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5·18민주묘지 참배하려다 시민들의 반대로 무산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광주를 찾아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려고 했으나 시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후 5시35분께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들머리에 있는 ‘민주의 문’ 쪽으로 다가갔다. ‘5·18 묘지 참배 환영’이라는 띠를 두른 한 전 총리 지지자들이 한 전 총리를 에워쌌다. 하지만 한 전 총리 일행은 25m께 걷다가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를 반대하는 광주 시민단체 회원 등 200여명의 인간 띠 앞에 더는 나아가질 못했다. ‘오월영령 능욕하지 말라’는 등의 팻말을 든 광주 시민들은 이날 한 전 총리를 향해 “한덕수는 물러나라, 물러나라”라며 5·18 당시의 ‘훌라송’을 불렀다.

한 전 총리는 두 손을 감싸고 손마이크를 만든 뒤 시민들을 향해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미워하면 안 됩니다”, “우리 5·18 영령들의 가슴이 아픕니다”라고 소리쳤다. 한 전 총리는 서울에서 5·18묘지 참배와 관련해 “경제와 민생을 살리려면 통합과 상생이 중요하다. 그래서 상징성이 있는 출마 선언 첫날 가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립5·18민주묘지 들머리 ‘민주의 문’ 앞은 기자회견을 하던 광주 시민단체 회원들과 한 전 총리 지지자들이 몰리면서 큰 혼잡을 빚었지만,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한 5·18 유공자는 “45년 전 계엄·내란세력과 피를 흘리며 싸웠다. 내란 동조자가 5·18묘지를 참배하려고 생각했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 지지자 중 한 명은 “총리님.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라고 말했다. 몇차례 ‘손마이크 호소’를 하던 한 전 총리는 이날 오후 5시50분께 돌아섰고, 오후 6시께 차를 타고 국립5·18민주묘지를 빠져나갔다.

앞서 내란청산·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이하 광주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4시부터 ‘민주의 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광주비상행동은 “내란 세력의 재집권을 위해 5·18 민주 묘역을 더럽히려는 한 전 총리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참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한 전 총리는 출마할 것이 아니라 법정에 ‘출두’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광주 시민들과 미리 와 대기하고 있던 한 전 총리 지지자 일부가 서로 거친 말싸움을 하기도 했다.

한편,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연 뒤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오후엔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 종로 쪽방촌을 방문한 뒤 광주를 향했다. < 정대하 기자 >
한덕수 대선 출마 선언 “2년차 개헌 완료, 이듬해 물러나겠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국회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출마를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우리가 애써 일으켜 세운 나라가 무책임한 정쟁으로 발밑부터 무너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국익의 최전선인 통상외교까지 정쟁의 소재로 삼는 현실을, 저의 양심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기단축 개헌도 약속했다. 한 전 총리는 “임기 첫날 ‘대통령 직속 개헌 지원 기구’를 만들어 개헌 성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취임 첫해에 개헌안을 마련하고, 2년차에 개헌을 완료하고, 3년차에 새로운 헌법에 따라 총선과 대선을 실시한 뒤, 곧바로 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선 출마’ 한덕수에 “국민에 어떻게 비칠지 돌아보라”
대법원 판결과 당 일부 ‘조희대 탄핵 시도’엔 묵묵부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국정과 선거 관리를 맡은 분이 갑자기 선수로 뛰겠다는 게 국민께 어떻게 비칠지 스스로 돌아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전날 대법원이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에 대해선 “국민이 잘 판단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이 후보는 접경지역 민생 현장 방문 이틀째인 이날 오후 강원 인제군 원통시장을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오전에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를 두고 “지금 우리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헌법을 통째로 파괴한 세력의 단죄를 준비하고 있다”며 “(대선 출마가) 그에 합당한 행동인지 (한 전 총리)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어 “지난 3년간 실질적인 국정 책임자로 국민의 좋은 평가를 받을 만큼 일했는지도 스스로 물어보길 바란다”면서 “내란 극복이라는 비상사태를 이겨내기 위한 국정과 선거 관리를 맡은 분이 갑자기 선수로 뛰겠다는 게 우리 국민께 어떻게 비칠지 한번 스스로 돌아보시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전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재판받고 있는 제가 말씀드릴 건 아닌 것 같다. 국민이 상식을 갖고 잘 판단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민주당에서 ‘대법원 카르텔’을 언급하며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등의 주장이 나오고, 전날 판결 직후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탄핵을 추진한 것에 대해서도 “원내에서 하는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 후보는 지난달 30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된 이인기 전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의원에 대한 비판은 ‘국민 통합’을 내세우며 감쌌다. 이 전 의원은 2009년 ‘용산 참사’ 희생자들을 가리켜 “자살 테러”라고 말한 바 있다. 이 후보는 “아무 흠 없는 사람들만 모아서 (대선 준비를) 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러면 국민의 다양한 의사와 이해(관계)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며 “지금 최대 과제는 국민 통합이다.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당면 과제는 국민 힘을 모아 세계 선도자로 나아가는 위중한 시기라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 김채운 기자 >
대권 청사진 꺼낸 한덕수…‘개헌·거국 내각·통상 해결’ 실현성은
개헌·거국내각 모두 민주당 협조 없인 불가능
마늘협상 실패로 청와대 수석 물러난 이력도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임기단축 개헌’을 전면에 내걸었다. 당선되면 ‘거국통합내각’을 구성해 대선 경쟁자에게까지 내각의 문을 열어두겠다고도 했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장밋빛 청사진을 내놨지만, 그가 밝힌 구상 모두 거대 의석을 가진 옛 야당의 협조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것들이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대통령이 되면, 2주에 한 번씩 야당 대표를 만나 식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그의 대선 출마를 두고 “한덕수의 가면을 쓴 윤석열이 다시 대선에 나왔다”며 “내란 대행 한덕수를 앞세운 내란 잔당의 제2의 내란 시도”라고 비판했다.
3년 뒤 대선, 실현 가능성은?
한 전 총리는 “임기 첫날 ‘‘대통령 직속 개헌 지원 기구’를 만들어 개헌 성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취임 첫해에 개헌안을 마련하고, 2년차에 개헌을 완료하고, 3년차에 새로운 헌법에 따라 총선과 대선을 실시한 뒤, 곧바로 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출마 선언문에서 ‘국민’(25번)이라는 단어 다음으로 ‘개헌’(14번)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한 전 총리는 “그동안 여러 정부와 많은 정치인이 개헌을 약속했지만, 자기 차례가 돌아오면 그때그때 판세와 이해관계에 따라 슬그머니 태도를 바꾸었다”며 “권력을 목표로 살아온 정치인은 개헌에 착수할 수도, 개헌을 완수할 수도 없다. 공직 외길을 걸어온 제가 신속한 개헌으로 우리 헌정질서를 새로운 반석 위에 올려놓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헌안이 통과되려면 국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하고 국민투표에서 유권자 과반이 참여해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170석을 가진 민주당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한 셈이다. 물론 한 전 총리가 대선에 승리할 경우 야당이 된 민주당이 ‘임기단축 개헌’을 찬성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경쟁자 끌어안는 ‘거국내각’은?
한 전 총리가 이날 약속한 것 중에는 ‘거국통합내각’ 구성도 있다. 그는 “저에게 가차 없이 쓴소리하시는 분들, 대선 과정에서 경쟁하시는 분들을 한 분 한 분 삼고 초려해 거국통합내각에 모시겠다. 차관급 이하의 인사는 철저하게, 그분과 함께 일할 부총리와 장관이 책임지고 발탁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선 경쟁 상대까지 내각에 참여시키겠다는 구상이지만, 얼마나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거국내각’은 진영과 소속 정당을 초월해 꾸리는 내각을 말하는데, 이 역시 민주당의 참여가 없다면 구성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민주당이 한 전 총리를 ‘내란에 동조한 내란 세력’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리 요구에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당 안팎에서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 철학을 꺾어가며 대통령 생각을 따른 적 없다”고만 했을 뿐 답을 피했다. 출마선언문에서도 12·3 내란에 대해 사과는 하지 않았다. 한 전 총리가 만남을 제안한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도 이날 대구 북구 침산동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드시 연대가 필요한 것인지 아직 확신을 갖고 있지 않다”며 “멀지 않은 시기에 계엄이나 탄핵, 또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은 밝히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문제’ 전문가 자임하는데, 과거 이력보니
한 전 총리는 자신이 미국과의 통상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라는 점을 출마 이유 가운데 하나로 내세웠다. 한 전 총리는 “미국발 관세 폭풍이 전 세계 모든 나라의 가장 시급한 통상현안”이라며 “저는 지난 8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한미동맹의 굳건한 기반 위에 통상해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2+2 고위급 회담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성과가 있었다”며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한 전 총리의 발언은 과거 한 전 총리가 주도한 중국과의 ‘마늘 협상 파동’을 재소환됐다. 지난 2000년 우리나라가 중국산 마늘의 관세율을 올리는 긴급수입제한 조처를 하자, 중국은 한국의 휴대폰과 폴리에틸린 수입을 잠정 중단하는 보복 조처를 내렸다. 당시 통섭교섭본부장이었던 한 전 총리는 그해 7월 중국과 협상을 타결했으나, 2년 뒤 정부가 중국산 마늘 세이프가드 연장을 2년 반으로 제한하는 이면 합의를 추진한 것이 드러나면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에서 물러났다. < 한겨레 서영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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