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 금품수수 등 혐의
12일 중앙지법서 구속심사
윤석열은 저항에 체포 또 무산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씨
 

김건희 씨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7일 김 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이 지난달 2일 수사를 개시한 지 36일 만이다. 김 씨가 구속될 경우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수감되는 첫 사례가 된다.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에도 나섰지만 윤 전 대통령이 강하게 저항하면서 체포영장 집행은 또 무산됐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김 씨에 대해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우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자본시장법 위반)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관련된 공천 개입(정치자금법 위반) △‘건진법사’ 청탁 의혹(알선수재)을 중심으로 김 씨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날 김 씨를 조사한 특검팀은 김 씨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만큼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오정희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구속 요건을 전부 충족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 구속 여부를 가를 영장실질심사는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오는 12일 오전 10시1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특검팀은 김 씨를 구속한 뒤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공흥지구 개발 특혜 △대통령실·관저 이전 부당 개입 △수사 방해·무마 의혹 등에 대한 수사도 이어갈 계획이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특검팀은 이날 오전엔 윤 전 대통령 조사를 위해 체포영장 재집행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특검팀은 오전 8시25분 윤 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체포영장 집행을 지휘했지만 오전 9시40분에 집행을 중단했다. 특검팀은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체포영장 집행을 하였으나, 피의자의 완강한 거부로 부상 등의 우려가 있다는 현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집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오후 서초동 서울고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물리적 강제력을 행사해 인치하는 건 가혹행위”라고 반발하며 특검팀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에 특검팀은 “체포영장 집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리력을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 체포가 거듭 불발된 이날 법원에서 발부된 체포영장의 유효기간도 만료됐다. 특검팀은 체포영장을 다시 발부받을지, 대면 조사 없이 윤 전 대통령을 기소할지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김가윤  박지영 기자 >

 

김건희 ‘모르쇠’ 구속영장 앞당겨…특검, 즉각 신병확보 택했다

특검 조사실 떠난 지 16시간 만에 영장 청구
수집 증거와 진술 배치…‘증거인멸 우려’ 판단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귀가하고 있다. 연합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7일 오후 1시21분에 서울중앙지법에 김건희 씨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날 저녁 8시55분 김 가 조사를 마치고 특검팀 사무실을 떠난 뒤 16시간반이 지난 시점이었다. 김 가 전날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자, 특검팀은 김 씨를 다시 불러 조사하는 대신 곧바로 신병을 확보해 강제수사 하는 경로를 선택했다.

 

특검팀이 김 씨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기재한 사건은 ‘김건희 특검법’이 주요 수사 대상으로 명시한 3대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수수 및 공천 개입, 건진법사 금품수수)이다. 오정희 특검보는 이날 김 씨 구속영장 청구 뒤 연 브리핑에서 “법이 정한 구속영장 요건이 다 충족된다고 판단해 청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에 대한 특검 조사는 전날 오전 10시23분에 시작해 오후 5시46분에 마무리됐다. 점심시간과 휴식 시간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조사 시간은 6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특검팀은 ‘3대 의혹’에 고가 목걸이 재산신고 누락과 대선 경선 때의 허위사실 공표까지 다섯가지 사건을 준비했고, 짧은 조사 시간 안에 신문을 모두 마쳤다고 한다. 특검팀이 그동안 수집한 증거와 김 씨의 진술이 상당 부분 배치됐다고 본 특검팀은 김 씨의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전날 조사에서 주가조작과 공천 개입, 금품수수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특히 특검팀은 김 씨가 통일교 쪽에서 금품을 받은 정황이 있음에도 이를 부인한 부분을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김 씨가 2022년 7월 통일교 전 고위 간부에게 ‘인삼차(천수삼농축차)를 잘 받았다’고 감사 인사를 하는 내용이 포함된 통화 녹취를 제시했지만, 김 씨는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잘 받았다’고 해달라고 해 그냥 그렇게 얘기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김 씨 수행비서가 전씨로부터 전달받은 샤넬 가방과 교환한 샤넬 신발도 유럽 39사이즈로 한국 기준 250~260㎜ 사이에 해당하기 때문에 김 씨의 발 크기와 동일하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전씨가 김 씨가 거주하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여러 차례 방문한 기록도 제시했지만, 김 씨는 “아크로비스타에 건진법사 고객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전씨와 빈번히 연락을 주고받았던 이른바 ‘건희2’ 휴대전화 사용자도 수행비서인 정아무개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었다고 주장했다. 특검팀과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도 휴대전화의 기지국 동선 등을 통해 실사용자를 김 씨로 특정했지만, ‘정 행정관이 가끔 관저에 휴대전화를 두고 간 적이 있었다’고 김 씨는 진술했다. 그는 ‘공천 개입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았지만, 그 대가로 의심됐던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에는 개입한 적이 없다고 했다. 명태균씨가 윤 전 대통령에게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부탁한 날 명씨는 김 씨가 자신에게 전화해 “(공천관리위원장인) 윤상현이한테 전화했습니다”라며 안심시켰다고 했지만, 김 씨는 특검에서 “(윤상현 의원과) 통화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김 씨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구속영장 청구 시계를 앞당긴 셈이다.                                                                       <  배지현  김지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