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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1. 6. 02:0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이진관 재판장 “비상계엄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나 다 본 것 아닌가” 질책
증인소환 불응 이상민에게는 구인장 발부와 과태로 500만원 부과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가장 마지막으로 도착했던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사건 재판에 나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말릴 새가 없었다며 “우리도 계엄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장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게 적절하냐”, “비상계엄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나 다 본 것 아닌가”라며 쓴소리를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 심리로 5일 열린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6차 공판에는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증인으로 나왔다. 박 전 장관은 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3일 밤 9시30분께 대통령실로부터 소집 통보를 받았다. 계엄 선포 관련 소집인지 몰랐던 박 전 장관이 대통령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국무회의가 끝난 뒤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대국민 담화 발표가 임박한 시점이었다.
이진관 부장판사가 지난 9월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등 혐의 사건 첫 재판을 심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특검팀은 이날 증인신문에 나서 박 전 장관에게 ‘계엄 선포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에게 한 말이 있냐’고 물었다. 박 전 장관은 “심야에 집에 있다가 연락받고 가서 업무를 논하는 자리거나 다른 자리라고 생각을 못 했는데 엄청난 이 쇼크, 패닉 상황이어서 뭐라 섣불리 말하거나 할 상황이 아니었고, 대화 흐름에 끼어들만한 맥을 못 잡았다”고 답했다.
박 전 장관은 “(당시가) 계엄을 해야 할 상황이었나”라는 재판장 질문에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계엄을 국민 누가 생각했겠나”라고 답했다. 그러자 재판장은 “그러니까 생각할 수도 없는 계엄인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나오느냐”고 다시 물었고, 박 전 장관은 “상황이 끝나 있었다. (계엄을) 할까, 말까 하는 토론이거나, 저희들의 선택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발표했고 그런 상황이었다”며 “저 자리에 참석했다 뿐이지 무게감 있게 (계엄 선포를) 다루거나 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장은 재차 “법적 책임을 떠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게 적절한가”라고 따져 물었고, 이때 박 전 장관은 “저희 국무위원들도 피해자”라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이어 “국무위원으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이 벌어지고, 검찰에서 두 번 조사받고, 변호사비 들고, 법정에 나와 증언을 한다. 개인적으로 엄청난 손해”라고 본인이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박 전 장관은 “저도 (계엄 선포를 하는지) 모르고 간 것이고, 아쉽고 안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판이 끝날 무렵에 재판장은 박 전 장관의 앞선 발언을 다시 꺼내 들었다. 재판장은 “‘국무위원도 피해자’라는 말이 윤석열을 상대로 말씀하신 거면 이해가 된다. 비상계엄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나 다 본 것 아닌가”라며 “증인이 비상계엄 선포 후에나 도착했다는 이유로 말씀하신 건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일반 국민들 입장에선 장관이면 국정운영에 관여하는 최고위급 공무원이다. 비상계엄 선포 후에도 반대한다거나 동의하지 못한다고 소수 국무위원들은 말씀을 하신 거로 안다. 그런데 증인은 그 자리에 가서 아무 말도 안 하셨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당시 국무위원으로서 ‘소신껏’ 행동하지 못한 처신을 꾸짖은 것이다.
박 전 장관은 “비상계엄에 대해 굉장히 잘못된 일이었다고 생각하고 대통령을 모시는 각부 장관, 국무위원 입장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게 된 건 사전에 (계엄 선포 사실을) 알았던지, 말릴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지를 떠나서 국무위원이었다는 입장에서 송구스럽다”며 재판장의 질책을 수긍했다.
재판부는 원래 박 전 장관 증인신문이 끝난 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증인으로 소환했지만, 이 전 장관 쪽은 ‘재판 준비에 전념해야 한다’는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나오지 않았다. 재판장은 “정당한 불출석 사유가 아니다”라며 이 전 장관에게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고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는 오는 19일 오전 10시에 이 전 장관을 다시 소환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이달 안으로 재판을 마무리하겠다는 태도다. < 오연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