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 사무실서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만나
“한학자 총재에 ‘대선 도와줘 감사’ 전해달라”
일주일 뒤 아프리카 ODA 규모 2배로 반영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2022년 3월 ‘통일교 2인자’인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을 만나 통일교 현안을 가리키며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언급한 정황을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파악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통한 통일교의 금품 전달과 현안 청탁 사실을 알았는지, 통일교 사업에 유리한 쪽으로 정책이 추진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권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 2주 뒤인 2022년 3월22일 오전 경기도 가평 천정궁을 방문해서 한 총재를 만났다. 특검팀은 한 총재가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한다”며 금품이 든 거로 추정되는 쇼핑백을 건넸고, 권 의원이 한 총재에게 큰 절을 한 뒤 이를 받아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권 의원은 당일 오후 곧장 통일교 핵심 간부인 윤 전 본부장을 데리고 윤 전 대통령이 있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당선자 사무실을 찾아 윤 전 대통령과 윤 전 본부장의 만남을 주선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18일 권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여기서 윤 전 대통령은 윤 전 본부장에게 “한학자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의 프로젝트인 ‘제5유엔(국제연합·UN) 사무국 유치’와 아프리카 유니언의 행사 비용을 국가 공적개발원조(ODA) 방식으로 활용하게 해달라”며 통일교의 각종 숙원 사업을 전달했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은 “향후 그와 같은 사항들을 논의해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고 답했다고 한다. 이 만남은 1시간가량 이뤄졌다. 윤 전 본부장은 이날 만남을 자신의 다이어리에 ‘대박, 역사적인 날’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통일교의 각종 현안이 윤석열 정부에서 정책 추진으로 이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윤석열-윤영호’ 만남 일주일 뒤인 2022년 3월3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분과가 작성한 ‘국정과제 이행 계획서’에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 규모를 2배 증액하는 목표가 반영됐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개막식에선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 규모를 2030년까지 1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고도 발표했다. 또 다른 통일교의 현안 중 하나인 ‘캄보디아 메콩강 개발 사업’과 관련해서도 윤석열 정부 들어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 차관 지원한도액이 기존 7억 달러에서 30억 달러로 확대됐다.

 

권 의원은 지난 27일 특검팀 조사에서 한 총재와의 만남은 인정하면서도 “두 번째 만남에선 쇼핑백을 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지난 2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권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현재 국회 체포동의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한겨레는 권 의원의 해명을 듣고자 여러 차례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 배지현 기자 >

 

“한학자, 2022년 대선 앞 권성동에 ‘윤석열 돕겠다’ 말해”

김건희 특검, 통일교 전 간부 발언 공소장에 적시
한 총재, 대선 앞 펜스 전 미 부통령·윤석열 만남 주선
김건희, 대선 뒤 통일교 쪽에 감사 인사 부탁 정황

 

 
 
31일 통일교 쪽에서 언론에 배포한 영상 속 한학자 총재(왼쪽)와 지난 27일 특검에 출석할 때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문화방송(MBC) 뉴스 유튜브 갈무리, 연합
 

한학자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가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권성동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통일교는 윤석열 후보를 돕겠다’라는 취지의 말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권성동 의원이 통일교 쪽으로부터 받은 금품 1억원의 대가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통일교 행사 참석 등으로 판단했다.

 

한겨레가 1일 확보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공소장을 보면,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이 ‘윤핵관’(윤석열 전 대통령 측근 의원들) 중 하나인 권 의원과 2021년 12월29일과 2022년 1월5일에 만나 “2022년 2월 개최될 통일교 행사인 한반도 평화서밋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참석하길 희망한다”며 “통일교의 정책, 프로젝트, 행사 등을 윤석열 정권이 국가정책으로 추진하도록 지원해주면, 통일교 신도들의 조직적인 투표 및 통일교의 물적 자원을 이용해 윤 후보의 대선을 도와주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파악했다.

 

아울러 특검팀은 두번째 만남이 있었던 1월5일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중식당에서 권 의원에게 현금 1억원이 전달됐다고 판단했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 조사에서 당시 금품 공여도 한 총재 승인 아래 이뤄졌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은 그해 2월8일 한 총재가 머무는 경기 가평군 천정궁을 방문했다. 특검팀은 당시 한 총재가 권 의원을 만나 ‘앞으로 통일교는 윤석열 후보를 돕겠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고, 권 의원은 감사 표시를 했다고 공소장에 밝혔다. 특검팀은 이 자리에서 권 의원이 큰절을 하고, 한 총재로부터 첫번째 쇼핑백을 받아갔다고 본다.

 

한 총재와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2월13일 통일교 관련 단체 천주평화연합(UPF)이 주최한 ‘한반도 평화서밋’ 행사에 참석차 방한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 윤 전 대통령의 만남을 주선했다. 통일교가 미국이 마치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연출해 대통령 선거를 도왔다는 게 특검팀의 시각이다. 윤 전 본부장은 한반도 평화서밋의 개회선언자이자 공동실행위원장이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서밋 행사에 직접 참석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뒤 김건희 여사가 직접 한 총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달라고 한 정황도 윤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 적시됐다. 김 여사는 대선 이후인 2022년 3월30일 ‘건희2’로 알려진 휴대전화로 윤 전 본부장에게 연락해 “전 고문(건진법사 전성배씨)이 전화를 주라고 했다.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며 “총재님 건강하시냐,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해달라”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이 한 총재의 승인 아래 권 의원과 전씨 투트랙으로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통일교 현안을 청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권 의원을 통해선 윤 전 대통령에게, 전씨를 통해선 김 여사에게 접근해 적극적인 로비를 펼쳤다는 것이다. 윤 전 본부장은 김 여사와의 통화 이후 2022년 4월7일엔 샤넬가방 1개와 천수삼 농축차 1개를 김 여사 선물용으로 전씨에게 전달했고, 같은 해 7월5일엔 또 다른 샤넬사방 1개, 천수삼 농축차 1개를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7월29일엔 6220만원 상당의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도 전달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 측근인 전씨가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여사의 뜻에 따라 윤 전 본부장에게 통일교 교인의 집단 입당 가입을 통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본다.

 

이에 대해 한 총재는 전날 직접 ‘참어머님 특별 메시지’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내 지시로 우리 교회가 불법 정치 자금을 제공했다는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며 “어떤 불법적인 정치적 청탁 및 금전 거래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권 전 의원도 같은날 페이스북에 “대선 기간 중 통일교를 방문해 (한 총재에게) 인사한 건 사실이지만 금품을 받은 일은 없다”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조만간 한 총재를 상대로 통일교 차원에서 권 의원과 김 여사에 대한 금품 전달을 계획한 것이 맞는지 등을 조사할 전망이다.        < 배지현  김가윤 기자 >

 

권성동 “총재님 카지노 하냐, 경찰 조사 중이다”…통일교에 수사 정보 전달

권성동 경찰 수사정보 유출-통일교 3년치 회계정보 인멸 정황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원정도박 의혹 수사와 관련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카지노 도박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관련해서 2013∼2014년 자금 출처가 문제 된다”며 통일교 쪽에 구체적으로 수사 정보를 전달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권 의원은 2022년 10월3일께 ‘통일교 2인자’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한학자 총재님이 카지노 하시냐”며 “경찰 쪽 찌라시(지라시)인데, 통일교 총재 한학자 등 통일교 임원들이 불법으로 통일교 재단 자금을 해외로 반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했다는 혐의로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본부장은 권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건네고,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지난 18일 구속기소됐다. 당시 춘천경찰서는 2022년 6월께부터 한 총재 등 통일교 간부들이 재단 자금을 횡령해 2008∼2011년 불법 원정 도박한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은 뒤 입건 전 조사를 진행 중이었다.

 

권 의원은 윤 전 본부장에게 “카지노 도박 및 외환거래법 관련해서 2013년, 2014년 자금 출처가 문제된다”며 “세계본부에 압수수색이 들어올 수 있으니 대비하라”는 내용의 내밀한 형사사건 정보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 원정도박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지인과 나눈 대화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윤핵관(윤석열 전 대통령 핵심 관계자) 수사 무마 의혹’이 제기됐다. 이 녹음 파일에는 윤 전 본부장이 “(경찰의) 인지수사를 윤핵관이 알려줬다. (윗선에) 보고를 드렸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권 의원에게 이런 내용의 연락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특검팀은 춘천경찰서 경비안보과와 경찰청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특검팀은 통일교가 이 무렵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권 의원이 제공한 경찰 수사정보를 한 총재와 비서실장 정아무개씨에게 보고했고, 한 총재는 “압수수색에 대비해 원정 도박 및 도박 자금 출처와 관련된 자료를 정리하라”고 지시한 의혹을 받는다. 이에 따라 통일교 재무국·총무국 소속 직원들은 사무실 컴퓨터를 포맷하며 2010년에서 2013년까지 회계정보를 삭제하거나 조작했다. 특검팀은 이들이 회계정보 중 ‘해외 출장비’에서 ‘해외’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등 회계 집행 내역을 조작한 정황을 확인한 상태다.

 

특검팀은 권 의원이 통일교 쪽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대가로 한 총재 관련 수사 정보를 전달하고, 윤 전 대통령과 윤 전 본부장의 독대를 주선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2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권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현재 국회 체포동의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한겨레는 권 의원의 해명을 듣고자 여러 차례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 배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