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나라 위한 '21대 대선요구안' 발표
특조위 예산·인력, 재발방지책 마련 등 촉구
"국가 부재와 2차 가해는 또다른 죽음·형벌"
"국민의 아픈 마음 존중하는 후보 당선돼야"
"새 정부에 피눈물로 호소한다. 이제 (진상 규명에) 더 이상의 지체는 없어야 한다.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우리의 상처 입은 마음에 정의라는 이름의 치유를 베풀어 달라. 이태원 참사 발생 2년 반이 지났건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존중되는 사회가 되기는 커녕, 참사는 반복되고 불안이 일상화되어 버렸다. 대한민국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이태원 유가족은 (새 정부에) 간절히 요구한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재현 군의 어머니 송해진 씨)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협)는 20일 오전 10시 29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동상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시민사회 21대 대선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유가협은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정보 공개와 특조위에 빠짐없는 정보 제공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보장하기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인력과 예산의 충분한 확보 ▲온전한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개정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포함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이태원 참사는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7개월만에 발생했다. 이태원 참사로 159명의 소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고, 300명이 넘게 다쳤다. 바로 국회 국정조사와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가 있었음에도 지금껏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참사 관련 책임자들이 국회 국정조사특위 출석을 거부하거나 증언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기에 더해 특별법 제정과 시행이 늦어져서 10·29 이태원 참사 특조위는 참사 발생 2년이 되어서야 출범했다. 그러나 특조위는 정부의 준비 미흡과 주요 간부 늑장 임명 등으로 아직까지 조사 개시 결정도 하지 못했다.
유가협은 차기 정부가 취임 직후 해야 할 과제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희생자의 명예 회복'을 들었다. 사회를 맡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안지중 공동운영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대형 참사에도 유가협에 사과하지 않았다"며 "주요 정부 책임자들 중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1대 대선에서는 유가족과 국민의 아픈 마음을 존중하는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말하며 기자회견의 문을 열었다.
유가협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이후 지금까지 진상 규명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행한 비인도적인 폭력과 외면을 묵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우리 아이들은 누구보다 성실하게 자기 삶을 사랑하며 살아가던 대한민국의 청년들이었다"며 "(윤석열 정부는) 그 아이들의 삶을 빼앗고도 모자라 아이들을 마약사범으로 몰고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프레임 씌우기로 덮으려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책임져야 할 희생을 오히려 죄인으로 만들어버린 이 야만적인 정치에 우리는 뼈를 깎는 심정으로 맞서 싸워야 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우리는 없는 죄도 만들어내려는 권력의 탐욕 앞에서 끝없이 매도당했다"며 "그럼에도 피해자들에게 덧씌우려 했던 마약에 대한 증거는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을 외면한 권력은 국민에 의해 심판받았고, 우리는 이제 새로운 시대의 문 앞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유가족들이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은 국가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에게 절망을 안기지 않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제 막 출범한 특조위가 공정하고 철저한 조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부처가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길 바란다"며 "국가가 나서서 유가족이 길거리를 헤매지 않아도 되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한 "새 정부는 반드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에 적극 협력해 달라"며 "참사가 날 때마다 피해자들이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야 하는 악순환을 이번에는 끊어내야 한다"고 했다.
생명안전기본법은 시민의 생명권과 안전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다. 이 법은 국가와 지자체가 어떤 의무를 해야 하며, 시민에게는 어떤 권리가 있는지 등을 규정한다. 또한 정부의 안전 정책과 행정에서 생명 존중의 가치를 우선하고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보장하도록 방향을 제시한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이지현 공동운영위원장(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윤석열 정권 몰락의 전조가 이태원 참사'라고 정의했다. 시민들이 불의한 정권을 끌어내리게 됐기 때문이다. 이지현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이후로도 재난 참사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며 "더 이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는 자가 대통령의 자리에 앉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는 이어서 "그런 점에서 이재명, 권영국 후보가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공약한 것을 매우 반갑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지현 위원장은 "대선 후보들에게 촉구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장을 국정 운영의 원칙과 방향으로 삼고, 사회적 참사가 재발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초석을 다지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해달라"고 전했다. 그는 "그 출발은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시간이 흘렀지만 유가족들은 여전히 일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가족을 잃은 아픔과 동시에 생존자에게는 2차 가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태원 참사의 피해자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재현 군의 어머니 송해진 씨는 "참사가 발생한지 이년 반이 지났지만 내 심장은 여전히 산산조각 나 있다"며 "하늘의 제 아이, 친구들, 청년들에게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송 씨는 "열여섯 살 제 아들은 '엄마, 늦지 않게 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핼로윈 축제를 보러 갔다가 생기를 잃은 모습으로 돌아왔다"며 "함께 갔던 친구는 영원히 돌아오지 못했고, 아이는 '왜 나만 살았을까'라는 자책과 온라인상의 2차 가해로 고통받다 43일 후 '친구들이 보고싶어. 엄마 아빠 사랑해'란 메시지를 남기고 제 곁을 떠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태원 참사는 살아남은 이들의 영혼과 가족들의 삶도 모두 파괴했다"며 "제 아이처럼 견디지 못해 생을 마감한 피해자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생존자 등 모두가 이 참사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아이가 괴로워한 것은 국가의 부재와 그에 편승해 참사를 왜곡하고 폄훼하는 차가운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며 "'놀러갔다 죽은 것 아니냐' '자업자득이다' 등 참사 직후 쏟아진 2차 가해성 반응에 제 아이의 여린 마음은 더욱 깊이 찢어졌다"고 전했다. 송 씨는 이어 "진실이 외면당하는 매 순간이 피해자들에게는 또 다른 죽음이자 형벌"이라며 "이제는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즉각 규명하고, 모든 피해자를 온전히 품어 안는 사회, 생명과 안전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유가협은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특조위에 빠짐없이 제공하라"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보장하기 위해 특조위 인력 및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라" "온전한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이 이뤄지도록 특별법을 개정하라"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포함해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유가협은 "더 이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하는 자가 행정부의 수장이 되면 안 된다"며 "21대 대선 후보들은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을 바라는 피해자들과 국민들의 염원대로 그날의 진실을 밝혀서 다시는 참사가 재발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초석을 닦아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다시만들세계 2030위원회'와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후보 선거관리위원회는 유가족들의 요구안을 받기 위해 유가협 기자회견 장소에 직접 찾아왔다. 이들은 요구안을 직접 받고 이정민 위원장과 악수를 했다. 요구안은 각 당의 정책위원회에 전달될 예정이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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