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14대 대통령선거부터 20대 대선까지 모두 충청도에서 승리한 후보가 당선됐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충청권은 이번에도 전국 판세를 가늠하는 중요 지역으로 꼽힌다.

19대 대선과 20대 대선 결과와 선거운동이 본격 시작된 이후 발표된 주요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충청권(충남·세종·대전·충북)의 판세 흐름과 특징을 살펴본다.

19대 대선부터 20대 대선까지: 보수·진보의 엇갈린 선택

 
 

지난 19대 대선에서 충청권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특히 세종특별자치시에서는 51.10%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문 후보의 당선(전국 평균 득표율 41.1%)에 힘을 보탰다. 대전광역시 역시 42.90%로 문 후보가 우위를 점했으며, 충남과 충북에서도 38.60%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당시는 문재인, 홍준표(자유한국당), 안철수(국민의당) 3자 대결(1강 2중) 구도였다.

하지만 20대 대선에선 판세가 뒤집혔다. 양자 구도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충남(51.08%), 대전(49.56%), 충북(50.67%)에서 전국 평균(48.56%)보다 다소 높은 지지를 얻어 승리하며 보수 강세 지역으로 돌아선 것. 반면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51.92%(윤석열 44.15%)의 득표율로 세종에서만 우위를 지켰다. 이 후보는 충남 44.96%, 충북 45.12%, 대전 46.45%로 세종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전국 평균(47.83%)보다 낮은 득표율 보였다.

당시 이 후보와 윤 후보의 표차는 불과 24만 7077표(0.73%p)에 불과했는데 충청권에서는 14만 7612표의 표차를 보였다. 이는 충청권에서 승리하면 이긴다는 공식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충청권 유권자들의 표심 변화를 보여준다.

여론조사 결과로 본 21대 대선, 이재명 후보 충청 전 지역 '우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2일 대전광역시 으능정이 스카이로드에서 열린 유세에서 대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


선거운동 중반에 접어든 현재,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19대 대선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선거운동을 시작한 지 중반이 가까워진 20일 현재까지 복수의 여론조사를 통해 본 충청권 판세는 민주당의 이 후보 쪽으로 크게 기울어져 있다. 정당지지율, 후보 선호도 등 모든 지표에서 앞선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2~14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재명 후보는 충청권에서 43% 지지를 보였다. 김문수 후보(29%), 이준석 후보(7%)와 큰 격차를 유지했다. 유보층은 19%로 나타났다(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방식, 응답률 27.6%).

한국갤럽이 자체로 13~15일 만 18세 이상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조사를 보면, 충청권에서 이재명 후보가 46% 지지율을 얻었다. 김문수 후보는 29%, 이준석 후보는 7%를 기록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16.4%).

이 결괏값은 여론조사꽃의 15~16일 조사 결과와 같은 추이다. 해당 조사 중 충청권에서 이재명 후보는 이재명 50.9%, 김문수 31.7% ,이준석 5.7%를 기록했다(자체 조사,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7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 무선가상번호 활용 전화면접조사. 응답률 17.3%).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천안시 동남구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


전국 단위 여론조사는 지역 표본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지역 단위 여론조사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TJB(대전방송)·디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12~13일 대전·세종·충남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대전 47.8%, 충남 48.0%, 세종 52.0%의 지지율로 김문수 후보(대전 29.5%, 충남 31.5%, 세종 27.1%)에 18%p 안팎의 우위를 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6.4%로 집계됐다(대전 6.4%, 충남 6.8%, 세종 6.1%). 이재명 후보 대 김문수 후보간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이재명 50.4%, 김문수 33.7%로 나타났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방식, 응답률 16.9%)

'지지 후보가 없다'는 응답은 14.4%에 달했다. 이는 아직까지 표심을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상당수 존재하며, 이들의 선택이 남은 선거 결과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령별 지지율 분석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40대(71.9%)와 50대(67.4%)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김문수 후보는 60대(49.7%)와 70대 이상(58.9%)에서 강세를 나타냈다. 이준석 후보는 20대(15.1%)와 30대(11.6%)에서 비교적 높은 지지를 얻었다.

정당 지지층 분석에서는 민주당 지지층의 93.0%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78.9%만이 김문수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해 국민의힘 지지층의 결집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조사에서 대전·세종·충남 유권자들은 해결해야 할 지역 현안으로 지역 청년 일자리 확충 및 고용 대책(53.7%), 교통망 구축(37.2%), 지방 대학 육성(33.0%), 세종시 완전 이전(32.4%) 등을 꼽았다.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 충남도당 4당이 19일 충남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주당, 대전·충남 목표 득표율 55%... 국힘, 지지층 결집으로 승리 목표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이재명 후보의 우세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 국민의힘에 대한 심판론과 함께 국민의힘 내부 갈등, 후보 단일화 불발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충청 지역 민심도 이와 다르지 않다. 고용 대책 마련과 세종시 완전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국민의힘이나 김문수 후보에게 거는 기대치는 낮은 상황.

부동층이 다소 두텁긴 하지만 이같은 추세는 이전 선거에서 나타났던 '북풍'이나 '대형사고' '후보단일화'와 같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남은 선거 기간 동안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민주당 지역 선대위는 현재의 우세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중도층과 부동층 공략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국민의힘 지역시도당에서도 보수층의 결집을 강화하고, 중도층으로 지지세를 확장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각 당의 득표 목표와 전략도 이와 맞닿아 있다. 민주당은 상승세를 타자 대전·충남에서 목표득표율을 각각 55%로 올려 잡았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대전과 충남에서 얻은 득표율보다 10%p 가까이 높은 수치다. 충북도당도 지난 대선 득표율(45.12%) 보다 5%p 높여 목표를 제시했다. 국민의힘의 경우, 남은 기간동안 지지층 결집으로 투표율을 높여 지난 20대 대선에서 얻은 득표율을 회복해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결국 21대 대선의 충청권 관전 포인트는 이번에도 민심의 가늠자이자 풍향계 역할을 할지 여부다.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서울 관악구 신림2교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