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전 국무장관 트럼프는 늘 거짓말, 바이든에 투표할 것

부시 전 대통령과 공화 하원의장 출신들 지지 확답 안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에 절망해 그에게서 등 돌리는 공화당 인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와 흑인 차별 항의 시위 대처에서 보여준 그의 태도가 반감에 불을 댕겼다. 트럼프가 4년 전의 아웃사이더가 아닌 현직 대통령으로서 재선을 노리는 시점에 공화당이 반트럼프기류로 술렁이는 것은 그에 대한 환멸감이 그만큼 깊다는 얘기다.

조지 부시(공화당)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은 7<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늘 거짓말을 하고, 헌법에서 벗어났다나는 분명히 올해 어떤 식으로도 트럼프를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사회적, 정치적 현안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과 매우 가깝다그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은 2008·2012(버락 오바마)2016(힐러리 클린턴) 대선에서도 공화당이 아닌 민주당을 지지했다.

이뿐만 아니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그 동생 젭 부시 전 플로리다주지사가 11월 대선에서 누굴 찍을지 확실하지 않다고 그들의 생각을 잘 아는 인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하원의장을 지낸 폴 라이언과 존 베이너의 측근들 또한 두 사람이 누구에게 투표할지 확답을 안 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현역 의원 중에는 상원의원인 밋 롬니와 리사 머카우스키가 트럼프와 갈라섰다. 일부 의원들은 제3의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넘어 공개적으로 바이든을 지지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군 원로들도 지난 3일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방장관인 제임스 매티스가 트럼프를 분열적 대통령이라고 공개 비판한 것을 비롯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 제거작전을 지휘했던 윌리엄 맥레이븐 전 해군 대장은 우리가 코로나19 대유행, 끔찍한 인종차별·부정의와 싸울 때 트럼프는 (좋은 사령관으로서의) 자질을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이 나라는 트럼프 지휘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레이건·부시 행정부에서 일하고 2016년 트럼프에 반대했던 인사들은 최근 트럼프 반대 뜻을 어떻게 밝힐지, ‘바이든 지지까지 함께 선언할지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공화당 또는 보수 진영 안에서의 반트럼프정서가 4년 전에 비해 더 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최근의 양상이 눈길을 끄는 것은 트럼프에 대한 여론 악화와 겹치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에이비시>(ABC) 방송이 공동 실시해 지난달 3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지지율 43%, 바이든(53%)에게 10%포인트 뒤졌다. 반대로 바이든은 최근 일주일 사이 트럼프와 가상 맞대결에서 세차례나 50% 이상으로 나왔다. 바이든 쪽은 공화당 이탈층을 잡기 위해 바이든을 지지하는 공화당원연합을 띄우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트럼프는 이날도 트위터에 공화당 내 지지율 96%!”라는 자신의 글을 리트위트하며 굳건함을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 스캔들과 탄핵 논란이 없었으면 자신의 지지율이 바이든보다 25%포인트 높았을 거라고 주장했다. <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

트럼프, 워싱턴에서 군대 철수태도 바꿔 꼬리 내린 까닭

주지사들 투입 요청 않고 군 수뇌부도 반대해 명분 사라져

모든 것이 통제되고 있다. 나는 방금 주 방위군에 대해 워싱턴디시(DC)에서 철수 절차를 시작하라고 명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군 철수 명령을 내렸다. 워싱턴디시 인근에 집결해 있던 연방군이 철수하기로 한 데 이어, 예비군 성격의 주 방위군마저 철수시키기로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작된 이래, 지속적으로 군 동원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왜 1992년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대통령 당시 로스앤젤레스 폭동 사태 때처럼 군을 투입할 수 없었던 것일까?

1992년 폭동 때와 다른 시위 양태

19924월 로스앤젤레스 폭동은 그 1년 전 흑인 로드니 킹을 구타해 기소됐던 경찰관 4명이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시작됐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항의 시위가 폭력·약탈 양상으로 발전했다. 수십명이 사망하고 경찰도 손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부시는 반란법(폭동진압법)을 근거로 연방군 4천여명을 투입했다. 최종적으로 50여명이 죽고 수천명이 다쳤다.

이번 플로이드 추모 시위는 다르다. 시위 초반 일부 폭력적인 양상이 나타나고 체포된 시민이 1만여명에 이르지만, 무차별적인 총격전이나 대규모 약탈 같은 명백한 폭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시위대 스스로 냉정을 되찾았다. 지난주 후반부터는 평화 시위로 전환됐다.

주지사 요청 없는 연방군 투입 전례없어

미국에서 국내 사태에 연방군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반란법을 발동해야 한다. 주지사가 대통령에게 연방군 투입을 요청(반란법 251)해야 하지만, 급박한 경우 주지사의 요청 없이도 발동(252)할 수 있다. 하지만 주지사 요청 없이 발동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1968년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사망으로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폭동이 발생했을 때도 스피로 애그뉴 주지사의 요청으로 연방군이 투입됐다. 로스앤젤레스 폭동 때 역시, 피트 윌슨 주지사의 요청으로 연방군 투입이 이뤄졌다.

1992년 이후 어느 주지사도 대통령에게 연방군 투입을 요청한 적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주지사들과 화상회의를 열어 시위대를 쓰레기라고 비난하며, 주지사들에게 주 방위군을 더욱 동원하라고 몰아붙인 데도 이런 이유가 깔려 있다. 하지만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등은 연방군 동원 요청을 아예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수뇌부 군 투입해도 민간 지원 역할이라 생각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에게 군 1만명을 동원하라고 요구했으나, 두 사람이 이를 반대했다고 <시엔엔>(CNN)이 고위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군 수뇌부들은 시위대 내 폭력적 요소가 크지 않고, 민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자칫 군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미군 안보 전문 매체 <저스트 시큐리티> 보도를 보면, 미군은 반란법이 발동돼 민간 작전에 투입되더라도 군사 규정에 의해 민간의 법 집행을 지원하는 것으로 인식하지, 이를 대신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군이 민간 영역에 끼어드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최현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