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 대통령 국무총리로 책임감 느껴라"

국민의힘 항의, 민주당은 "잘했다" 환호
한동훈·홍준표 모두 "한덕수 함께하겠다"
민주당 "한 시정연설은 대선 출마용 연설" 

 

우원식 국회의장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 뒤 한 권한대행에 대한 발언을 하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연단 앞으로 나와 우 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2025.4.24. 연합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를 향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분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우 의장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대행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이 끝난 뒤 한 대행을 향해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한 대행이 공정한 대선 관리를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격도 안 되는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등 헌법와 법률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자 경고성 발언을 한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 대행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인데도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도 우 의장의 비판이 나온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은 24일 경선 토론 과정에서 한 대행의 대선 출마를 가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런 측면에서 한 대행이 대선 출마를 위한 밑작업 중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우 의장은 먼저 국회의장으로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며 운을 뗐다. 그는 "헌재 판결에서도 나오듯이 대통령과 권한대행 권한이 동일하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발상"이라며 "대정부질문 국회 출석과 답변, 상설 특검 추천 의뢰 등 해야 할 일과, 헌법재판관 지명처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분해달라"고 지적했다. 

 

우 의장의 작심 발언이 나오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등은 바로 의장석 쪽으로 나와 거세게 항의했다. 우 의장은 개의치 않고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12·3 비상계엄 여파가 여전하고 산적한 현안에 어려움과 혼란이 가중됐다. 파면당한 대통령을 보좌한 국무총리로서 책임을 느껴야 한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 의장의 질타에 한 대행의 얼굴은 굳어졌다. 그는 우 의장의 발언 내내 입을 꾹 다문 채 어두운 표정으로 경청했다. 조금씩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우 의장은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국민들의 삶은 탄핵과 대통령 파면을 거치면서 도탄에 빠졌다"며 "국회의장으로서 (이런) 대통령을 보좌한 국무총리 겸 권한대행이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등이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시정연설 후 발언하는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2025.4.24. 연합

 

우 의장이 발언을 끝낸 후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리에 돌아가지 않고 "뭐 하는 거냐" "그만하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우 의장의 발언이 끝난 뒤 박수를 쳤다. 일부 의원은 "우 의장 멋집니다"라며 환호했다.

 

우 의장의 이례적인 비판 발언은 12·3 비상계엄 이후 한 대행의 행태를 저격한 것이다. 한 대행은 대정부질문 때 국회 출석을 하지 않으면서 '출마설'에 관한 질문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미임명,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남발했다. 최근에는 한 대행이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30년 동안 봉인하려고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한 대행의 출마를 지지하고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긴급 회견문을 올렸다. 그는 "당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도 함께하겠다"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하고 반이재명 단일화에 나선다면 한 대행과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한동훈 후보도 이날 자신의 SNS에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다음 본선 승리를 위해 모든 사람과 함께 할 것"이라며 "특히 한덕수 총리님과 저는 초유의 계엄 상황에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수습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고 꽃피우겠다는 생각이 완전히 같다"고 전했다. 두 후보 다 한 대행과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국민의힘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들의 이런 모습이 한 대행의 대선 출마를 위한 밑 작업이라고 해석한다. 

 

민주당은 이날 한 대행의 기회주의적 태도를 비난하는 논평을 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한미 통상 협상을 대선 출마에 이용하려는 것은 국익은 물론 한미동맹마저 대선 판돈으로 올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 대행이 기어이 대선에 출마하려고 한다"며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며 29일이라는 구체적인 출마 선언 날짜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5.4.24. 연합

 

조 대변인은 "(한 대행은) 오늘 시정연설에 나와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했다"며 "그것을 아는 사람이 대선에 나가겠다고 매일같이 대선 행보를 하고 있다는 말이냐. 정말 부끄러운 줄 모르는 내란 대행"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불법 계엄을 선포해 파면된 상황에서 대선까지 안정적인 국정 관리와 중립적 선거 관리를 해야 할 권한대행이 본분을 망각하고 대선에 나서는 것을 용납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대변인은 한 대행이 대선 출마를 생각하며 미국과 통상 협상을 주도하는 것을 두고 사전선거운동이자 불법적인 관권선거로 규정했다. 그는 "사실상 대선 예비후보가 나라의 명운이 걸린 한미 통상 협상을 이끌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누가 그런 권리를 한 대행에게 줬냐"며 "한 대행은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이 두렵지 않냐. 헌법과 법률을 조롱해 대선에 나서겠다는 한 대행의 대선 행보는 선거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