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이 윤 초대…'극우세력 모으는 것' 비판

김문수, 눈치 없이 옹호 "선거 공정해야 한다"
국힘 의원들 "선거에 부정적 영향 미칠텐데"

이재명 "당사자가 이긴 선거 아닌가"
민주당 "윤석열 후안무치한 대선 개입하는 것"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하고 있다. 2025.05.21. 연합

 

윤석열 씨가 극우 유튜버 전한길 씨와 부정선거론 다큐멘터리 영화를 관람해 '극우 세력을 모으려는 행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헌법재판소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결한 부정선거론을 재탕한 내용이다. 윤 씨의 이런 행보를 두고 국민의힘조차 "제발 자중해 달라"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은 "내란 우두머리가 있을 곳은 영화관이 아니라 감옥"이라고 했다. '긍정적'인 반응을 한 것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뿐이다. 

 

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 씨는 21일 오전 서울시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영화 시사회에 참석했다. 파면 이후 내란 재판을 제외하면 47일 만의 첫 공개 일정이다. 윤 씨는 이 영화를 기획, 제작한 이영돈 PD와 극우 유튜버 전한길 씨 등과 함께 나타났다. 꾸준히 부정선거론을 주장했던 무소속 황교안 대선 후보도 함께했다. 전 씨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가 어제(20일) 영화 관람을 하자고 윤 씨에게 요청했다"며 "(윤 전 대통령이) 공명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흔쾌히 참석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윤 씨는 이날 오전 9시 40분쯤 어두운색 정장 차림에 경호원을 대동하고 영화관에 나타났다. 전 씨는 트렌치 코트를 입고 흰색 상·하의를 입고 윤 씨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윤 씨는 바로 영화관 쪽으로 올라갔고 전 씨는 그의 뒤를 따랐다. 기자들이 윤 씨를 향해 '어떤 경위로 오게 됐나' 등 질문했지만 답하지 않았다.

 

윤 씨는 영화관에서 전 씨와 나란히 앉아서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 관람 중 부정선거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영화가 끝난 뒤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좋았어요"라고 답했다. 

 

윤 씨가 6.3 대선기간 중 이 영화를 관람한 것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부추겨 극우 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동시에 그가 12·3 비상계엄에 대해 전혀 사과할 마음이 없음을 재확인한 셈이다. '사과하지 않으려는 그의 태도'는 지난 19일 내란 관련 재판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재판이 진행되는 6시간 동안 피고인석에서 눈을 감고 10분 이상 조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하고 영화관을 나서고 있다. 2025.5.21. 연합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윤 씨의 영화 관람에 대해 명확한 의견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윤 씨의 부정선거 주장을 두둔하는 입장이었다. 김 후보는 이날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완전하게 일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러 간 것이 선거에 도움이 될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어떤 영화인지는 모르겠다"며 "대한민국 선거가 공정하게 돼야 한다. 누구라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선거관리위원회는 해명 노력을 계속해야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 씨와 김 후보의 '부정선거론'으로 발칵 뒤집혔다. 윤 씨가 이미 국민의힘에 탈당했기에 당과 무관하다고 의견을 냈지만, 대선에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은 탈당해 당과 관계없는 분"이라며 "개인적 입장에서 봤을 때 윤 전 대통령은 계엄에 대한 반성·자중을 할 때 아닌가"라고 말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윤 전 대통령은 저희 당을 탈당한 자연인"이라며 "윤 전 대통령의 일정에 대해 코멘트해 드릴 것이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단체 대화방에는 윤 씨의 부정선거 영화 공개 관람에 대해 우려가 쏟아졌다. <SBS>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영남권 중진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 오늘 오전 부정선거 영화를 공개 관람하실 것이라는 언론사 정보 보고가 있다"며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한다. 가능하신 의원님들께서 간곡하게 만류해 주십시오"라고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는 일부 의원들이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문수 캠프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또다른 영남권 의원 역시 "좀 자중하시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씨가 영화관에서 박수 치며 웃는 사진을 올리고 "…"라는 '말줄임표' 메시지를 남겼다. 이 후보는 또한 인천 남동구 유세를 앞두고 '윤 전 대통령의 행보를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그 선거 시스템으로 본인이 선거에서 이긴 것 아닌가"라며 "이를 부정선거라고 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 이해가 안 된다"고 답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씨의 이날 행보에 대해 '후안무치한 대선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한민수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파면된 내란 수괴 윤석열이 거리를 활보하는 것도 모자라 부정선거 망상을 유포하는 다큐멘터리를 공개 관람하며 대선에 직접 개입하려 나섰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윤 어게인' 캠프를 꾸린 데 이어 윤석열까지 전면에 나서 극우 세력을 결집하려는 것"이라며 "반성은커녕 극우 망상을 퍼뜨리고 대선을 망치려는 내란 수괴의 후안무치한 대선 개입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 대변인은 "지금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가 있어야 할 곳은 영화관이나 거리가 아닌 감옥"이라고 강조했다.  민들레 김민주 기자 >

 

선관위, 윤석열 관람 ‘부정선거’ 조목조목 반박…“음모론 유감”

 

 
 
윤석열 전 대통령(오른쪽 두번째)이 서울 동대문구 한 영화관에서 부정선거를 다룬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오른쪽은 전한길 강사, 왼쪽은 이영돈 전 피디. 이승욱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관람한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부추겨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22일 ‘부정선거 의혹 영화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의혹 대부분은 이미 설명했거나 법원 판결로 해소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투개표는 ‘실물 투표’와 ‘공개 수작업 개표’ 방식으로 진행되며, 정보시스템과 기계장치 등은 이를 보조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모든 선거 과정에는 정당 후보자의 참관인 또는 정당추천 선관위원이 참여하며 공정성과 보안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가 적용되고 있다. 부정이 개입될 소지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가짜 투표용지’ ‘사전투표·결과 조작’ 3가지 억지주장

 

영화에 등장하는 주장도 하나하나 반박했다. ‘해커가 선관위 도장을 위조하고 사전투표용지를 무단 생성해 가짜 투표용지를 찍어낼 수 있다’는 주장에는 “전국 모든 선관위 사전투표관의 도장 이미지를 사전에 확보해야 하고, 24시간 모니터링되는 사전투표함 보관장소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시스템을 중지시켜야 하는 등 사전투표 과정에서 적용되는 공정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들이 모두 배제된 상황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사전투표용지 부정 인쇄를 이용한 선거결과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사전투표와 선거일 투표 간 득표율 차이가 사전투표 조작 증거’라는 주장에는 “사전투표와 선거일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 집단은 무작위 추출 방법으로 선정되지 않아 모집단이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며 “사전투표와 선거일투표 간 정당별 후보자별 특표율이 반드시 유사하거나 같아야 한다는 주장은 성립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대법원 또한 2022년 관련 판결에서 이 같은 현상이 “이례적이거나 비정상적이라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투표지 분류기로 개표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선관위는 “투표지 분류기는 랜카드가 장착되지 않아 외부와 통신이 단절돼 해킹 조작이 원천적으로 불가”하다며 “분류기를 통과한 투표지는 전량 수작업과 육안으로 다시 확인하며 위원검열, 위원장 공표 단계를 거치게 된다. 또한 개표과정에는 수많은 공무원, 일반 선거인 등으로 구성된 개표사무원과 참관인이 참여해 해킹을 통한 분류조작은 불가하다”고 했다.

 

선관위는 “영화와 유튜브를 통해 선거에 대한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주장·정보를 접할 경우, 선관위가 배포하는 설명자료를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선관위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한겨레 전광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