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권 겨냥 미국의 이란 직접 공격 이끌어내
22일 새벽 미국의 이란 타격 전후, 네타냐후 뜻대로

 
 
지난 4월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휴전’을 선언하면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12일간의 전쟁이 끝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3곳 공습와 압박이 이란을 굴복시킨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승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23일(현지시각) 이스라엘 공군기지 애로우 부대를 방문해 “목표는 완전한 승리다. 그 이상은 아니”라며 군사들을 격려했다. 이어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중부 리숀레지온을 방문해서는 주민들에게 “이곳을 자랑스럽게 재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국민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를 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4일 새벽 4시(현지시각)까지 이스라엘이 불법 공격을 중단한다면 대응 의사가 없다”며 “새벽 4시까지 군사 작전을 계속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적의 공격에 대응한 군에 찬사를 보낸다”며 사실상 휴전을 수용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자신감’은 대이란 공습을 시작할 때부터 명확했다. 그는 13일 새벽 이란의 핵·군사 시설 등을 기습 공습하며 시작된 양국의 교전 상황에서 미국과의 소통하고 있음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변화가 있다거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발언도 계속했다.

 

22일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일주일 전부터 이란 핵시설 공습을 두고 긴밀히 협의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엇을 도와주면 되겠느냐’고 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남부 방공 시스템을 제거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군은 미국의 공습 직전 이란의 대공 방어력을 약화하기 위한 공습을 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 뒤 한 대국민 연설에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감사하고 축하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란 핵시설 3곳을 공습하고 몇 시간 뒤인 22일(현지시각) 저녁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목표가 달성되면 작전은 완료되고 전투는 중단될 것”이라며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고 그 목표 달성에 매우 근접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는 그에게 우리가 행동해야 할 필요성을 말했고, 그는 그것을 매우 잘 이해했다. 그리고 상황이 급박해지면 그가 옳은 일을 하리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란 직접 공습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던 19일에는 “전적으로 그(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라고 말하면서 “그는 미국에 좋은 일을 할 것이고, 나는 이스라엘에 좋은 일을 할 것”이라며 “속담에도 있듯 모든 기여는 환영받는다”라며 미국에 은근한 압박을 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미국은 실존적 위협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우리를 막으려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후 22일 새벽 미국은 포르도, 이스파한, 나탄즈 이란의 핵 시설 3곳을 직접 공격했다.

 

전쟁 초기였던 15일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과 교전이 이어지자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정권을 겨냥해 “이란 정권은 매우 악하기 때문에 (정권 교체) 결과가 도래할 수도 있다”고 정권 교체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틀 뒤엔 이란 국제방송(IRANINTL)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Let's make Iran great again!)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해온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문구를 인용한 것이다. 직접 관련은 없겠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22일 새벽 이란 핵 시설 3곳을 때린 뒤 “이란의 정권 교체는 왜 안 되느냐’고 신정 일치의 체제 변혁을 시사하는 발언을 올려 긴장이 고조됐다. 같은 글에서 그는 “미가”(MIGA·Make Iran Great Again)라고도 언급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23일(현지시각) 이란의 공격을 받은 리숀레지온을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네타냐후 소셜미디어 엑스(X) 갈무리

 

이란과 ‘전쟁’ 전 네타냐후 총리는 궁지에 몰린 상황이었다. 2023년 10월7일 시작된 가자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고, 50여명 남은 인질 송환이 늦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카타르로부터 측근이 돈을 받았다는 ‘스캔들’까지 터져 국내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달아올랐다.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위기에 놓였으나, 전쟁으로 이를 극복하려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2일간의 전쟁으로 이스라엘의 피해도 적지 않다. 이란의 공습을 피해 방공호와 지하 구조물에 시민들이 수일 동안 대피해야 했으며, 요격망이 뚫린 중부 텔아비브와 남부 베르셰바 등 일부 도시에서 최소 24명이 숨지고 1천여명이 다쳤다. 지난 19일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이란의 공습을 받은 베르셰바 소로카 병원 단지 앞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군의 공습을 견뎌낸 영국 런던 시민들과 빗대며 이스라엘 국민의 항전 의지를 강조했다. 또 자기 아들인 아브너가 16일로 예정돼 있던 결혼식을 연기한 것을 두고 자신의 아내인 사라 네타냐후는 영웅이라고 추켜 세웠다. 또 가족들이 ‘개인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말해 ‘나르시스트’라는 비판을 샀다.  < 최우리 기자 >

 

미국-이란 또 약속대련…‘통보→공격’ 체면 세워주고 전격 휴전

미, 확전 부담에 이란 핵시설 폭격 사전고지
이란은 카타르 미군기지 공격계획 미리 알려
이스라엘은 공습 뒤 이란에 휴전 신호 보내

 
 
3D 프린트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형이 이란 지도를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전격 발표한 이란-이스라엘 휴전은 세 나라가 서로 체면 살리기 공격을 주고받은 뒤 나왔다. 장기전과 확전의 부담을 견디지 못한 미국, 이스라엘, 이란이 모두 휴전 명분을 찾기 위한 보여주기식 공격을 주고받은 것이다.

 

지난 22일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은 이번 중동분쟁의 절정이자, 전쟁을 끝내기 위한 수순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미리 이 공격을 고지했다고 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계자는 이란 핵시설 공격 전날 이란에 ‘이번 공격은 한 번뿐이고 제한적 작전이며, 백악관은 이란의 체제 교체를 계획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미국 시비에스 뉴스는 23일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핵시설 공격은 모두 미국이 계획했으며 확전을 의도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란은 포르도 핵시설 내에서 장비 등을 이동시켰다고 이란 언론들도 보도했다.

 

미국은 22일의 이란 핵시설 폭격을 위해 B-2 전략폭격기들을 태평양과 대서양 항로 두 방향으로 나눠 출격시켜 위장했다는 등의 발표를 했다. 하지만, 실상은 이란에 폭격을 미리 고지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쟁을 끝내는 명분으로 이란 핵시설을 폭격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폭격의 실효성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 목소리가 이미 나왔다.

 

이란 핵시설 폭격 뒤 트럼프는 자신이 배제하던 이란 체제 교체를 언급해, 이란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정권 교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지만, 만약 현 이란 정권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왜 정권 교체가 없겠느냐”라며 “‘미가’(MIGA·이란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었다. 제이디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모두가 이란 폭격 뒤에 언론과의 회견에서 ‘이란과의 전쟁을 원치 않는다’ ‘체제 교체 의도가 없다’고 강조한 것과 대조된다.

 

지난달 22일 미국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위원회 행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워싱턴/로이터 연합
 

트럼프는 ‘나쁜 경찰’, 밴스 등은 ‘좋은 경찰’ 역을 맡아서 협박과 회유를 나눠 맡는 전술을 편 것이다. 하지만, 그 대상은 이란이라기보다는 미국을 쳐다보는 전 세계였다고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핵시설 공격을 미리 고지했고, 이때쯤부터 이스라엘도 이란에 휴전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 이스라엘이 이란 내 목표물에 대한 공습을 마치고, 군사적 충돌을 곧 종료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이스라엘 관료의 말을 보도했다. 아랍 국가 관리들도 이스라엘이 무력 충돌을 끝내려 하고 있으며 이런 뜻이 이란으로 전달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사실상 휴전을 제의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휴전 신호에 대한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있은 지 몇 시간 뒤 이란이 카타르에 있는 미군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 미국 국방부는 곧 아무 피해가 없다고 발표했다.

 

공격 3시간 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이란이 공격을 사전 통보해준 데 감사를 표한다”며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사이의 전쟁을 끝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전 통보 덕분에 인명 피해는 전혀 없었고,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며 “이란의 반응은 매우 약했으며, 우리는 이를 예상했고 효과적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이란은 하고 싶은 대응을 다 마쳤고, 이제 증오를 끝내고 평화와 조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나는 이스라엘도 같은 길로 가도록 적극적으로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전을 주선하고 전쟁을 끝내겠다는 말이었다.

 

곧 트럼프는 다시 소셜미디어에 이란과 이스라엘의 휴전을 발표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이란 두 나라가 이른바 ‘12일 전쟁’을 종식한 인내심, 용기, 그리고 지혜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며 “신이 이스라엘을 축복하시고, 신이 이란을 축복하시며, 신이 중동을 축복하시고, 신이 미국을 축복하시며, 신이 전 세계를 축복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란 체제 교체를 협박하다가, 하루도 안 돼서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미국과 이란은 과거에도 비슷한 약속대련식 공격 주고받기로 긴장을 해소한 적이 있다. 지난 2020년 1월 트럼프 당시 행정부가 이라크를 방문하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드론 공격을 암살했다. 이에 이란은 닷새 뒤 이라크의 알아사드 미군 공군기지 등을 탄도미사일로 보복 공격했다. 이때도 이란은 미리 이라크에 미사일 발사를 고지해, 미군이 피해를 예방하도록 허용했다. 미국도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응하지 않고 넘어갔다. 양쪽은 약속대련식 공격을 주고받고는 위기를 넘긴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이란은 중동 지역 내 미군 기지 등을 공격하나, 체면치레용으로 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란이 이런 체면치레용 공격을 예상보다는 빠르게 단행한 것이다. 이는 미국이 이란 핵시설 폭격을 미리 고지한 것에 대한 화답일 수도 있다.        < 정의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