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은 ‘낮은 정책 이해도’  강선우는 의원들의 ‘동업자 의식’ 

 

                        20일 지명이 철회된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김영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고심 끝에 20일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한 것은 이 후보자에 대한 교육계의 사퇴 요구가 시간이 흐를수록 거세졌던 게 결정적이었다. 반면 ‘생존’에 성공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보좌진 갑질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으나, 장관직 수행이 어려울 만큼의 흠결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품행’보다는 ‘능력’이 중요한 잣대였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이 강 후보자(14일)와 이 후보자(16일)의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 이날 저녁까지 장고를 거듭한 것은 두 후보자를 두고 대통령실 참모진, 여당과 야당,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엇갈렸던 게 가장 큰 이유다. 낙마한 이 후보자는 지명 당시부터 교육 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검증받지 않은 인사라는 점에서 여권으로부터 ‘의외의 발탁’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뒤이어 자녀 조기 유학, 제자 논문 가로채기 의혹 등이 불거지자 여당 안에선 “이 후보자에게 눈길이 쏠린 덕분에 다른 후보자 청문회는 무사히 치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낙마의 결정적 계기는 ‘낮은 정책 이해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 유보통합 등 기본적인 교육 이슈들에 대해 문외한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교육단체와 시민단체는 물론,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 김상욱·강득구 민주당 의원까지 ‘임명 불가’ 목소리를 냈을 정도다.

 

강선우 후보자의 경우 야당뿐 아니라 ‘우군’인 여당 보좌진과 여성단체, 진보당과 민주노동당 등으로부터 ‘임명 불가’ 여론이 거셌지만, 여당 지도부는 ‘강선우 낙마는 안 된다’는 기류가 강했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강 의원의 경우 지명이 철회되면 차기 총선 출마까지 위태로워지는 문제가 있었다. 드러난 잘못이 정치생명을 끊을 만큼 위중한 것이냐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했다. 의원들의 ‘동업자 의식’ 앞에서 ‘노동약자 권익 보호’라는 가치는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실제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이진숙 후보자에 대해서와 달리 강선우 후보자를 두고선 어떤 비판도 나오지 않았다. 국회 보좌관 출신 의원들 일부가 사적인 자리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이들 역시 공개된 자리에선 철저히 침묵했다.

 

한 민주당 의원 보좌관은 “의원들이 우리 의견에 공감을 했더라도 공개 발언을 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정권에 부담되지 않도록 강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나주었으면 하는 분위기는 의원들 사이에도 분명히 있었다”고 했다.  < 기민도 엄지원 기자 >

 

"강선우 갑질 없었다…언론들 인터뷰하고 기사는 안 써"

일방적 폭로와 상반된 전·현직 보좌진 증언 다수

"부당한 지시 받은 적, 본 적 없어…제보자 알아"
"의원실에 막대한 피해 줬는데 정의의 투사 둔갑"
"여러 매체 인터뷰 요청 적극 응했지만 안 다뤄줘"

"한 보좌관, 급여 횡령당했다며 의원에 소리 질러"
"세전과 세후 차이…국회 사무처에서 직접 지급"
"이사할 때 동원? 강요 아니었고 그때 카톡 있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관한 갑질 의혹이 일부 전직 보좌진의 일방적인 폭로와 언론의 침소봉대식 보도로 일파만파 확산됐지만 그와는 상반된 전·현직 보좌진 여러 명의 경험담도 엄연히 존재한다. 언론이 강 후보자에게 유리한 증언은 의도적으로 배제해서 보도를 거의 안 하는 탓에 공론장의 그늘 밑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 고건민 회장까지 전면에 나서 강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기울어진 여론 지형 속에서 이들은 마녀사냥의 불똥이 자신에게 튈 수 있음에도 상당한 용기를 낸 것으로 보인다.

 

강선우 의원실 전직 보좌진이 18일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 일부
 

강 후보자가 21대 국회 초선 의원이던 시절부터 함께 일하다 지금은 국회를 떠나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한 전직 보좌진은 지난 18일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 <강선우 의원실 보좌진였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저는 의원님으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며 "물론 그러한 행위를 본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일이 힘들긴 했다. 지역 기반 없는 여성 초선의원이니만큼 지역 활동과 국회 활동 어느 하나 빠지는 거 없이 다 하려고 했다"면서 "이러면 보좌직원들이 많이 피곤해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갑질을 제보한 보좌직원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같은 시기에 근무했었다"며 "당무감사 자료 누락, 문서 허위 작성, 선거기간 타 후보 캠프 이중 출근 등 의원실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던 직원인데 정의의 투사로 둔갑되어 있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고 개탄했다. 또 "저 역시 며칠간 여러 매체의 기자들로부터 전화 인터뷰 요청을 받았고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갑질은 없었고, 제보된 사건들도 정확한 크로스체크가 필요하다 얘기했지만 다뤄주는 기자는 없었다"면서 "다른 전 직원 두어 명과 연락이 닿아 얘기해보니 저와 비슷한 취지로 인터뷰했었다고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갑질을 제보한 인물이 오히려 업무 수행상의 각종 문제로 의원실에 막대한 피해를 줬던 직원이며, 정작 강 후보자의 갑질은 없었다고 본인을 포함해 여러 전직 보좌진이 기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했음에도 기사에는 한 줄도 안 나갔다는 얘기다. 그는 강 후보자가 왜 보수진영과 언론으로부터 도를 넘는 공격을 받는지 나름대로 배경을 짚어본 뒤 "강선우 의원이 부당한 지시를 했었다면 그 사실 하나로 질타를 하고 사과를 하면 된다"면서 "확인되지도 않은 제보들로 도배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아울러 "저는 강선우 의원님과 좋은 추억이 많다. 그녀의 열정과 추진력에 감탄했었고 배운 것도 많다"며 "부족한 것 없는 사회적 위치에서 약자들을 배려하고 힘써주는 모습이 의아하기도 했고 감동한 적도 많다. 부디 위기를 잘 이겨내고 승승장구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강선우 의원실 다른 전직 보좌진이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 일부.

 

다른 전직 보좌진은 같은 게시판에 <강선우 의원을 위한 몇 가지 변명>이라는 글을 올렸다. 실명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역시 강 후보자와 지근거리에서 일했던 내부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매우 구체적인 기억들을 술회했다. 그는 먼저 2020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강 후보자가 민주당 서울 강서갑 지역구 경선에서 당시 현역 의원이던 금태섭 변호사를 누른 데 이어 본선에서도 이변을 일으키기까지 선거 캠프가 어떻게 꾸려지고 활동했는지를 자세히 소개했다.

 

이어 초선 의원이 대개 그렇듯 의원실 보좌진을 구성하고 팀워크를 만들기까지 어려움이 컸다는 점도 떠올리며 "추천받은 보좌진을 검증하는 일은 더욱 힘들었다. 어찌 저찌 정원을 채웠지만 아무래도 의원실 자체에 부실한 인사 시스템이 있었고 지나고 보니 좋은 분도, 그렇지 않은 분도 있었던 것 같다"면서 "때문에 개원 초 강선우 의원실은 여러 보좌진이 손발을 맞춰가며 하나의 의원실로 가동되기까지 크고 작은 어려움이 많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몇몇 큰 삐걱임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갑질 제보자 중 한 명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관련해 "당시 보좌관님은 국회 경력이 없었다. 경험이 없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업무 시스템에 대한 이해 부분이 기존 국회 출신 보좌진들과는 아무래도 다르고 부족했다"며 "나쁜 사람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대다수 보좌진처럼 의원실 내에 각자의 맡은 바 역할, 개개인에게 분장된 업무들, 의원님과 업무적으로 약속된 부분들을 온전히 지키는 분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매년 국회사무처에서 공지하는 <국회의원 보좌직원 보수 지급 기준>이 있다. 그곳에 명시된 수당과 본인의 통장에 들어온 급여가 차이가 난다며 행정비서관에게 횡령을 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면서 "그런 상황이 부당하다며 의원님께 크게 소리 지르고 항의한 일도 있었다.  의원실에서 횡령을 했고, 그 주범이 행정비서관이라고 했던 거 같다. 세전(稅前), 세후(稅後)의 차이인데. 급여는 의원실을 거치지 않고 국회 사무처에서 해당 직원에게 직접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다"고 어이없었다는 뉘앙스로 전했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달장애 자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2025.7.14. 연합
 

강 후보자가 21대 총선 때 기존에 살던 서울 종로구에서 지역구인 강서구로 이사하면서 이삿짐을 옮기도록 보좌진을 동원했다는 '다수의 증언'이 나왔고, 그 과정에서 강 후보자 가족과 '소동'이 있었다는 MBN 단독 보도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보도에 대해 강 후보자 측은 이미 "보좌진들이 이사를 도와준다고 왔던 건 사실이지만 이삿짐센터가 있었던 만큼 도와줄 건 없고 식사나 같이하자고 권유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 전직 보좌진은 "지역 보좌관님을 통해 (의원)회관 직원들에게 연락이 왔다.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도와주자. 당시 보좌관님이 말씀을 주신 취지는 혹시나 부수적인 일손이 필요할 수도 있고, 지역 사무실과 집을 오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강요는 아니니 시간 되는 직원들만 와달라고 했다. 그래서 대다수가 가지 않았다"며 "우리가 할 일은 없고 식사나 하자는 투로 말씀하시기에 그럼 가서 도와드리겠다고 했다. 그때 카톡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사 과정에서 강 후보자 측과 보좌진들 사이에 뭔가 마찰이 있었다는 식의 냄새를 풍겼던 MBN 보도의 '소동' 언급에 대해서는 당시 현장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남편분, 강선우 의원, 따님이 있었다. 폴짝폴짝 뛰는 강아지도 있었다. 그 집으로 이삿짐센터 직원들, 모르는 아저씨들이 우르르 들어와 짐을 빼니 따님이 우리 집 건들지 말라고, 우리 짐 가져가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발달장애가 있는 딸, 또 그 가정은 매 순간순간 여느 가정과 다른 일상을 보낸다. 정확한 용어인지는 모르겠지만,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 남편분께서 딸을 껴안고 진정하라며 타일렀다. 남편분은 딸을 달래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 사이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짐을 뺐다. 따님과 남편분은 이사할 집으로 바로 오지 못했다."

 

"이사한 집에서는 의원님이 행거에 본인 옷을 걸었고, 입을 옷과 입지 않을 옷을 구분했다. 옷이 참 많았다. 보좌관님과 수행비서관님이 본인들이 옷을 챙겨가도 되냐고 물었고, 각각 본인의 따님과 와이프에게 맞을지 들어보며 옷을 골랐다. 옷을 열심히 구분하고 본인들 차량으로 바리바리 챙겨갔다. (…) 거실 바닥에 앉아 다 같이 중국 음식을 시켜 먹었다. 제 기억으로는 의원님까지 네 명이 있었다. 저를 뺀다면 두 명일 텐데, 다수 보좌진의 증언이 있었다는 말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강선우 의원실 다른 전직 보좌진이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 일부.
 

제보자의 재취업을 방해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국회 보좌진은 일반적으로 회관 내부에서 방을 옮겨 다니며 이직, 승진을 한다. 누군가 의원실에 이력서를 내면 그때마다 4급 보좌관부터 인턴 비서관까지 전에 몸담았던 의원실에 평판을 조회하는 것은 그쪽 세계의 특수성이자 흔한 일로 알고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이력서를 낸 후에 지원한 의원실에서 전에 일했던 의원실로 연락이 오기에 '먼저 나서서 취업을 방해'하기란 시스템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만 친분이 있는 직원이 본인 의원실에 지원한 직원의 평판 조회를 부탁해오면 식사 자리에서 만나서 얘기해 주는 경우도, 그쪽 의원실을 직접 찾아가 얘기해 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의원실에서 있었던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주기도, 좋게 좋게 이야기해 이직을 돕는 경우도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본인 이직의 정당성을 위해 보좌진이 이직을 하고 나면 전에 일했던 의원실을 흉보는 경우도 있다"며 "강선우 의원실은 일이 많다. 매우 많다. 의원님이 온 세상일에 모두 신경 쓰고 그것을 해결해보려고 한다. 늘 일 욕심이 있고, 근데 그 욕심 낸 일을 다 해내고자 했다. 그 속도와 방향에 맞지 않았던 보좌진들은 업무를 버겁고 힘들어하기도 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의원실 내 일부 갈등과 관련한 다음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정말 바빴다. 보건복지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예산결산위원회, 인사청문위원회, 당 대변인 업무와 각종 선거 차출까지. 그러나 모든 보좌진이 격무에 동원되는 것은 아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공헌을 한 비서관님이 보좌관으로 승진을 하기도 했다. 어리고, 여성 보좌관이라는 이유로, 빠른 승진이라는 이유로 그 보좌관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직원도 있었다. 그분은 일을 진짜 잘했다. 무서울 정도로. 매번 감탄했다. 배우고 따라가려는 직원도, 욕하고 깎아내리는 직원도 있었다. 그러는 동안 일을 안 하는 직원. 구체적으로는 의원실에 앉아 독서를 하고 있는 직원도,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는 직원도 있었다. 격무에 시달리는 직원과 일하지 않는 직원들은 어느 조직이건 틀어지게 되어있다."

 

이 전직 보좌진은 마지막으로 "전·현직 의원실 식구들이 서로 제보자를 추측하고 특정해내는 과정에서 많은 분이 상처 입고 피해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강선우 후보자의 장관 지명 이후 저에게도 매일 같이 기자들 연락이 오고 있다. 모르는 번호를 받지 않게 된 지 꽤 오래된 거 같다. 그만 좀 하셨으면 좋겠다"며 "누구는 이때다 싶어 참 신나 보이기도 한다. 논란 뒤에 숨어, 익명성 뒤에 숨어 공격하기에만 바빠 보인다"고 언론과 제보자들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짜로 갑질이 있었는지 그동안 기억을 더듬어보기도 했다. 지금은 다른 쪽에서 일을 하고 있기도 하고, 익명성 뒤에 숨어 취재에 응하고 대응하는 방식이 비겁하다고 생각해 일체 대응할 생각이 없었지만, 함께 일했던 보좌진이 보좌진을 공격하고 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더 비겁한 방법으로 익명성 뒤에 숨어 변명해 본다"며 "각자 저마다의 사정으로 대응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저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상황이 참 씁쓸하고 안타깝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이 전직 보좌진의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의원실 보좌관에게 건네줬다는 카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의원실 보좌관과 주고 받았다는 문자 메시지
 

앞서 또 다른 전직 보좌진은 강 후보자가 손글씨로 쓴 '든든하게 늘 그렇게 있어줘서 정말 고맙다' '더 즐겁게, 잼있게 지내자!' 등의 문구가 적힌 카드 사진과, '생일에 일 많이 해야 해서 미안해'라며 보내온 카카오톡 선물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강선우 의원님이 직원들을 대하는 방식은 늘 격의 없고 수평적이었다"면서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여러 기념일, 휴가철마다 직원 한 명 한 명 직접 챙기며 손수 메모를 적어 선물을 주셨던 것도 기억난다. 직원들 생일 때마다 사무실에 케이크를 준비해와서 박수 치고 함께 축하해주던 기억도 난다"는 글을 올렸다.

 

신분을 드러낸 강선우 의원실 전·현직 보좌진도 있다. 김연주 전 보좌관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9년이다. 인턴으로 시작해 보좌관까지 민주당의 품 안에서 성장한 시간이다. 5년이었다. 강선우 의원의 보좌관으로 살았다. 장관 지명 소식을 기사로 접하고 진심으로 기뻤고, 누구보다 그 역할을 잘 해내실 분이란 것을 알기에 응원했다"며 "무척 괴롭다. 익명에 숨어, 피아 구분도 없이, 출처 모를 화살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힘들어했다.

 

현직 김가미 비서관은 "오해로 고통받는 의원님 때문에 가슴이 찢어진다"며 며칠째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있다고 그 어머니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 어머니는 "강선우 의원의 갑질 뉴스가 보도되었을 때 딸은 눈과 귀를 의심했다. 딸을 통해 강선우 의원의 사람 대하는 성정을 익히 알고 있었던 저 또한 그랬다"면서 "의원실 출근 후 일주일 만에 딸이 한 말이 '엄마, 우리 의원님은 의원님 같지가 않아. 진짜 친구 같애'였다. 매일 일이 신나고 즐겁다고 했다. 그렇게 밝게 일하는 딸을 그 이전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선우 의원이 보좌진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었다면, 소위 갑질을 일삼는 사람이었다면, 그 밑에서 비서로서 2년 가까운 기간을 그렇게 행복하게 근무할 수 있었을까?"라며 "한 끼라도 먹여볼 심산으로 억지로 떠먹였다. 딱 두 숟갈 먹더니 멈춘다. 그러곤 울먹이며 말한다. '엄마. 의원님도 지금 못 드셔. 의원님이 더 걱정이야.' 딸은 오해로 고통받는 의원님 때문에 가슴이 찢어지고, 저는 마음 약한 딸 때문에 가슴이 미어진다. 강선우는 부하에게 갑질 따위나 하는 그런 사람이 절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집중호우 대처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7.18. 연합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강 후보자와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임명 여부를 놓고 금명간 결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정무수석실로부터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결과를 보고 받고 후속 논의를 진행한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지난 1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자와 강 후보자에 대해 "여론이 가라앉지 않는 장관 후보자도 있는 게 현실"이라며 "좋은 여론도 있고 사퇴하라는 여론도 있는 것을 여과 없이 보고 드리고 있다. 이 대통령이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토요일인 19일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해 장관 후보자들의 거취와 관련한 의견을 청취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원 낙마 불가'를,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알파 지명 철회'를 주장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결론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고민해보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송 원내대표는 17일 "인사 검증 시스템의 개선을 위해 대통령 면담을 요구한다"고 공개적으로 표명했는데, 이 대통령이 이틀 만에 이를 수용한 셈이다.           < 김호경 기자 >

 

“강선우 ‘하라면 하지 무슨 말이 많냐’”…전 여가부 장관도 ‘갑질’ 폭로

정영애 “여가부에 갑질해놓고 장관 된다니 기막혀
지역구 민원 해바라기센터 설치 불발에 예산 삭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가족 얘기를 하다 감정을 추스르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초선 국회의원이던 2021년 당시 문재인 정부 여가부 장관에게도 ‘갑질’을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강 후보자는 자신의 지역구에 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센터인 ‘해바라기 센터’를 설치해달라고 여가부에 요구한 뒤, 어렵다는 답변을 받자 여가부 예산을 삭감해버렸다고 한다.

 

21일 정영애 전 여가부 장관이 전날 주변 지인들에게 공유한 글을 보면, 정 전 장관은 강 후보자 임명에 관해 “부처 장관에게도 지역구 민원 해결 못 했다고 관련도 없는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갑질을 하는 의원을 다시 여가부 장관으로 보낸다니 정말 기가 막힌다”며 당시 강 후보자의 ‘갑질’ 상황을 전했다. 정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4번째 여가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정 전 장관은 글에서 “제가 여가부 장관이었을 때 있었던 일을 한가지만 말씀드리겠다”며 “당시 (강 후보자가) 본인의 지역구(서울 강서구 갑)에 해바라기 센터 설치를 하려고 제게 요청을 했는데, 산부인과 의사는 확보하기 어려워 해당 지역인 이대서울병원의 이대 총장에게 의논했다. 총장은 ‘막 개원한 병원 운영이 우선이니, 다음 기회에 꼭 협조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 내용을 강선우 의원에게 전달하니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고 화를 내고 여가부 기획조정실 예산 일부를 삭감해버렸다”며 “결국 강선우 의원실에 가서 사과하고 한소리 듣고 예산을 살렸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정 전 장관은 강 후보자 임명 문제에 대해 “전체적인 당의 분위기도 뒷짐 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 정말 걱정이 크다”면서 “저도 이런 안 좋은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민주정부 4기의 성공을 간절히 희망하는 저의 진의를 잘 살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21년 10월22일 당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 질의 내용을 보면, 강 후보자는 정 전 장관에게 “저희 지역구에 있는 대형 의료기관인 이대서울병원에 해바라기 센터를 설치하기 위해서 몇 차례 간담회 하면서 소통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대서울병원이 혜택이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지는 않았다”면서 “여성가족부는 해바라기 센터 운영에 대한 중장기적 개선책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어떤 내용의 개선책을 마련했느냐. 저희 의원실에서 꾸준히 요구했었다”는 등의 질문을 계속 이어 갔다.

 

정 전 장관은 한겨레에 “이 글은 한참 (강 후보자) 인사청문 중에 썼던 것인데 전달이 잘 안 됐다. 어제 거의 인사가 확정된 듯해 친구들 단톡방에 전에 썼던 글을 공유했는데 그게 밖으로 나간 것 같다”고 밝혔다.   

                                                                                                  <  김채운  최하얀 기자 >

 정영애 전 장관 글 전문

전 여가부 장관 정영애입니다.. 
강선우 의원과 관련하여 관련 보도가 심상치않아 제가 여가부 장관이었을 때  있었던 일을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시 본인의 지역구에  '해바라기센터 설치를 하려고 제게 요청을 했는데, 센터설치를 위해서는 산부인과 의사를 비롯하여 여러 전문가들을 확보해야 합니다.  

다른 전문가들은 어떻게 해보겠으나 산부인과 의사는 확보하기 어려워 해당 지역인 이대서울병원의 이대 총장에게  의논하였습니다.  총장은 개원하며 산부인과 레지던트 t.o.를 한 명밖에 받지 못했는데 막 개원한 병원운영이 우선이니, 다음 기회에 꼭 협조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내용을 강선우 의원에게 전달하니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고" 화를 내고 여가부 기획조정실 예산  일부를 삭감해버렸습니다.  

결국 강선우 의원실에 가서 사과하고 한소리 듣고 예산를 살렸던 기억이 납니다.  

부처 장관에게도 지역구 민원  해결 못 했다고 관련도 없는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갑질을 하는 의원을  다시 여가부 장관으로 보낸다니 정말 기가 막힙니다. 

대통령께서 여가부에 역차별 해소방안을 물으시고 강선우 후보자는 역차별에 대해 잘 살펴보겠다고 하고, 전체적인 당의 분위기도 뒷짐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 정말 걱정이 큽니다...

저도 이런 안 좋은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민주정부 4기의 성공을 간절히 희망하는 저의 진의를 잘 살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