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1일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공원에서 열린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 96주기 추도제에서 시민들이 추모비 앞에 헌화 뒤 묵념하고 있다.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 추도제, 올해 사용 허가 안 해

방해 집회와 동급으로 자제요구하며 서약서 요구

지식인들 민족차별 선동 집회와 동렬 규제 부당비판

 

일본 도쿄도가 간토대지진(관동대지진) 때 학살당한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을 사실상 불허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일본의 한 남성이 추도제 허가를 촉구하는 시민 3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하고 지식인들도 같은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교도통신>한 회사원 남성(42)11일 도쿄도청을 방문해 추도식 개최를 위한 공원 사용을 허가하라는 청원에 31846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일본의 지식인 117명도 도쿄도에 예년처럼 추도식을 허가하라는 성명을 제출했다.

해마다 91일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공원에서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제를 열어온 ‘9·1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실행 위원회’(이하 실행위)는 이날 지식인 117명과 1개 단체가 참여한 문화인 성명을 도쿄도에 제출했다. 지식인들은 성명에서 도쿄도가 올해 추도제 개최에 필요한 공원 점유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는 사태를 비판했다. 해마다 91일이면 일본 간토 곳곳에서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식이 열리는데,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열리는 추도식이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행사다.

문제의 발단은 도쿄도가 추도제를 주최하는 ‘9·1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실행 위원회’(이하 실행위)에 점유 허가를 내주는 조건으로, 지난해 말부터 준법 서약서제출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서약서에는 “(간토대지진 희생자 전체를 대상으로 도쿄도가 하는 행사 시간대에는) 마이크와 스피커 등을 사용하지 말라등 내용이 담겼다. 해당 내용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에는 “(행사 개최를 위한) 공원 점용 허가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이의가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공원에서는 1974년부터 해마다 추도식이 열렸고, 도쿄도가 이런 서약서를 요구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도쿄도는 서약서 제출 요구 근거로 일본 우익이 3년 전부터 시작한 방해 집회를 거론한다. 일본 우익은 2017년부터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식이 열리는 장소 바로 맞은 편에서 학살 피해를 부정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도쿄도는 이 단체에도 같은 내용의 서약서를 요구했다. 지식인들은 11일 발표한 문화인 성명에서 민족차별 희생자를 추도하는 의식과 민족차별을 선동하는 집회를 동렬로 놓고 규제하는 것은 공평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 도쿄/조기원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