 단위로 계산해 온 만큼 이번 사건에 한정해서만 유독 시간 단위로 계산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그간 누적된 구속영장 청구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을 뒤집는 것일 뿐 아니라 구속 사안이 우리 사회에 미친 심각성을 안일하게 보는 것"이라며 "검찰은 즉시 항고해 잘못된 법적 판단을 시정해 사법정의를 바로 세워라"라고 촉구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비록 구속이 절차상 이유로 취소되었지만 윤석열에게 범죄의 혐의가 없다거나 수사기관의 권한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니다"면서 "윤석열 측과 국민의힘 등은 죄가 없는 것이 확인되었다는 식의 아전인수식 거짓선동을 즉각 중단하라"라고 주문했다. 이어 "검찰은 윤석열 석방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줄이고, 여전히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의 우려가 인정되는 만큼 즉시항고하라. 법원 역시 즉시항고 후 빠른 결정을 통해 스스로 초래한 혼란을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법조계 인사들도 SNS를 통해 즉각적으로 입장을 표하고 있다. 판사 출신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차라리 잘 됐다"면서 검찰의 즉시항고를 촉구했다. 그는 "즉시항고 후 재항고까지 거치면 대법원에 이르러서 위 쟁점들과 공수처 수사권 논란을 재판 초기에 정리해서, 위법수사, 불법구금 등으로 인한 증거능력 부정, 재심 위험 등을 차단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차 교수는 "기존 형사실무를 완전히 뒤집는 2가지 쟁점에 대한 법리의 대변화가 왜 하필이면 윤석열 대통령 구속사건에서 시작되어야 하는지 의문을 갖는다"라며 "특히 전자(구속기간 시간 단위 계산)야 기존에 피고인의 인권을 이유로 한 반대설의 비판이 있어 왔으니 그런 법리 변경의 가능성이 있다 할 것이지만, 후자(체포적부심사의 구속기간 포함)의 쟁점에 대한 법원의 해석은 잘 납득하기 어렵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임재성 변호사는 "내란범의 구속이 취소된다는 것에 당연히 '피꺼솟'이지만, 구속기간이 넘겼다는 판단 과정(산수 과정) 자체는 일응의 근거를 가지고 있다"면서도 "신체의 자유, 형사피의자 권리가 당연히 중요하지만, 기존 관행과 다른 판단이고 법문 해석에도 의문이 있다. 검찰이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을 필요는 분명해 보인다"라고 밝혔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구속기간과 관련해) 체포적부심과 시간 계산에 관한 논란은 늘 있었다. 그래서 검찰에서는 보통 방어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라고 하는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잘못했다"면서 "(검찰은 윤 대통령 파면 후) 아직 기소 전인 사안들로 윤 대통령을 구속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 오마이 선대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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