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1~2차 작전 사이 김건희 계좌 관리
미공개 정보 단타 거래…하루 8.8% 수익
윤석열 지검장 되자…NSN 사건 수사 중지
김건희 계좌 관리 당시 이상매매 확인됐지만


검찰은 이준수 기소중지, 김건희 무혐의 처분
내란 전 이준수-김건희 연락? 은밀한 관계?

이준수, 체포 전 2층 베란다서 뛰어내려 도주
"외부조력, 정보유출 의심…수사력 총동원해야"

 

특검 출석한 김건희.연합 자료사진.

 

김건희 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팀)이 지난 7월 건진법사 전성배 씨 법당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 씨가 2013~2016년 사용했던 휴대폰 1대를 압수했다. 해당 휴대폰을 분석한 결과, 김 씨가 한 남성과 주고받은 수백 개의 문자가 나오면서, 이 남성의 정체에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김 씨와 긴밀한 관계에 있던 이 남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또 다른 주가조작 사건으로 수사가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새강자' 이준수…무자본 M&A 등 처벌 전력

 

김건희 씨와 문자를 주고받은 남성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제3의 주포'로 지목됐던 이준수라는 인물이다. 그는 한때 금융 투자 분야에서 '새강자'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다.

2006년 9월 3일자 <한경비즈니스> 기사에 따르면 이준수 씨는 청량리 청과물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해 2억 원을 모았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이후 주식에 손대며 10억 원의 손실을 입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하도 답답해서 점을 보러 다녔다. 다니는 점집마다 저에게 신기가 느껴진다면서 세속을 떠나 내림굿을 받으라고 했다. 유명한 무속인을 만나 내림굿을 받기로 결심을 굳혔다. 그전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마지막으로 주식을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새강자 이준수 사회관계망서비스 화면. 2025.11.06. 페이스북 갈무리

 

이후 이 씨는 각종 증권사 주식투자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며 SK증권 광고모델을 하는 등 유명세를 얻었다. '씽크아카데미'라는 투자교육 업체를 운영하며 수익을 내기도 했다. '애널리스트'(분석가)로 활동하며 무자본 기업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 받은 전력도 있다.

 

2022년부터 이준수 씨를 추적 보도해 온 <뉴탐사> 취재에 따르면, 이 씨는 2016년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씨에게 검찰 출신 오광수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전 대구지검장), 송창진 변호사(전 대검 중수부 검사)를 소개해주는 등 검사와도 인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치 주가조작서 맺어진 김건희와 인연

 

이 씨의 이름이 다시 떠오른 건 김건희 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였다. 이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작전과 2차 작전 사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BS> 단독 보도에 따르면, 김건희 씨는 도이치모터스 1차 주가조작 '주포' 이정필 씨 소개로 이준수 씨를 만났다. 이준수 씨는 김 씨를 만나 "내가 아는 지인이 있는 증권계좌로 옮기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잘 팔아주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이준수 씨는 김 씨의 DB증권 계좌를 관리했다. 이러한 내용은 검찰이 확보한 진술 등을 통해 확인됐다.

 

2022년 4월 22일 증인신문. 2025.11.06. 뉴탐사 방송화면 갈무리

 

이는 1차 작전 주포 이정필 씨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2022년 4월 22일 공판 기록에는 이정필 씨가 '2010년 5월 20일경 신한증권에서 DB증권으로 김 여사 주식 69만 주를 출고했느냐'는 검사의 질문을 받고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김건희 씨하고 이준수라는 사람이 판 걸로 들었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준수 씨가 1차와 2차 작전에서 역할을 한 정황이다.

 

그 뒤에도 이준수 씨와 김건희 씨는 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SBS> 단독 보도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팀은 김 씨에게 전성배 씨를 소개한 사람도 이준수 씨라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가 2013년 김 씨에게 보낸 문자 중엔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라고 전 씨를 언급한 내용도 있었다고 한다.

 

태광이엔시 단타로 하루 만에 8.8% 수익

 

이준수 씨와 김건희 씨는 도이치모터스 1차 작전과 2차 작전뿐 아니라, 그 사이 별도의 주가조작 작전을 벌였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뉴탐사에 따르면, 김 씨는 2010년 4월 28일 뉴그리드, 제너시스템즈, 빛과전자, 동양텔레콤 등 4개 종목을 하루에 전량 매도한 뒤, 여기에 돈을 보태 하한가(1주당 680원)였던 태광이엔시 주식 29만 8000주를 2억 264만 원에 매수했다. 이어 김 씨는 다음 날 태광이엔시 주식을 2억 2052만 원에 전량 매도(1주당 740원)했다. 단 하루 만에 1800만 원 가까이 벌며 약 8.8% 수익률을 기록했다.

 

2010년 4월 28일~29일 김건희 씨의 태광이엔시 주식 매수매도 내역. 하한가에 산 뒤 하루 만에 팔아 1800만 원 가까이 벌며 8.8% 수익률을 기록했다. 2025.11.06. 뉴탐사 제공
 

김 씨가 단타 매매로 시세차익을 거둔 시기는 이 씨가 무자본 M&A로 주가를 띄우던 시점이다. 김 씨가 이 씨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 거래를 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 씨는 결국 2012년 태광이엔시를 무자본 M&A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판결문에 따르면 이 씨는 태광이엔시를 인수해 2010년 5월부터 8월까지 실질적으로 회사를 운용했다. 판결문에는 "2010년 4월 16일 135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고 적시돼 있다.  

 

제보자의 서울남부지검 출정 시 가져갔던 사건 메모 노트 중 일부. 해당 내용은 엔에스엔(구 에이모션) 주가조작 행태를 검사들과 수사관들에게 브리핑 해주기 위해 작성한 메모다. "이 사건은 애널리스트 이준수가 주도한 사건"이라고 적혀 있다. 2025.11.06. 뉴탐사 제공
 

윤석열, 중앙지검장 되자 NSN 사건 중단

 

2017년 '엔에스엔(NSN) 주가조작 사건'에서도 이 씨와 김 씨의 흔적들이 발견된다.

 

금융 범죄를 전담하는 서울남부지검은 당시 NSN 주가조작과 관련해 이 씨를 핵심 인물로 지목했다. 이 씨를 지목한 제보자 엑스(X)'가 남부지검에 출정하면서 소지한 사건 메모 노트에는 "이 사건은 애널리스트 이준수가 주도한 사건"이라고 적혀 있다. 제보자X의 사건 브리핑을 들은 검사들도 처음엔 "따봉"을 외쳤다고 한다.

 

그러나 2017년 5월 김 씨의 남편인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뒤 상황이 바뀌었다. 수사관이 갑자기 "이거 말고 다른 확실한 거 없냐"며 수사를 꺼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 씨는 윤석열이 서울지검장이 되자 보유하고 있던 NSN 주식 3430주(1973만 원)를 전량 처분했다. 김 씨가 검찰 고위 간부인 남편을 이용해 범죄 수사 정보 등을 입수하고 처분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8년 3월 공직자 재산신고에 김 씨가 보유한 NSN 주식이 0주로 나온 것은 이러한 정황을 의심케한다.

 

2018년 3월 공직자 재산내역. 김건희 씨가 엔에스엔 주식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취임 후 전량 매도한 흔적이 남아있다. 2025.11.06. 뉴탐사 방송 갈무리

 

수사·기소 중지…윤석열·김건희 뒷배?

 

이 씨가 관리하던 김 씨의 DB계좌에서 2010년 5월 20일경 69만 주 이상매매가 이뤄졌다는 사실은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지만, 다른 공범들과 달리 이 씨는 기소되지 않았다. 또 검찰은 김 씨에 대해서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관련,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취재해 온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는 6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검찰이 이 사건 수사를 시작할 때는 이 사람(이준수)을 당연히 피의자로 입건을 했었는데, 어떤 사유에 의해서인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연락이 안되니까 검찰이 기소중지 상태로 걸어놨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상태로 시간이 흘러가서 결국 이 사람을 조사하지 못한 채로 다른 주범들을 기소한다. 기소한 상태에서 (윤석열로) 정권이 바뀌었다"며 "(검찰이) 이 사람을 불러서 (9시간 동안) 얘기를 들어보긴 봤는데, 조서를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씨에 대해 조사가 아닌 면담을 했다는 입장이다.

 

도이치모터스와 그 외 종목의 주가조작에 대한 수사뿐 아니라, 당시 수사 및 기소 중지에 대해서도 특검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수사 중지, 기소 중지 등의 배경에는 윤석열·김건희 부부 뒷배가 의심된다.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18일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로 들어가고 있다. 전씨는 2022년 4∼8월께 윤모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으로부터 교단 현안 관련 청탁과 함께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백 등을 받은 뒤 이를 김건희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2025.8.18. 연합
 

12·3 내란 전까지 연락? 은밀한 관계?

 

김 씨가 지난해 12·3 내란 전까지 이 씨와 연락을 주고 받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도 최근 나왔다.

 

SBS 단독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 씨가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는데, 당시 이 씨는 "지인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에서 몇 년 동안 수사를 받아왔는데, 최근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걸 축하하기 위해 술을 마셨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팀은 당시 이 씨가 언급한 지인이 김 씨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와 이 씨가 '은밀한 관계'를 맺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2013~2016년 이 씨와 김 씨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500여 개를 특검팀에서 확인했다며 "상당히 은밀한 관계로 보이는 글들이 대량으로 발견됐다는 정보가 있다"고 말했다.

 

'은밀한 관계라는 게 어떤 것인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장 의원은 "구체적으로 듣지는 못했다"면서도, "이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 씨와 김 씨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아니고서야 그렇게까지 노력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씨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해있다. 2025.9.24. 연합
 

이준수 씨, 체포 직전 2층서 뛰어내려 잠적

 

특검팀은 이 씨의 신병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 씨가 주가조작과 관련해 혐의점이 있다고 판단, 지난달 이 씨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이 씨가 현장에서 도주해 신병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경찰이 압수수색 현장에 도착하기 직전 2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도주했다고 한다. 이 씨의 신병 확보를 위한 공개수배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민주당 임세은 선임부대변인은 "그의 도주는 단독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며 "장기간 도피가 가능하다는 것은 외부의 조력, 정보 유출, 혹은 조직적 은폐의 의심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임 부대변인은 "세계적 치안국가이고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가 거의 없는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핵심 피의자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을 국민은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수사기관은 하루 빨리 모든 수사력을 총동원해 이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김건희와의 커넥션과 불법을 철저하게 밝히라"고 촉구했다.

 

김 씨 쪽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1차 주포였던 다른 인물의 소개로 알게 된 지인일 뿐 김건희 여사의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중요한 인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