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본안 판단 나올 때까지 효력 유지, 7일 뒤 발효... 트럼프 행정부 긴급 항소가능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소속 변호사 코디 워프시가 10일(현지시각) 뉴햄프셔 주 콘코드 연방법원 앞에 서 있다. 이날 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출생시민권 자동 부여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의 효력을 중단시켰다. 콘코드/로이터 연합
 

미국 뉴햄프셔 연방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철회 행정명령에 대해 전국적인 효력을 갖는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대법원은 지난달 전국적 효력을 지닌 가처분 명령을 제한했지만, 집단소송을 통한 전국적 조치는 허용했는데, 이를 활용해 나온 판결이다.

 

조셉 라플란트 판사는 10일 원고 쪽이 제기한 집단소송 신청을 받아들인 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효력을 전국적으로 일시 중지시키는 예비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라플란트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이 위헌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으며, 당장의 중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명령이 내려지지 않을 경우 청구인들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며 “청구인들이 입을 피해는 정부가 입을 피해보다 크고, 공익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이 명령은 1심 본안 판단이 나올 때까지 효력을 유지한다. 다만 이번 명령이 7일 뒤 발효되도록 해 트럼프 행정부가 긴급 항소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연방대법원은 하급심 법원이 특정 소송 당사자 외의 제3자에게까지 효력을 미치는 전국적 가처분 명령을 내리는 것은 권한을 벗어나는 행위라고 판단한 바 있다. 집단소송은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하급심에서 전국적 효력을 갖는 가처분 명령을 내릴 경우, 사실상 집단소송 절차를 우회하거나 그 요건을 완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지난 2월 20일 이후 태어난 아기들 가운데 부모 중 한명이라도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니면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판결로 인해 미국 국무부, 농무부, 연방 이민기관 및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 등 관련 연방기관들은 행정명령을 집행할 수 없게 됐다. 소송을 대리한 엔에이에이시피(NAACP) 법률방어기금 쪽은 “이번 판결은 수정헌법 제14조와 시민권은 정치가 아닌 출생에 의해 결정된다는 원칙에 대한 강력한 재확인”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번 결정이 대법원의 최근 지침을 무시하고 집단소송 절차를 남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변인 해리슨 필즈는 “이번 판결은 대법원의 보편적 구제 조치 금지 명령을 우회하려는 명백하고 불법적인 시도”라고 주장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