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이재용 무죄판결에 붙여: 비판과 소회, 당부
중형 선고 피하려 아예 '완전 무죄' 선물한 듯
'경제대통령' 앞에 하나같이 무기력한 주류 엘리트들
이 회장, 법을 두려워하며 사회적 책임 다하길
법의 잣대가 이재용 삼성회장 앞에서 갈대처럼 휘었다. 돈의 힘에 눈이 먼 엘리트 법관들이 법 기술을 동원해서 법의 정의와 위엄을 스스로 짓밟았다. 지난 17일 대법원 제3부(재판장 오석준 대법관)는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무세승계와 지배권 강화를 둘러싸고 지난 25년간 계속된 형사사법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화끈하게 이재용 회장과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합병 사건과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회계부정과 증거인멸 사건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1심과 2심의 무죄판결에 이어 이재용 등 관계자 14인의 전원 무죄와 19개 혐의 전부 무죄를 최종 확정한 것이다. 하필이면 제헌절 77주년 기념일에 헌법에 가장 역행하는 대법판결이 나온 것도 아이러니다.
판결이유가 알량하기 그지없다. 1심과 2심에 이어 최고 재판부도 삼바 공장 콘크리트 바닥을 파고 숨겨놓은 완벽한 범죄증거들 모두를 증거능력이 없다고 배척한 후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이 경영권 승계와 지배권 강화 목적 외에 합리적 경영판단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 무죄라는 것이었다. 비유컨대, 이는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온갖 구차한 변명, 이를테면 계엄령이 아니라 계몽령을 편 것이고 개미새끼 하나 다치지 않았는데 무슨 내란이고 헌법위반이냐는 변명을 모두 받아들여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한 것과 다르지 않다. 실체적 진실과 이렇게 거리가 멀고 완벽하게 조작된 무죄판결은 대한민국 사법사상 처음일 것이다. 오직 이재용이 피고인이기에, 아직도 살아있는 ‘경제대통령’이기에 가능했다.
하나 더 있다. 이렇게 노골적인 면죄부를 발행해도 조희대 대법원장이 든든하게 뒷배를 봐줄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 없었다면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법, 대법의 담당재판부가 마음 놓고 전원 무죄, 전부 무죄를 선고하진 못했을 것이다. 사법부수장이 그래서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대법관 제청권과 법원장 임명권, 법관 전보권 등 법관인사권을 합법적으로 휘두르는 제왕적 대법원장의 경우에는 말할 필요도 없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 권력자, 삼성총수에 대한 중형 여부를 결정짓는 중대한 사건에서 대법원장의 눈치와 의중을 살피지 않을 소신파 엘리트 법관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유감스러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재용에게 중형을 선고했어야 하느냐는 항변이 이 지점에서 들리는 듯하다. 돌이켜보면 이재용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총 2년 동안 구금생활을 했다. 덕분에 ‘이제 그만하면 됐다’는 동정여론이 제법 형성됐다. 특히 우리사회의 지배엘리트들은 여기에 이견이 전혀 없다. 삼성이 우리나라를 먹여 살렸다는 성공신화와 함께 경영권 무세세습을 이유로 이재용을 더 옥살이시키진 말자는 국민정서가 이번 면죄부 판결의 근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컨대, 이번의 어처구니없는 전원무죄, 전부무죄 대법판결은 최고위 법조엘리트들이 엘리트사회의 정서와 국민의 동정여론, 대법원장의 보수성향을 믿고 온갖 법 기술과 형식논리를 동원해서 저지른 사법사상 최대의 법치유린 판결이다.
오해하거나 헛소리하면 안 된다. 이재용과 그의 하수인들은 죄가 없어서 완전 무죄판결을 받은 게 전혀 아니다. 오히려 죄가 넘쳐서 재판부가 조금이라도 유죄를 인정하는 순간 이재용에게 5년 이상 실형을 살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모든 심급의 재판부들이 눈 딱 감고 면죄부를 주며 모든 상황을 정리했다고 보는 편이 실체적 진실에 더 부합한다. 실제로 무죄 논거라 봐야 ‘달리 볼 수 있는 여지가 남기 때문’이라는 아주 소극적이고 절차적인 봐주기 논리밖에 없었다. 실체적 진실에서 무죄라는 취지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전혀 없는 것이다.
1심, 2심, 3심 재판부도 만약 이재용에게 집행유예를 붙일 수 있는 조건이었다면 지금처럼 무리수를 두지 않고 안전하게 그 길을 선택했을 게 틀림없다. 그러나 두 개의 결정적인 이유로 그것이 불가능했다. 우선 불공정합병과 회계부정을 인정하는 순간 불공정 차액과 회계부정액이 수천 억에 달하기 때문에 5년 이상 중형선고가 불가피했다. 게다가 이재용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월형을 받고 2022년 8월에야 사면돼 3년간 누범가중처벌이 적용되기 때문에 집행유예를 붙이는 게 불가능했다.
집행유예 없는 중형 선고와 완전무죄 선고의 딜레마에 처한 재판부는 예외 없이 완전무죄를 선택하고 이재용뿐 아니라 13명의 하수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물했다. 그동안의 검찰수사 발표와 언론탐사 보도가 100% 거짓이 아닌 이상 법원이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원의 탈출구가 과연 있었을까? 법원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법대로 판결하면 딜레마가 없다. 법원이 정의롭게 풀지 못할 딜레마라는 것은 사실상 없다. 아무리 경직성을 갖는 것처럼 보이는 법 문언에도 법관이 구체적 형평성을 살릴 수 있는 해석의 공간은 언제나 남아 있게 마련이다.
만약 1심 재판부부터 법의 정신과 취지에 충실하게 중형선고를 했더라면 이재용의 선택지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부당하게 취득한 본인명의 재산의 사회 환원과 경영일선 후퇴 같은 방침을 공표하며 경영권 무세세습을 위한 지난 25년 동안 무차별적으로 관련 국가기관들을 구워삶아온 희대의 국정농단에 대해 국민들에게 공개적이고 구체적으로 사죄하며 용서를 빌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법원이 집행유예를 붙여 풀어줘도 뭐랄 사람이 없고 대통령이 곧바로 사면을 해도 뭐랄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제대로 된 재판부라면 당연히 법대로 마감해야 했다.
내가 아쉬운 것은 한국의 법치주의가 유독 ‘경제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우리사회 주류엘리트들의 행태를 고발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과 국회는 이미 불거질 대로 불거진 삼성 사안은 물론이고 10대재벌의 경영권 무세세습 문제에 대해서도 국정조사 한 번 하지 않고 입에 자물쇠를 채웠다. 이 점에서는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국힘당 정권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민주당 정권이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 국세청, 공정위, 증권감독위, 교통건설부(공시지가) 등 국가기관들도 최대한 봐주기로 일관했다.
좋은 예가 이재용의 자매, 이부진과 이서진이 에버랜드와 SDS 헐값발행사건 및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합병사건에서 이재용과 100% 동일한 공동수혜자이자 범죄혐의자임에도 불구하고 검찰, 국세청, 공정위, 법원 어떤 관련기관도 그들의 이름과 책임을 철저하게 모른 척하고 지금까지 봐주기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정치권과 언론, 학계도 다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부진, 이서진 자매들은 오빠 이재용의 그늘과 날개 아래 숨어서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오빠 재산규모의 1/3씩을 보유하며 단숨에 여성재벌 1,2위로 등극할 수 있었다. 물론 삼성총수일가가 아니라면 관련기관이 이렇게 모르는 척 하는 일은 상상도 하기 어렵다.
봐주기의 정점에는 검찰과 법원이 있었다. 예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3년 12월 서울중앙지검 채동욱 부장검사는 이미 검찰이 세 차례나 불기소처분을 내렸던 에버랜드 헐값발행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 종료를 딱 하루 앞두고 사장과 전무를 특별배임죄로 기소했다. 몸통 이건희 회장은 빼고 마름들만 기소했지만 그나마 에버랜드 사건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돼 주범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도 공소시효 중단효과가 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소신파 검찰총장으로 이름을 날리다 강제 퇴진 당한 채동욱의 결기가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합병 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찬성 투표하도록 박근혜, 최순실에게 뇌물을 바친 혐의로 2017년 2월 검찰이 이재용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법원이 구속영장을 내줘서 삼성총수가 구속되는 이변이 발생했다. 그러나 촛불혁명의 한가운데서 엄청난 국민압력에 힘입어 일어난 일이라 굳이 칭찬하고 기억할 것까지는 없다. 그보다는 필자 등 법학교수 43인의 검찰고발로 시작한 에버랜드 헐값발행 형사재판에서 배임죄 유죄판결을 내린 2004년의 1심 재판부와 2007년의 2심 재판부가 ‘법대로’ 재판부로 기억되어야한다.
촛불혁명의 산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김명수 대법원과 윤석열 검찰이 가동되면서 두 가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하나는 이재용의 뇌물공여 국정농단사건에서 김명수 대법원의 ‘법대로’ 판결이 2019년에 나와서 결국 이재용을 실형을 살리게 한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이재용의 삼성물산 부당합병과 삼바 회계부정 사건에 대해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해서 2020년 9월, 19개 범죄혐의로 이재용과 하수인들을 기소했다는 것이다. 삼바 분식회계와 관련해서는 2018년 증권선물감독위원회가 조사 끝에 검찰고발을 단행해서 검찰기소로 이어진 것이었다. 촛불혁명의 기운과 윤석열의 야심이 합작해서 만들어낸 쾌거였다.
위에서 언급한 몇 예외를 빼고 이재용 사건을 맡은 재판부들은 봐주기 논리를 제공하느라 머리를 싸맸다. 특히, 삼성특검 1심과 2심 판결은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이 에버랜드 변호사 시절에 동원했던, ‘아무리 주식을 저가발행해도 기존주주의 이익을 해칠 뿐 회사에는 손해가 없다’는 해괴한 법리로 이건희 회장에게 에버랜드 사건의 배임 무죄를 선고했다. 실은 이용훈 대법원장이 제척사유(1심 변호사)로 빠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에버랜드 6대5 무죄판결도 이것을 유일한 논거로 삼았다.
조희대 대법원장 치하의 이번 사건 1심, 2심, 3심 법관들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성향과 의중을 알고 ‘묻지 마’ 무죄판결을 내렸을 가능성이 매우 높듯이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 치하의 삼성특검 1심, 2심, 3심 법관들도 이용훈 대법원장이 변호사시절에 펼쳤던 법리를 안심하고 따랐을 게 틀림없다. 실은 당시만 해도 중대사건에 대해선 지금처럼 컴퓨터 배당이 아니라 법원장이 마음에 맞는 법관을 골라 임의배당을 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쓰면서도 내 추론이 억측이기를 바랄만큼 마음이 아리다. 이른바 유신헌법이 독재수단으로 만들어낸 지금의 제왕적 대법원장제는 하루바삐 청산되어야 마땅하다.
언론과 학계도 다르지 않았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보수언론들이 일제히 검찰수사를 비난하는데서 알 수 있듯이 보수언론과 주류학계는 대한민국 지배층의 최상위 신성가족이자 눈부신 성공신화의 주역 삼성총수의 권위 앞에 무조건 조아리는 습성이 있다. 물론 막대한 광고 액수와 사외이사 자리, 초청특강 기회 등 수다한 떡고물과 이권이 따라붙기 때문에 후천적으로 획득한 체질이다. 이른바 법률가와 학계전문가들로 구성된 대검소속 검찰수사심위원회가 별다른 이견 없이 삼성물산 부당합병 사건과 삼바 회계부정과 증거인멸 사건에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했을 정도다. 주류학계는 30년 내내 삼성과 이재용의 경영권 무세상속 사안에 대해 눈을 감고 입을 닫았다.
이렇게 볼 때 삼성사안은 단순히 이건희 선대회장과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상속과 지배권 강화를 위한 배임 헐값발행과 배임 부당합병의 개인적 죄를 묻는 사법차원으로 국한시켜 보면 안 된다. 이건희-이재용 부자가 대한민국에서 누구나 우러러보는 돈의 황제이자 경제계의 짜르이기 때문에 그들을 단죄하는 것은 우상숭배와 싸우는 것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들은 본인들의 죄과를 감추고 처벌을 모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국가와 사회의 요로를 돈의 힘으로 오염하고 왜곡시켰다. 그것은 최순실이나 김건희의 국정농단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와 강도로, 비교할 수 없이 긴 기간 동안에, 전개된 삼성의 고강도 국정농단 사건이었다.
그 과정에서 정치권과 관계, 언론계와 학계는 마치 삼성 봐주기가 고유한 직무의 하나인 듯 각자의 자리에서 있는 힘을 다해 삼성총수 일가를 돌봐주며 필요한 때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을 마다지 않았다. 건전한 법 관념과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 씁쓸한 우리나라 법치주의의 초현실적 풍경 앞에서 나는 아연실색하며 깊은 상념과 통한에 빠진 때가 적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보기에 한국법치주의는 삼성에 대해서도 8부 능선까지는 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2009년 에버랜드 특별배임죄 사안에서 6대5 단 한 표 차이로 패배했을 뿐이다. 누가 봐도 금권이 초라해지는 순간이었다. 2015년 삼성물산 부당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국민의 노후자금, 국민연금을 동원한 죄로 삼성총수 이재용을 2년 동안 옥살이를 시켰다. 나아가서 삼성물산 부당합병과 삼바 회계부정 사건을 19개 범죄혐의로 기소해서 이재용 회장을 지난9년 동안 법원에 들락거리며 살얼음판을 걸게 했다. 이 정도면 방성대곡 중에서도 희망을 가질 만하지 않은가.
나는 이재용 회장이 두 번에 걸쳐 모두 2년 동안 영어생활을 하고 나온 이후부터는 나름대로 준법경영의지를 다짐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부터 그는 근본적으로는 국민의 동정여론에 힘입어 무죄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국민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기업보국과 경제회복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만에 하나 다시 한 번 본인의 지배권 강화를 위해 무리하게 법과 경제정의를 짓밟는다면 국민여론은 싸늘하게 식고 등을 돌릴 것이다. 아직도 삼성생명 금산분리 건 등 이재용 회장이 유혹을 느낄 법한 사안들이 적지 않게 남아 있다. 간신히 선대와 본인의 악업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 그가 국민에게 고마워하는 마음과 국민의지의 표현인 법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경영실력을 마음껏 보여주길 당부한다. <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
이재용 무죄 확정에…참여연대 “총수일가 이익 위해 시장질서 훼손 선례”

참여연대가 불법승계 의혹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무죄가 확정되자 “사법부가 경제권력에 끝까지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17일 논평을 내어 “삼성 불법합병은 대기업 재벌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과 세금 등 전 국민의 수천억원 피해를 제물로 삼은 악질적인 범죄행위”라며 “승계목적에 대해 앞뒤가 다른 판례를 내놓으면서까지 사회정의를 훼손하는 수치스러운 결정을 내린 사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회장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계획을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회계 부정 등을 저지른 혐의로 2020년 재판에 넘겨졌고, 1·2심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참여연대는 “삼성은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분식회계, 합병비율 조작 등 불법적 수단을 총동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회장은 이 불법합병을 매개로 뇌물을 주고받아 이미 유죄 판결을 받았고 서울행정법원도 합병 과정에서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며 “형사재판에서만 ‘사업상 목적이 있었고 일방적 합병 지시나 분식회계가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은 동일 사실에 대한 전혀 다른 판단이라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삼성의 부당 합병으로 국민이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참여연대는 “삼성물산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은 최대 6750억원(참여연대 추산)의 손해를 입었고 엘리엇과 메이슨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을 제기해 약 2500억원의 세금이 유출되는 상황이 다가왔다. 이 중 946억원은 패소에 따른 지출 의결로 이미 손해가 실현됐다”고 밝혔다. 옛 삼성물산 주주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미국 사모펀드 메이슨은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으로 손해를 봤다며 국제투자분쟁을 제기했고, 2024년 4월 메이슨을 상대로 정부가 일부 패소해 배상액 지급이 확정됐다.
참여연대는 “이 사건 재판은 법원이 소극적이고 협소한 법 해석으로 또 한 번 친재벌적 판결을 내린 것이며 다른 재벌 대기업들에 총수일가의 이익을 위해 시장질서를 훼손하고 국가와 경제적 약자들에게 피해를 입혀도 된다는 선례를 남겨준 것과 다름없다”며 “정부는 국민연금공단이 불법합병에 가담한 이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만전을 기하고 엘리엇·메이슨 국제투자분쟁 배상 판정에 대해서도 구상권을 행사하는 등 국민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고나린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월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6.13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
경영권 불법승계 혐의로 재판 받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2심 무죄 판결에 이어 7월 17일 대법원에서도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심 판결 당일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와 다음 날 신문 지면기사를 분석한 바 있는데요. 이번에는 2심과 대법원 판결에 관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와 다음 날 신문 지면기사를 분석합니다.
2심 판결에 이어 대법원 판결에 대한 언론보도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7월 17일 지상파3사와 종편4사, 다음 날인 7월 18일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를 살펴봤습니다.
삼성의 '잃어버린 10년' 부각한 신문

▲방송사 저녁종합뉴스(7/17)·신문 지면(7/18) ‘이재용 회장 대법원 선고’ 보도건수와 첫 보도순서 ⓒ 민주언론시민연합관련사진보기
보도건수와 순서에서 방송과 신문의 온도차가 확연합니다. 방송은 지상파3사와 종편4사는 전국 곳곳에 쏟아진 폭우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뤘습니다. 이재용 회장 대법원 선고는 후순위로 밀려 1건씩 보도하는 데 그쳤는데요. 그럼에도 JTBC·TV조선·채널A 등 종편3사는 2건씩 할애해 비교적 비중 있게 보도했습니다.
반면 신문은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가 모두 1면에서 다뤘습니다. 경향신문·한겨레를 제외한 4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는 4~7건의 기사를 통해 이재용 회장 대법원 선고를 주요하게 보도했습니다. 특히 '잃어버린 9년' 혹은 '잃어버린 10년' 등 표현을 써가며 이재용 회장이 1심부터 대법원을 거치는 동안 삼성이 정체 혹은 위기 국면을 맞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2건씩 보도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재용 옭아맨 10년' 깊은 고통?
방송과 신문은 이재용 회장 무죄 확정 판결을 전하는 기사 제목에서 '사법리스크가 끝났다', '사법족쇄를 벗었다' 등의 표현을 사용했는데요. 방송은 KBS, SBS, JTBC, TV조선이 "사법 리스크 '마침표'"(KBS), "'사법 리스크' 종지부"(SBS), "사법리스크 벗고"(JTBC), "'사법 족쇄' 벗은 이재용"(TV조선)이라고 썼습니다. MBC, 채널A, MBN은 "'무죄' 확정 이재용"(MBC), "5년 만에 23개 혐의 전부 무죄"(채널A), "'불법승계' 이재용 무죄 최종 확정"(MBN) 등 사실위주로 담았습니다.
신문의 경우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대법, 이재용 무죄 확정"(경향신문), "부당합병 등 혐의 이재용 무죄 확정"(한겨레)으로 사실위주 제목을 썼지만 다른 신문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주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이재용 회장이 검찰 수사와 재판에 임한 기간을 강조하며 자극적인 제목을 썼습니다. "3168일 '사법리스크'"(동아일보), "빼앗긴 9년"(동아일보), "이재용, 9년 족쇄 풀렸다"(조선일보), "무리한 기소, 삼성 잃어버린 9년"(중앙일보), "9년 사법 리스크 벗은 삼성"(중앙일보), "혁신 발목잡은 '잃어버린 9년'"(한국일보), "이재용 '무죄'… 삼성, 잃어버린 10년"(매일경제), "이재용 무죄… 삼성의 '잃어버린 10년'"(한국경제), "'10년 사법 족쇄' 벗어난 삼성"(한국경제)과 같이 말입니다.

▲이재용 회장 2심 선고 직후(2/4)·대법원 선고 직후(7/18) 신문 지면 자극적 제목 ⓒ 민주언론시민연합
대법 판결까지 걸린 기간을 강조한 자극적 제목은 처음이 아닙니다. "9년 '사법 족쇄' 풀렸다"(동아일보), "국정농단 사태부터 '9년 사법리스크'"(동아일보), "송사에 허송한 9년 누가 보상하나"(동아일보), "삼성 총수 10년 옭아맨 결과가 뭔가"(조선일보), "이재용 '8년 사법리스크' 일단락"(중앙일보), "4년 5개월 발목 잡은 사법리스크 해소"(한국일보), "8년만에 사법리스크 턴 이재용"(매일경제), "이재용 8년 괴롭힌 '사법 악몽'"(매일경제), "이재용 '10년 사법 리스크' 털어냈다"(한국경제), "삼성 '잃어버린 10년'"(한국경제) 등 2심 선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신문마다 기준이 달라 제각각 기간을 표현했지만 전하고자 하는 바는 같습니다. 이재용 회장이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로 인해 장기간 송사에 휘말려 삼성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기계적 상고' '묻지마 상고'로 검찰 비판
1심에서 대법원까지 이어진 무죄 판결은 곧 검찰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TV조선은 <따져보니/'사법 족쇄' 벗은 이재용 '뉴 삼성'의 미래는?>(7월 17일 신유만 기자)을 통해 "일각에서는 검찰이 '기계적으로 상고를 했다' 이런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형사 사건에서 이런 '묻지마 상고'를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일보 <이재용 무죄 확정… 기업 잡는 검찰 '기계적 상고'>(7월 18일 위용성·이유지·최다원 기자)도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는데도 기계적으로 상고하는 검찰의 관행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날 선고를 계기로 검찰의 기계적 상고 관행에 실질적으로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설/이재용 무죄, 무죄, 무죄… 검찰 '기계적 상고' 자성을>(7월 18일)은 "혐의 입증에 실패하고서도 기계적인 상고까지 이어온 검찰의 무능과 과욕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힐난했습니다.
중앙일보 <사설/9년 사법 리스크 벗은 삼성, 재도약의 계기 돼야>(7월 18일) 역시 "1, 2심에서 혐의 전부에 무죄가 선고되자 검찰은 반성하고 상고를 포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지만 검찰은 기계적 상고를 선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동아일보 <윤석열 수사 지휘-이복현 기소 강행… 1, 2심 이어 대법도 "전부 무죄">(7월 18일 송유근·송혜미·구민기 기자)는 "대법원 역시 19개 혐의 전부 무죄로 판단하면서 '기계적 상소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피고인이 1심 혹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 '동일한 범행으로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위협을 재차 받지 않는다'는 수정헌법 5조에 따라 검찰이 상소할 수 없다"며 "선진국처럼 검찰의 무분별한 상소를 제한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매일경제 <재계 삼성이니까 버틴것… '묻지마 사법족쇄' 개혁 한목소리>(7월 18일 박소라·김민소 기자)도 마찬가지 주장을 폈습니다.
검찰 상고는 정말 기계적이고 무분별한 상고였을까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로 일단락된 이재용 회장의 이른바 '사법리스크'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 때문에 지속된 것일까요, 검찰의 상고는 기계적이고 무분별한 상고였을까요? 국정농단 사건 관련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이재용 회장은 '삼성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가 인정되었습니다. 국정농단 사건과 함께 2016년부터 쟁점화한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수사는 계속되었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2020년 5월 6일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서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과 무노조 경영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특히 이 회장은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에 대해 "저와 삼성을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 조처 없는 추상적 다짐에 불과했지만 사실상 경영권 불법승계와 노조 파괴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내용입니다.
이후 검찰은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과 관련해 2020년 9월 1일 이 회장과 삼성 임직원들을 기소했습니다. 조선일보 <사설/이재용 결국 또 기소, 한 기업인에 대한 끝없는 수사와 재판>(2020년 9월 2일)은 "이 부회장은 2016년부터 4년간 구속과 수사, 재판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중앙일보 <사설/삼성 기소, 수사심의위 권고 무시한 배경 뭔가>(2020년 9월 2일)는 "삼성 기소는 검찰 간부들 간의 알력과 권력 분쟁에서 이뤄진 측면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나같이 이재용 회장을 억울한 피해자인 양 그렸지만, 당시 검찰의 기소 이유는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뇌물 공여,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조작,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 시세조종 등 이 회장이 경영권 불법승계 과정에서 저지른 불법행위가 그만큼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재용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2019년 대법원 판결은 뇌물 제공이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고 판결한 것일 뿐 승계 작업의 불법성이나 위법성을 판단한 것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판결 직후 참여연대도 "뇌물을 주고받아 처벌은 받았지만 정작 그 뇌물의 목적이 없었다는 셈"이라고 일갈할 정도로 많은 의문이 남았습니다. 또한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증거로 채택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8TB(테라바이트) 백업 서버 등의 증거능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며 3704개 자료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경향신문 <사설/삼성물산 합병 이재용 무죄, '재벌 경제범죄' 관대한 법원>(2월 4일)은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주요 범죄 증거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검찰권 오남용을 견제하는 일은 사법부의 당연한 책무이나, 이 회장이 아닌 일반인 재판에서도 똑같이 적용해야 재벌을 봐줬다는 오해를 사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는데요. 이는 언론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검찰권 오남용을 견제하는 일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입니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 수사·기소·상고에서만 '무리한 수사와 기소', '기계적 상고'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일반인 수사와 기소, 상고에서도 똑같이 적용해 보도해야 재벌을 봐줬다는 오해를 사지 않을 것입니다.
* 모니터 대상
① 방송 : 2025년 7월 17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7>
② 신문 : 2025년 7월 18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기사
< 민주언론시민연합(ccdm19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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