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카르텔 온갖 박해 뚫고 마침내 정권 교체


중대한 역사적 변곡점…"엄청난 땀과 눈물 필요"
'빛의 혁명' 끝이 아니라 시작…'5대 사명' 제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안정화
국민 통합 역설…"억강부약의 대동세상 만들 것"

내란 잔당 저항, 영남권과 이대남 반감 등 난관
전략·추진력 겸비 '김민석 총리' 내정…돌파 의지
'깨시민'의 뒷받침 필요…이재명 "함께 이겨내자"

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당 주최로 열린 국민개표방송 행사에 참석해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5.6.4 [공동취재] 
 

내란 세력의 온갖 집요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진짜 대한민국'을 갈망하는 다수 국민의 뜨거운 염원 끝에 마침내 '대통령 이재명 시대'가 개막됐다. 지난해 나라 안팎을 충격에 몰아넣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꼭 6개월 만이다. '흙수저'도 아닌 '무수저'라고 할 만큼 처절한 가난을 딛고 일어선 소년공 출신의 그가 법으로, 펜으로, 칼로, 친위쿠데타로 자신을 죽이려던 기득권 카르텔의 온갖 박해를 뚫고 지난 대선 이후 3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뤄낸 것은 개인 이재명의 승리가 아니라 내란 종식과 민생 회복을 바라는 국민 모두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진 이번 조기 대선은 주기적인 권력 교체 차원을 뛰어넘어 무너진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재건하고 국민 통합과 민생 회복을 이뤄내야 한다는 점에서 중대한 역사적 변곡점이었다. 이 대통령 스스로 말했듯 "지친 국민의 삶을 구하고 민주주의와 평화를 복원하는 일, 성장을 회복하고 무너진 국격을 바로 세우는 일에는 아마도 짐작조차 힘들 엄청난 땀과 눈물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이 대통령 당선이 '빛의 혁명'의 끝이 아니라 본격적인 시작임을 의미한다.

 

그 최우선 과제로서 '내란 종식'에 방점이 찍혀 있음은 물론이다. 이 대통령이 누누이 지적해왔듯이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극심한 불신과 혼란 속에 놓여있다. 한덕수·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윤석열 아바타' 행태에 더해 지귀연 판사의 윤석열 구속 취소와 조희대 대법원의 대선 개입 등 사법부까지 가세한 반동·반혁명에 끊임없이 시달려온 국민 다수는 일련의 내란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근본적 재발 방지책을 원하고 있다. 이는 거대 집권여당으로서 더욱 힘이 실리게 된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내란 특검'과 함께 대대적인 검찰 개혁, 사법부 개혁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또 민생 회복에 중점을 둔 '진짜 대한민국'의 목표로 탈이념 실용주의 기조 속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드는 '먹사니즘', 가치 지향적 '잘사니즘',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생명 중시', 강대국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거나 불필요한 적대 관계를 지양하는 '국익 우선 외교' 등을 내건 바 있다. 윤석열 정권이 극단적으로 망가뜨린 정치의 복원과 세대·지역·진영으로 갈라진 사회의 통합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빠른 시일 내에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야당 지도부를 직접 만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개혁·민생 법안 처리 문제를 포함해 대화와 타협의 협치를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당 주최로 열린 국민개표방송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2025.6.4 [공동취재]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뒤 4일 오전 1시 10분쯤 여의도 국회 앞에 설치된 무대에 올라 '5대 사명'을 완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여러분들이 제게 기대하시고 맡긴 그 사명을 한순간도 잊지 않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반드시 확실히 이행하겠다"며 "첫 번째 사명으로 내란을 확실히 극복하고 다시는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을 겁박하는 군사 쿠데타가 없게 하겠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그 공동체 안에서 우리 국민이 주권자로서 존중받고 증오·혐오가 아니라 인정하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그런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자신의 사명으로 ▲경제 살리기와 민생 회복 ▲국민의 생명과 안전 지키기 ▲한반도 정세 안정화를 차례로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마지막 다섯 번째 사명으로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공동체 안에서 서로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동료들이다. 남녀로, 지역으로, 노소로, 장애인·비장애인, 정규직·비정규직, 기업가·노동자, 이렇게 틈만 생기면 편을 갈라서 서로 증오하고 혐오하고 대결하게 하지 않겠다"면서 "국민을 크게 통합시키는 대통령의 책임을 결코 잊지 않겠다.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공평하게 기회를 함께 누리는 억강부약의 대동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국민 통합을 역설했다.

 

이에 더해 그간 시민사회에서는 '빛의 혁명'을 완수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 대개혁'의 목소리도 분출해왔다. 예컨대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촛불 광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정치 개혁, 성평등, 기후 위기, 돌봄, 노동, 언론의 공공성과 표현의 자유, 교육·청소년, 식량 주권 등 12개 분야의 118개 세부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낡은 '87년 체제'를 끝내고 '제7공화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권력 구조 개편 및 국민 기본권 신장을 골자로 한 개헌 작업에 착수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이미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자.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며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늦어진다 해도 2028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개헌 로드맵을 제시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일인 7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간담회 도중 대화하고 있다. 2024.12.7 연합
 

이 같은 산적한 과제를 우선순위에 따라 차곡차곡 실행해가려는 이 대통령의 각오는 확고한 것으로 관측된다. 새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치밀한 전략적 사고와 강력한 추진력, 조직 장악력을 겸비한 민주당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을 내정한 것도 이 대통령의 돌파 의지를 가늠케 한다. 4선의 김 최고위원과 함께 당내 대표적 전략통으로 분류되는 3선 강훈식 의원은 대통령 비서실장에 낙점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 시기의 파괴적인 역주행에 급제동을 걸고 '진짜 대한민국'을 건립해가는 과정에는 상당한 난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실적으로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내란 잔당 세력의 극렬 반발과, 이번 개표 결과에서도 드러났듯이 지역(영남권)과 세대(이대남 등)에 따라 새 정부에 반감을 가진 국민 일각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역대 민주정부에서 늘 그래왔듯 수구보수 언론들의 일상적인 왜곡 보도가 여론을 선동하며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게 불 보듯 뻔하다. 유시민 작가도 3일 오후 MBC 대선 특집방송에 출연해 "어마어마한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며 "김문수 후보가 TK(대구·경북)를 완벽히 지켰고 PK(부산·경남)도 울산을 제외하고 지켜냈다"고 우려했다.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이재명 정부의 힘만으로는 어렵고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든든하게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이날 여의도 연설에서 국민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그는 "우리가 겪는 이 잠시의 어려움은 위대한 역량을 가진 우리 국민이 힘을 합쳐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 희망을 가지고, 자신감을 가지고, 이웃과 손잡고 함께 가시겠느냐? 자신 있지요?"라며 청중의 열띤 호응을 유도하고 "잠시 다투었을지라도, 우리를 지지하지 않은 그분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입장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다른 색깔의 옷을 입었을지라도, 이제 우리는 모두 위대한 대한민국의 똑같은 대한국민들"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에서 당선증을 교부받는 대로 인수위 과정 없이 곧바로 임기를 시작한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 여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당 주최로 열린 국민개표방송 행사에 참석해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5.6.4 [공동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