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6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인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프로농구(NBA)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스타 르브론 제임스(오른쪽)와 함께 나란히 손을 흔들며 무대에 오르고 있다.

            

마이클 조던 이어 르브론 제임스 흑인 투표참여 독려 단체 설립

투표로 바꾸자목소리 더 커져 유권자 등록등 여전히 장벽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을 계기로 시작된 인종차별 철폐 운동이 확산하면서, 11월로 예정된 미 대선을 통해 투표로 바꾸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08년 버락 오바마를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흑인들이 다시 변화의 주체로 나서고 있다.

<뉴욕 타임스>10일 농구 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다른 유명 운동선수 및 연예인들과 함께 흑인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모어 댄 어 보트’(More Than a Vote)라는 단체를 설립하고 종잣돈을 대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할리우드 배우 케빈 하트와 농구스타 유도니스 해즐럼 등이 그와 함께한다. 제임스는 이 신문에 사람들이 마침내 우리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 지금이 우리가 차이를 만들어낼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우선 11월 대선에 맞춰 흑인들의 유권자 등록을 독려하고, 이후에는 선거권 제한에 대한 문제 제기 등을 해나갈 예정이다.

앞서 농구 황제마이클 조던은 향후 10년간 인종차별 반대 단체 등에 1억달러 기부 의사를 밝혔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 미셸 오바마도 함께 투표하자고 독려하고 있다.

미 대선 승패, 흑인 투표율이 가른다?

미국 통계청 자료를 보면, 버락 오바마가 미국 첫 흑인 대통령에 당선된 2008년 흑인 투표율은 64.7%, 2004년 대선 때보다 4.7%포인트나 올랐다.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한 2012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흑인 투표율(66.2%)이 백인 투표율(64.1%)을 앞질렀다. 반면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에게 패한 2016년 대선 때는 백인 투표율이 65.3%로 소폭 늘었지만, 흑인 투표율은 59.6%로 크게 떨어졌다.

당시 클린턴이 오바마처럼 흑인 표를 흡수했다면 선거에서 이길 수도 있었다. 힐러리는 러스트 벨트라 불리는 미시간주, 펜실베이니아주, 위스콘신주 등 3곳에서 1~4만표, 득표율로는 0.2~0.7%포인트 차이로 졌는데, 이들 3개 주의 선거인단 수는 46명에 이른다. 두 후보의 최종 선거인단 수 차이가 77명임을 고려하면, 세 지역의 승패가 뒤바뀌었다면 최종 결과도 바뀔 수 있었다. 민주당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는 올해 대선에서 2012년 투표율을 재현하면 민주당이 미시간 등 4개 경합 주를 탈환해 승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투표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 아직도 존재

흑인이 제대로 된 투표권을 확보한 것은 1965투표 권리법이 제정되면서다. 1964년 마틴 루서 킹 목사 등이 이끈 흑인 인권 운동의 결과로 쟁취한 투표 권리법은 흑인 등 소수 인종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데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유권자 자격이 있는지 심사하는 시험을 금지하고, 영어를 모르는 유권자에게 이중언어로 된 선거자료를 제공하는 것 등이다. 당시 미국 남부의 일부 주는 읽기·쓰기 등 문맹시험을 통과해야 선거인 명부에 등록하고 투표권을 줬는데, 문맹률이 높은 흑인들에게 불리한 제도였다.

하지만 아직도 흑인 투표를 제한하는 제도적 장벽이 존재한다. 가령 조지아주의 경우, 2018년 중간선거 당시 유권자 정보가 여러곳에서 정확하게 일치해야 유권자 등록을 받아주는 정확한 일치법을 실행해, 5만여명의 유권자 등록을 거부했다. 이들 중 70%가 흑인 거주지 출신이었다.

2018년 미국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파헤친 <원 퍼슨, 노 보트>를 쓴 캐럴 앤더슨은 미국인들이 1965년 투표 권리법 제정 이후 투표권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해왔지만, 투표에 대한 권리는 더욱 악화돼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에서 유색인종 비율이 늘고, 2008년 흑인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교묘하게 투표 장벽을 높이는 작업이 많아졌다고 주장한다.

플로이드 죽음에 냉정한 태도를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흑인의 지지가 절실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플로이드 장례식에 영상 추모사를 보내는 등 공감하고 지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은 이번주 트럼프와의 지지율 격차도 <시엔엔>(CNN) 기준 14%포인트까지 벌렸다.< 최현준 기자 >

노예제 옹호장군 이름 딴 기지 개명 요구에 트럼프 못 바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백악관에서 흑인 지지자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9일부터 오클라호마주에서 유세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남북전쟁 때 노예제를 옹호한 남부연합군 장군의 이름을 딴 군 기지를 개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 뜻을 표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지지율이 급락하자, 인종 문제 논란을 격화시켜 지지층을 다지려는 포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군 기지 개명 요구에 대해 고려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서 이들의 이름을 딴 기지가 위대한 미국 유산의 일부로 승리와 극복, 자유의 역사가 돼왔다며 이렇게 밝혔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라이언 매카시 육군장관이 전날 기지 명칭 변경을 위한 초당적 논의에 열려 있다고 밝히는 등 군 기지 개명 논의가 탄력을 받을 조짐을 보이자,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앞서 미 해군은 지휘관들에게 작업장, 군 시설 관련 일반인 접근 구역 등 안에서 남부연합 군 깃발 및 관련 상징들의 전시를 파악하고 제거하라는 명령까지 내린 상황이었다. 중부군 사령관을 지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이날 한 언론 기고에서 군 기지에서 남부연합 장군들의 이름을 지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미국에는 노스캐롤라이나의 포트브래그, 텍사스의 포트후드, 조지아의 포트베닝 등 남부연합군 장군의 이름을 딴 군 기지가 10여곳 있다. 이들 기지는 대부분 남부연합군의 근거지였던 남부 주에 몰려 있다. 이 지역은 트럼프의 지지층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이날 흑인 유권자 지지층과의 원탁회의 1시간 전에 군 기지 개명 반대 트위트를 올렸다. 남부의 보수적 백인 유권층을 겨냥해, 미리 쐐기를 박아둔 것이다.

트럼프 쪽이 인종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최근 여론 흐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번주 <CNN> 방송의 여론조사에서 41%의 지지율로, 55%를 얻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무려 14%포인트나 뒤졌다. 역대 최대 격차다. 트럼프는 가짜 조사라고 반발했고, 대선 캠프 쪽에선 아예 <CNN> 방송에 사과와 함께 조사 결과를 취소하지 않으면 법적 조처에 나서겠다는 경고서한까지 보냈다. <CNN> 방송 쪽은 여론조사 결과를 취소하라는 요구는 처음이라며 이를 일축했다.

트럼프 쪽이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 취소까지 요구한 것은, 최근 지지율 추세가 재선에 실패한 과거 대통령들의 사례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선거전문매체 <538>11월 대선을 147일 남겨둔 10일을 기준으로 트럼프보다 지지율이 낮았던 대통령은 해리 트루먼(39.6%)과 지미 카터(39.5%), 조지 H. W. 부시(35.7%) 세 사람뿐이라고 전했다. 이들 중 트루먼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재선에 실패했다. < 정의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