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 기다리는데 날벼락...증거인멸 왜곡선동 뻔해
극우세력에게 잘못된 메시지로 양극화 심화시킬 것”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증거인멸을 여러번 시도해왔습니다. 그가 구속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가 인정됐기 때문입니다. 서울중앙지법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구속 취소란 결정을 내린 겁니까?”(은평구 주민 신민섭씨)
7일 저녁 7시30분께 서울 광화문 서십자각 터. 법원이 윤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했다는 소식에 분노한 시민 1만여명(주최 쪽 추산)이 물밀듯 모여들었다. 예상치 못한 결정에 시민들은 법원을 규탄하면서 검찰에 즉각항고를 촉구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 ‘내란수괴 윤석열 석방 결정 긴급 규탄대회’를 열고 “법원의 결정대로 윤 대통령이 석방된다면 증거 인멸을 비롯해 수사 및 재판을 왜곡시키기 위한 선동이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검찰은 즉시항고 해야 한다”고 밝혔다. 광화문 서십자각 터 약 300m의 인도를 가득 채운 시민들은 “석방이 웬말이냐”, “검찰은 즉시항고하라”, “윤석열 석방 결정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법원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송아무개(27)씨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현실감이 없었다”며 “윤 대통령이 구속된 뒤 한숨 돌리고 파면 소식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날벼락을 맞은 듯했다”고 말했다. ‘집요정권리운동본부 한국지부’란 깃발을 들고 나온 대학생 ㄱ(26)씨도 “수업을 마친 뒤 친구들과 놀러나갈 생각이었는데 구속 취소 소식을 듣고 각자 집으로 흩어졌다 깃발을 들고 광화문에 다시 모였다”며 “탄핵 인용까지는 마음 놓지 않고 광장에 나올 예정”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준동이 더 격화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출판업계 종사자 윤여준(33)씨는 “퇴근하자마자 달려온 바람에 따뜻하게 채비도 하지 못하고 나왔다”며 “윤 대통령은 구속돼 있을 때도 변호인을 통해 꾸준히 선동의 메시지를 내왔는데 석방 뒤에는 얼마나 더 지지자들을 부추길지 우려된다. 내란 이후 가뜩이나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데 석방까지 된다면 극우세력에게 잘못된 메시지로 가닿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취업준비생 박상민(28)씨도 “지난 윤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석방된 뒤 어떻게 행동할지 모른다”며 “극우 유튜브를 통해 직접 목소리를 내지 않을까 싶은 걱정마저 든다”고 말했다.
주최 쪽은 헌법재판소에 윤 대통령 파면도 촉구했다. 이들은 “대통령직을 유지한 채 풀려나게 된다면 심각한 수사의 차질과 국정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헌법이, 법률이, 그리고 사회 정의가 우리의 목소리와 하나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 박고은 기자 >
“윤 구속 취소, 내란성 불면증의 재발”…‘어떻게 잡아넣었는데’
윤 대통령 직접 선동 나설까 우려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이 취소되자 시민들은 황당함과 실망감 그리고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시민들은 ‘자유의 몸’이 된 윤 대통령이 극우 세력을 선동해 혼란이 가중될까 우려했다. 12·3 내란사태 이후 수사의 난맥상이 ‘구속 취소’를 불렀다며 수사기관 책임론도 불거졌다.
윤 대통령 파면 촉구를 위해 집회에 줄곧 참여해왔던 직장인 이아무개(30)씨는 이날 한겨레에 “윤 대통령 구속이 취소됐다는 속보를 보자마자 너무 황당했다. 지난 12월3일 비상계엄 속보를 볼 때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최근 사그라들었던 ‘내란성 스트레스’가 급속도로 올라와 머리가 다 아프다”며 “내란 혐의를 받는 현직 대통령이 또 어떤 일을 꾸밀 줄 알고 풀어주느냐. 하루빨리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결론을 내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백아무개(30)씨도 “이미 불법적인 계엄을 했던 사람이 그런 짓을 또 하지 못하리라는 법이 없고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서 걱정이 든다”며 “구속이 절차와 규정에 의해 집행된다는 건 알지만 지금의 석방은 지지자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윤 대통령 체포와 구속을 촉구하는 밤샘 집회를 이룬 염원만큼이나 시민들의 실망감도 컸다. ‘윤석열 퇴진을 위해 행동하는 청년들’ 대표 이재정(31)씨는 “윤석열 구속을 위해 수많은 시민이 한강진에서 몇 날 밤을 새우고 고생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풀려나니 당황스러운 마음”이라며 “최근 집회 규모가 많이 줄어들었는데 다시 시민들이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한다”고 했다.
집회에 열심히 참여해온 30대 청년 김종만씨도 “사람들이 몇날 며칠 새벽까지 뉴스만 보며 가슴 졸이고 관저 앞에서 시위도 해가면서 잡아넣었는데, 이런 식으로 풀려난다는 게 너무 화난다”며 “이거만큼 큰 광화문 집회 초대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곧장 집회 현장으로 나가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시민들도 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문지현(26)씨는 “시민들이 눈 맞고 비 맞고 밖에서 노숙까지 하면서 엄청 어렵게 만들어낸 체포와 구속인데 거기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완전 무시한다는 느낌이 든다”며 “이제 또 다시 한남동 관저 앞에 모여야 할 것 같다. 오늘 당장 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그동안 ‘옥중 정치’를 이어온 윤 대통령이 석방되면 지지세력에 대한 선동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30대 직장인 차아무개씨는 “이번 구속 취소로 인해 극우들이 더 날뛸까 걱정된다”며 “조만간 헌재에서 탄핵심판 선고도 있는데 이번 구속 취소가 윤 대통령 지지세력의 난동을 부추기는 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박아무개(38)씨도 “이미 옥중에서 지지자들한테 선동적 발언을 계속해온 윤 대통령이 극우 집회에 직접 나와 활개를 칠 것 같아 걱정”이라며 “제발 조용히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을 받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란 수사 초기부터 불거진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난맥상이 윤 대통령 석방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30대 최아무개씨는 “내란으로 인해 수개월째 나라가 두 동강 나 엉망인데 수사기관에서 수사권을 가지고 아귀다툼을 하다가 구속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불러왔다”며 “혼란을 바로잡아야 할 수사기관이 혼란상에 기름을 부은 셈”이라고 비판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정복(28)씨도 “검찰과 공수처가 제대로 했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수사기관들에 대한 실망감도 있다”면서도 “그래도 그런 사소한 이유가 구속을 취소할 만큼의 사유가 되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윤 대통령 쪽이 지난달 4일 제기한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구속취소는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될 때 검사, 피고인, 변호인 등이 법원에 구금상태를 해소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 한겨레 박고은 정봉비 이지혜 기자 >
시민사회 “윤석열 구속 취소 안일한 판단…검찰 즉시항고 해야”

법원이 7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취소를 결정하자 시민사회는 ‘안일한 판단을 내렸다’며 검찰에 즉시항고를 촉구했다. 검찰은 석방 뒤 즉시항고, 구속 상태에서의 즉시항고 하는 방안을 모두 검토 중이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에서 “지금까지의 선례 상 구속 기간 계산은 일자 단위로 계산해 온 만큼 이번 사건에 한정해서만 유독 시간 단위로 계산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간 누적된 구속영장 청구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을 뒤집는 것일 뿐 아니라 구속 사안이 우리 사회에 미친 심각성을 안일하게 보는 것”이라며 “검찰은 즉시항고해 잘못된 법적 판단을 시정해 사법정의를 바로 세워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구속 기간을 일수가 아닌 실제 시간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법원의 계산법을 토대로 하면 윤 대통령이 체포된 시기인 지난 1월15일 오전 10시33분 기준으로 구속 기간 만료 시기는 1월26일 오전 9시7분이 된다. 공소가 제기된 1월26일 오후 6시52분은 이보다 지난 시각이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참여연대는 구속 취소가 ‘내란죄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이번 결정은 구속의 절차적 문제에 집중한 것일 뿐이므로, 결코 윤석열의 내란죄가 무죄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윤석열의 내란죄에 대한 증거는 차고 넘친다. 헌법재판소는 조속한 파면 결정으로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이날 성명에서 “천인공노할 결정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검찰은 즉시항고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윤석열 구속취소는 윤석열의 반헌법 반민주 반노동 행태로 고통받아온 국민들을 능멸하는 행위”라며 “전 국민이 생방송으로 내란 행위를 목격했다. 시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눈 내란범을 거리에 활보하게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도 이날 생명을 내고 검찰에 즉시항고를 요구했다. 이들은 “비록 구속이 절차상 이유로 취소되었지만 윤석열에게 범죄의 혐의가 없다거나 수사기관의 권한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윤석열 측과 국민의힘 등은 죄가 없는 것이 확인되었다는 식의 아전인수식 거짓선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 한겨레 이지혜 기자 >
‘윤석열 구속 취소’에 한남동은…“애국시민 승리” vs “구속 촉구”

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를 결정했다는 소식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한남동 관저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애국시민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며 “우리가 이겼다”는 구호를 연신 외쳤다.
7일 오후 4시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 100여명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자축했다. 주최 쪽 사회자는 “윤 대통령이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며 “환영식을 제대로 하자. 우리가 기뻐하는 모습을 좌파들이 볼 수 있도록 축제를 즐기자”고 분위기를 띄웠다. 지지자들은 한목소리로 “윤석열 대통령 즉각 복귀”, “탄핵 무효”, “윤석열 파이팅”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더 많은 지지자들이 모일 수 있도록 결집을 호소하기도 했다. 무대에 오른 한 지지자는 “법원의 구속 취소 인용은 애국시민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며 “저들은 애국시민이 모여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한다. 더 많이 모여 압박하자”고 말했다. 또 다른 대통령 지지자도 “희망의 빛이 보인다”며 “좌파들의 발작이 날로 세지고 있지만 결국은 우리가 이겼다. 끝날 때까지 죽기 살기로 싸우자”고 외쳤다.

관저에서 200여미터 떨어진 국제루터교회 앞에선 학생들의 중앙지법 규탄 대회가 열렸다. 윤석열아웃청년학생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3시30분께 ‘내란수괴 구속 촉구 및 중앙지법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의 공범들은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는데 수괴가 구속되지 않는 건 말도 안 되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며 “검찰은 즉시항고하고, 중앙지법은 이를 받아들여 혼란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긴급 기자회견임에도 청년·청소년·대학생 등 50여명이 지역 곳곳에서 모였고, 이들은 한목소리로 “내란공범 중앙지법 규탄한다”, “검찰은 지금 당장 항고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자유발언에 나선 이들은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인용한 법원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 재학생 전찬범(23)씨는 “윤 대통령은 모든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내란을 일으켰고 세 차례에 걸친 출석 명령에 불응했으며, 경호처를 사조직화해 영장 집행까지 저지한 자”라며 “윤 대통령의 구속이 취소된다는 것은 그가 저지른 모든 만행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동국대 재학생 홍예린(25)씨도 “윤 대통령을 석방하는 것은 내란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내란으로 이미 대한민국이 반으로 갈라진 상태인데 구속 취소가 받아들여진다면 내란 옹호 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기자회견을 이어가는 동안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욕설과 고성을 질렀다. 경찰이 제지에 나섰지만 지지자들의 방해는 기자회견 내내 이어졌다. < 한겨레 박고은 기자 >
'● Hot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석열 석방 결정 즉시항고 미적대는 검찰...하나 안 하나, 계속 "검토중" (0) | 2025.03.08 |
---|---|
법조계·학계 “윤석열 구속취소, 탄핵심판에 영향 없을 것” (0) | 2025.03.08 |
[윤석열 내란] 괴물 풀어준다는 재판부…철저히 윤 쪽 주장만 수용 (0) | 2025.03.08 |
국힘, ‘윤 구속취소’ 겉으론 환영, 속으론 ‘조기대선 불리’ 우려 (0) | 2025.03.08 |
이재명 “검찰 산수 잘못했다고 윤석열 헌정파괴 안 없어져” (0) | 2025.03.08 |
내란수괴 윤석열 구속취소…법원 "구속기간 지나 기소" (0) | 2025.03.08 |
서울중앙지법, 내란 수괴 윤석열 석방…구속취소 청구 인용 (0) | 2025.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