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인상’ 불똥이 아시아 쪽으로 확대할 것이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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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기자회견 뒤 퇴장하고 있다. AFP 연합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2개국이 향후 10년 안에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쓰는 데 합의하자 일본에서는 ‘방위비 인상’ 불똥이 아시아 쪽으로 확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6일 “나토 정상회의가 방위비 목표를 크게 끌어올려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 대비 5%로 잡았지만 현재 수치와 간극이 크고, 많은 회원국에 장벽이 높다”며 “미국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동맹국에도 ‘5% 인상’ 필요성을 입장을 밝혀온 만큼 현재 방위비 지출이 국내총생산 대비 1.8%인 일본도 압박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나토 정상들은 하루 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의 5%를 핵심 국방 수요 및 국방·안보 관련 지출에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무기구매 등 직접 군사비에 3.5%를 쓰고, 주요 기반시설과 사이버 대책비 등 ‘국방 관련’ 간접 비용으로 1.5%를 지출한다는 방침이다. ‘국방 관련’ 비용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추가 예산이 필요한 지 드러나지 않았지만, 상당수 나토 회원국에는 직접 군사 비용인 3.5% 달성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국내총생산 대비 방위비 목표는 2014년 설정한 2%인데, 10년 전부터 추진된 계획을 아직 달성하지 못한 회원국이 9곳이나 된다. 러시아에 직접적 군사 위협에 노출된 폴란드는 4.12%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국가 재정난에 시달리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은 2% 달성도 힘겨워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향후 5년 이내 나토 회원국 영토를 공격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의 ‘방위비 인상'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주자 시절이던 지난해 2월 선거 유세 때 1기 집권 시절에 “나토 쪽에서 ‘방위비를 안 내도 미국이 우리를 보호할 건가’라고 묻길래 ‘절대 아니다’라고 답하는데 그들이 믿지 않더라”라며 “오히려 (러시아가) 원하는 걸 하도록 부추기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 쪽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이런 태도가 아시아 동맹들에도 예외를 두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숀 파넬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8일 국방부 예산안 청문회에서 “나토가 국방지출 확대를 위해 노력하면서 아시아를 포함한 전세계 우리 동맹들이 국방 지출의 새 기준을 갖게 됐다”며 “아시아·태평양 동맹국들이 유럽의 방위비 지출 속도와 수준에 맞추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아직 2%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내총생산 대비 방위비를 5%대로 끌어올리는 건 사실상 현실적이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국방비 규모는 우리 스스로 주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미국 쪽에 이런 입장을 끈기있게 성심성의껏 설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일본은 올해 국방비 관련 예산은 최대 9조9천억엔(93조4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1.8% 수준이다. 일본 방위성 한 관계자는 현재보다 3배 가까이 많은 ‘5% 증액 요구’와 관련해 “절대 수용하기 어렵다”고 산케이신문에 말했다.  < 도쿄/홍석재 특파원 >

 

나토 정상 “GDP 5% 국방비로”…트럼프 위한 정상회의

 
 
25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2025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나토 정상들. AFP연합
 

향후 10년 안에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에 쓰기로 약속한 올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는 동맹의 ‘안보 무임승차’를 비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즐거움을 준 거대한 장이기도 했다. 25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32개국이 채택한 공동성명은 러시아라는 안보 위협에 맞서 미국을 나토의 틀 안에 머물도록 하기 위해, 나토 수장과 회원국들이 최대한의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나토 정상들이 발표한 ‘헤이그 정상회의 선언’을 보면, “동맹국들은 2035년까지 매해 국내총생산의 5%를 핵심 국방 수요 및 국방·안보 관련 지출에 투자하기로 약속한다”고 명시됐다. 국내총생산의 최소 3.5%를 직접 군사비에 쓰고, 주요 기반시설과 사이버 연결망, 국방산업 강화 등 간접 비용으로 1.5%를 추가로 지출하겠다는 것이다. 회원국들은 목표 달성을 위한 연간 계획을 제출하고, 전략적 환경과 역량을 고려해 지출 추이 등을 2029년에 재검토하기로 했다. 2029년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해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한 뒤 줄곧 요구했던 5% 국방비 증액을 나토가 6개월여만에 이행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커다란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이번 결과를 “미국의 기념비적 승리”라며 “(나토 정상들은) 정말 자신의 나라를 사랑한다. 이건 바가지요금도 아니며, 우리(미국)는 이들이 국가를 지키도록 돕기 위해 여기 온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국 중 국방비 지출 수준이 국내총생산 대비 1.24%로 가장 낮은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5% 목표치 이행에서 면제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스페인을 직격하며 “그들은 무임승차를 원하지만, 이를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스페인은) 무역에서 우리에게 갚아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국방비 증액을 약속한 나토 회원국들은 미국의 집단방위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다. 공동성명은 “워싱턴 조약(나토 조약) 5조에 명시된 집단방위, 즉 하나에 대한 공격은 모두에 대한 공격이라는 원칙에 대한 철통 같은 약속을 다시 한 번 확고히 다짐한다”고 했다. 나토의 집단방위 공약은 정상회의 때면 통상 포함되는 문구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래 회원국들의 국방비 증액 없이는 미국이 집단방위 의무를 다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이날은 “나는 그것(나토 5조)을 지지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여기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헤이그로 향하는 비행기에선 집단방위 의무 조항이 “여러 정의가 있다”며 확답을 하지 않았던 그다.

 

마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연이은 질문에 “걱정을 그만하라”며 “미국은 전적으로 5조를 준수한다. 우리가 얼마나 많이 이 점을 말해야 하는가?”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마르크 뤼터 총장은 나토 회의가 열리기 수개월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회원국들의 이견을 조율해 왔다. 이번 공동성명 내용도 5개 항목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양이 대폭 줄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정상회의 당시엔 38개 항목에 더해 우크라이나를 위한 장기적인 안보 지원 서약까지 6개 항목의 성명을 냈다. 특히 러시아를 향한 규탄이나 우크라이나에 관한 언급이 대폭 줄었다. 지난해엔 러시아를 44차례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한 반면, 이날 성명엔 “유럽-대서양 안보에 대한 러시아의 장기적인 위협에 직면해 (나토는) 단결했다”는 표현 정도가 담겼다.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선 “동맹국들은 우리의 안보에 기여하는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제공한다는 주권적 공약을 재확인하며, 동맹국의 방위비 산정 시 우크라이나의 국방과 방위 산업을 위한 직접적인 기여를 포함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이고, 러시아를 적으로만 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뤼터 총장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관한 발언을 최소화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띄워주며 그의 심기를 건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 충돌을 빚은 이스라엘과 이란을 가리켜 “운동장에서 두 아이”가 싸우는 것 같다고 말하자, 뤼터 총장은 “아빠(대디·트럼프 대통령 지칭)가 때로는 이들을 멈추게 위해 강한 말을 해야 할 때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분이 좋은듯 “(뤼터 총장이)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는 다정하게 ‘당신은 나의 아빠’라고 말했다”며 웃었다.    <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

 

 

21일(현지시간) 이란 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격 이후 미국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D.C.의 백악관 상황실에 있는 모습을 엑스를 통해 공개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이란의 핵 시설 세 곳에 대해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 연합


6월 24일(현지 시각)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휴전에 들어갔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지 12일 만의 일이다. 이번 휴전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력 개입에 따른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이란의 3개 핵시설을 공격하며 이란을 압박했고 더는 전쟁을 이어갈 뾰족한 수가 없는 이란은 이스라엘과의 휴전에 합의했다. 전쟁이 장기전으로 확산하지 않고 중단된 건 천만다행이지만 이번 이스라엘-이란 전쟁 그리고 미국의 무력 개입과 그를 통한 휴전은 국제사회에 여러 가지 숙제를 안겼다.

국제사회가 직면한 첫 번째 숙제는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무력 사용을 어떻게 제지할 것이냐다. 이스라엘이 주장한 이란 공격의 이유는 자국의 안전을 위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국가라면 국제 사회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외교적 문제 해결을 촉구할 테지만 이스라엘은 독자적인 무력 사용을 결정했다.

그 배후에는 이란의 군사력 및 지역 패권 약화 시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적 생존 문제 등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많은 언론과 전문가의 중론이지만 어쨌든 이스라엘이 주장한 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였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공격은 미국과 이란 간 6차 핵협상 이틀을 앞둔 시점에 이뤄진 것이어서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높지 않았다. 설사 이스라엘의 주장을 인정한다 해도 이스라엘이 문제의 외교적 해결이라는 국제 규범을 어긴 건 심각한 문제였다.

제멋대로 타국 공격하는 이스라엘과 미국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들이 주도하는 국제사회는 이런 이스라엘의 무력 사용에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후 캐나다에서 열린 회의에서 G7 정상들은 이스라엘의 '자위권'과 '이란 핵무기 보유 불가' 원칙을 언급하며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서방국들이 가자지구 공격과 무차별 학살, 레바논 공격, 이란 공격 등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무력 사용을 제지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보여준다. 이는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 선제공격 등에 면죄부를 주는 행위이기도 하다.

서방국들이 원하는 중동지역의 정치적 안정을 위해 이스라엘의 무력 사용을 지지한다는 의사의 표명이기도 하다. 이런 서방국들의 행태는 유독 이스라엘 앞에서만 멈추는 국제법과 국제 규범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제사회의 법과 규범을 회복하고 이스라엘의 무력 사용을 제지할 방법을 찾는 건 세계에 던져진 큰 숙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재 국제사회는 이 숙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고 그 결과 이스라엘의 오만과 아집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미국의 공습으로 땅이 파인 이란 나탄즈 농축 시설 ⓒ 로이터=연합


두 번째로 직면한 숙제는 어떻게 미국의 무력 사용 부당성을 확실히 지적할 것이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고 세계인을 경악을 넘어 혼란에 빠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고립주의와 국제 문제 불간섭 원칙을 주장해 왔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미국의 이란 공격은 두 가지 면에서 정당성이 없었다. 하나는 외교적 해결을 외면하고 군사적 해결을 택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회유하고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 및 정치적 지지 중단을 압박할 수 있었다. 미국의 무기와 지지가 없이 이스라엘은 현실적으로 가자지구 전쟁을 계속할 수도,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이란 등과 무력 대결을 계속할 수도 없다. 또한 미국의 지지가 없으면 가자지구에서 저지르고 있는 민간인 학살과 식량 무기화 등 온갖 전쟁 범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계속 무시할 수도 없다.

그러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운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압박해 전쟁을 중단하려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는 외교적 해결인 이란과의 핵협상을 포기하는 것이기도 했다. 어떤 비군사적 수단도 강구하지 않고 무력 사용을 선택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어떤 핑계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냥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이란에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미국의 이란 공격이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이란 공격 직후 이것이 '일방적 무력 행사'를 금지한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이 여러 곳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격의 목표는 "테러를 지원하는 국가(이란)의 핵 위협을 중단"시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또한 "대통령이 미국의 국익을 위협하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미군과 우방국인 이스라엘 방어를 위해 공격을 승인했다"며 이란 공격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이는 국제법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주장이었다. 유엔 헌장은 국가가 합법적으로 타국에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두 가지 경우를 언급하고 있다. 하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 평화와 안보를 복구 내지 유지할 예외적 조건에서 무력 사용을 결의했을 때고, 다른 하나는 국가가 침공을 받아 자위권을 행사해야 할 때다. 미국의 공격은 이 두 가지 경우 모두에 해당하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한 것과도 다른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해 향후 러시아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러시아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외교적 노력도 하지 않았다. 확신할 수 없는 미래의 위협을 가정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주장은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은 러시아의 논리로 이란을 공격했고, 나아가 서방국들은 역시 같은 논리로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지지했다. 그 근거는 이란이 국제사회가 절대 인정할 수 없는 핵무기를 개발하려 했다는 것이지만 이란과 외교적 협상 여지가 있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서방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이런 이중잣대는 미국의 무력 사용 부당성을 지적하는 논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세 번째로 직면한 숙제는 국제법을 무시하는 미국의 무력 사용 재발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다. 미국의 이란 공격에 세계가 경악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이 무력을 통한 문제 해결을 실행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을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위협으로 여기지 않은 이유는 미국이 국제법과 국제 규범을 위반하면서 무력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란 공격은 그런 신뢰를 깨고 레드 라인을 넘은 것이었다. 사실 이는 미국에 트럼프 대통령이 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어쨌든 미국은 이란 공격을 통해 미국의 경고와 요구와 응하지 않는 국가에 무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의 이런 변화는 국제사회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이란 공격은 예외적인 사례고 아무리 독불장군이고 국제 규범 따위에 관심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비슷한 일은 할 수 없을 거라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례로 비춰볼 때 비슷한 일이 생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므로 국제사회에 던져진 심각한 숙제는 어떻게 국제적 합의 없는 미국의 일방적 무력 사용 가능성을 제거할 것이냐다. 현실적으로 그것이 가능할 것이냐도 의문이다. 국제사회 질서에서 실질적으로 핵심 역할을 하는 서방국들이 미국을 제지할 의지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기구 감시 없이 이란만 뭐라 하나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25일(현지 시각) 헤이그에서 열리는 NATO 정상회의에 도착해 언론과 대화하고 있다. 2025.6.25 ⓒ AP=연합뉴스관련사진보기


BBC 보도에 따르면 6월 24일 나토 정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보내 "이란에 대한 단호한 행동"을 축하했다. 그는 "진정 특별하고 누구도 감히 할 수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더 안전해졌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아부가 가득한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에 공유해 드러났다. 이는 나토가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 사용을 오히려 지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미국의 이란 공격 후 기자회견을 통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나 스퇴르 노르웨이 대통령이 "합법성이 없었다"고 지적했지만 그건 단편적인 의견일 뿐이다.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이 사실상 미국의 요구대로 국방비를 GDP의 5%까지 인상하기로 합의한 것 또한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무력 사용 문제에 전혀 문제를 제기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다.

네 번째로 직면한 숙제는 중동의 핵무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다.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했지만 CNN은 미 정보국의 초기 평가를 인용해 미국의 공격이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는 파괴하지 못했고 단지 핵개발을 몇 개월 늦췄을 뿐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의 공격 목표가 정말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중단시키는 것이었는지가 모호하다는 걸 의미한다. 이는 또한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이란은 오히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문제는 더 복잡해질 수 있고 미국은 이란과 진행 중이던 핵협상을 걷어차고 이스라엘을 두둔하고 공격까지 감행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는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를 공식화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고 이것이 이스라엘과 대결하고 있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핑계 중 하나가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핵무기 보유를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 전략을 쓰면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NPT에 가입된 국가도 아니어서 국제사회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기도 하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 공식화와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기구의 감시 없이 이란에 대한 핵무기 개발 감시와 포기 압력은 정당성을 인정받기 힘들다. 외교적 협상 또한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   < 정주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