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

 

 
 
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 참석차 국회를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문재인 전 대통령이 25일 ‘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에서 “지난 3년은 그야말로 반동과 퇴행의 시간이었다. 마음 편할 날이 없던 3년이었다”며 윤석열 정부 3년을 작심 비판했다. 퇴임 뒤 고향인 경남 양산으로 돌아간 문 전 대통령이 공식 일정으로 서울을 찾은 것은 9·19 평양 공동선언 5주년 행사에 참석한 2023년 이후 2년 만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김대중재단·노무현재단·포럼 사의재·한반도평화포럼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에서 “대통령직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지 3년 됐다”며 “마음 편할 날이 없었던 3년이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가 국민과 함께 공들여 이룩한 탑이 여기저기서 무너지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나라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나라를 걱정해야 하는 나날이었다. ‘눈 떠보니 선진국’이라는 자긍심은 사라지고, 추락하는 대한민국이라는 탄식과 우려가 커져만 갔다”며 “전임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참담하고 무거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한겨레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검찰총장에 발탁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고 밝혔지만, 공식석상에서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두루 비판한 적은 없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에서 민주 정부가 이룬 성과들이 “모든 분야에서 멈춰서고 뒷걸음질쳤다”고 평가했다. 경기 침체에 대해선 “한국 경제는 지난 3년간 침체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중고에 민생경제는 더욱 어려워졌고, 잠재성장률 2%에도 미치지 못하는 1%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저성장의 늪에 깊이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토록 경제가 어려운데도 국가재정은 제 역할을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라 곳간이 비면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와 서민들의 민생과 복지를 위한 정부 역할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 실패와 무책임한 부자 감세에 기인한 것으로, 세수 기반이 허물어지고 우리 경제의 대응력을 약화시킨 후과를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떠안게 됐다”고 성토했다.

 

후퇴한 민주주의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됐다. 문 전 대통령은 “영국 이코노미스트 부설 연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16위까지 상승했던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윤석열 정부에서 큰 폭으로 하락하며 역대 최저 점수, 최저 순위를 기록했고,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도 큰 폭으로 하락해 세계 62위를 기록한 점을 들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외교·통일 문제를 두고도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는 법”이라며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역대 정부의 성과와 노력은 송두리째 부정됐고 남북 관계는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망가졌다”고 우려했다. 또 “급기야는 윤석열 정부가 계엄을 위한 위기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을 유발하려 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 수사가 주목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는 역대 정부가 계승해 온 균형외교를 파기하고, 철 지난 이념에 사로잡혀 편협한 진영외교에만 치중했다. 그 결과 주변국의 반발을 키우며 국익은 훼손되었고, 평화와 번영의 땅이 되어야 할 한반도는 신냉전 대결의 최전선이 됐다”고 거듭 성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석열 정부의 모든 분야에 걸친 총체적인 국정 파탄은 대통령 한 사람의 실패가 아님을 보여준다. 집권 세력의 낡은 이념과 낡은 세계관, 낡은 안보관과 낡은 경제관이 거듭해서 총체적인 국정 실패를 초래해왔다는 교훈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12·3 내란이야말로 “대한민국 퇴행의 결정판”이라고 평가했다. “민주화된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시대착오적 일이 대명천지에 벌어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고 수십년 전 군부독재 시대에나 있었던 어둠의 역사가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재현되는 것을 보고 세계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반헌법적 비상계엄이 남긴 상처와 후유증은 매우 깊다”며 “비정상과 몰상식이 판을 치며 민주주의를 근본에서부터 흔들고 있는 현실을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고 통합과 상생, 연대와 협치의 정치도 이 토대 위에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돌이켜보면, 역대 민주당 정부는 역대 보수정권이 남긴 퇴행과 무능을 바로잡고 대한민국을 다시 전진시켜내는 것이 운명처럼 됐다. 국민이 선택하게 될 새 정부가 국민과 함께 훼손된 대한민국의 국격을 회복하고, 더욱 유능하게 자랑스런 나라를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엄지원  김채운 기자 >

 

문 전 대통령 “부당한 기소…검찰권 남용·정치화 국민께 알리겠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 참석차 25일 국회를 방문해 우원식 국회의장과 면담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전 대통령은 25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검찰이 자신을 기소한 데 대해 “기소 자체도 부당하지만 검찰이 뭔가 정해진 방향대로 무조건 밀고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4·27 판문점 선언 7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해 우 국회의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검찰의 기소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이 검찰의 기소와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문 전 대통령의 이런 입장은 먼저 우 의장이 “(문 전 대통령이) 답변 준비 중에 갑자기 기소됐다고 해서 납득이 안 된다”며 “이렇게 절차가 안 지켜지고, 시기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저도 잘 납득이 안 되는데 국민들도 납득이 안 될 것”이라고 하자 대꾸하는 형태로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한 건 2022년 퇴임 이후 처음이다. 문 전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하루 앞두고 검찰은 옛 사위 특혜 채용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을 뇌물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문 전 대통령은 “(검찰 기소 전) 제가 기억하는 범위 내의 답변을 이미 작성해놓고 사실 관계를 깊이있게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 기록관에서 기록을 열람 중이었다”며 “그 과정이 검찰과 협의되면서 조율 중이었는데 이렇게 전격적으로 기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기소는) 검찰이 정치화되고 있고 또 검찰권이 남용된다는 아주 단적인 사례”라며 “앞으로 내 개인적인 무고함을 밝히는 차원 넘어서 검찰권의 남용과 정치화 이런 부분을 제대로 드러내고 국민들에게 알리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조기 대선으로 새 정부가 들어서서 나라를 빠르게 정상화해야 하는데 지금 같은 대립이나 분열이 지속된다면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며 “국회가 새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민생이 안정되도록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 한겨레 김규남  김채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