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법무, 검찰 ‘자체 감찰’ 한계 판단
2021년 세월호 진상규명 이어서 두 번째

 
정성호 법무부장관이 8월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광복절 특별사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4일 ‘관봉권 띠지 폐기와 쿠팡 불기소 의혹’ 사건 수사를 위해 상설특검을 가동하겠다고 나섰다. 2014년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상설특검법) 제정 이래 두 번째 사례다. 법무부는 검찰 자체 감찰만으로는 충분한 의혹 해소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상설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이 상설특검을 가동하고 나선 배경엔 검찰 수사와 관련된 해당 의혹들을 자체 감찰만으론 말끔히 해소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 장관은 이날 퇴근길에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검찰청에서) 나름 관련자들이라든가 관련자들 진술도 많이 확보하고 증거들도 조사해봤지만 어쨌든 대상자가 검사이기 떄문에 결국 ‘제식구 감싸기’ 측면이 있지 않겠나, 이런 의심 거두기는 쉽지 않지 않겠냐”며 “국민적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선 객관적이고 제3자적인 위치에서 상설특검이 수사하는 게 좋을 거 같다 그래서 요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상설특검이 두 사건을 수사하는 이유에 대해선 “관봉 띠지 사건은 복잡한 구조가 아니고 쿠팡 사건도 마찬가지”라며 “상당 정도 감찰이 돼있고 일부 수사도 돼있기 떄문에 상설특검이 두건을 같이 해도 크게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경찰이 수사하는 방법도 있지만 고질적인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공수처와 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해야 하는 경찰 수사로는 온전한 진상규명이 어렵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상설특검은 △국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본회의에서 의결하거나 △법무부 장관이 이해충돌을 피하고 공정성 확보를 이유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가동된다. 현재 운영 중인 이른바 ‘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은 국회가 개별 사건 별로 법안을 의결해 수사 대상과 기간, 수사팀 규모가 결정되지만, 상설특검은 수사팀 규모(검사 5명, 파견 공무원 30명 이내), 수사 기간(90일 이내)이 법에 정해져 있다.

 

법률 제정 뒤 상설특검은 2021년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이 유일한데, 이때는 국회 의결로 가능했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사건 수사를 위한 상설특검 가동을 의결했지만 특별검사 후보자 2명을 추천해야 하는 대통령 권한대행(한덕수·최상목)이 이를 거부하면서 법률 위반 논란이 일었고 결국 무산됐다. 내란 수사는 일반 특검 형태로 시작됐고, 이재명 정부 들어 검사 관련 비위 의혹이 불거지면서 두번째 상설특검이 출범하게 됐다.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은 서울남부지검의 ‘건진법사’ 전성배씨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전씨의 집에서 한국은행 관봉권 다발을 발견했는데, 수사 과정에서 관봉권을 묶은 띠지를 폐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의도적으로 핵심 증거를 인멸했다는 의혹이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이에 대검은 자체 감찰을 벌인 뒤 최근 법무부에 ‘띠지 훼손에 윗선 등의 고의나 지시는 없었다’는 취지의 감찰을 결과를 보고한 상태다.

 

쿠팡 불기소 외압 의혹은 부천지청이 지난 4월 ‘쿠팡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는 과정에서 엄희준 당시 부천지청장이 기소에 근거가 되는 핵심 내용을 누락한 뒤 대검에 보고했고, 담당인 문지석 검사에게 불기소를 강요했다는 내용이다.

                                                                                                         < 강재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