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이 11일 국방대 졸업연설로 미리 녹음한 동영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교회 앞 사진찍기 이벤트에 동참한 것은 실수였다고 반성하고 있다.

                           

밀리 합참의장, 트럼프의 성경 이벤트 동참에 반성
에스퍼 국방장관은 주방위군의 시위 대응 검토 명령

         

미국 군을 대표하는 최고위직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또 반기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 진압에 군을 동원하려 한 조처를 계기로 양쪽의 갈등이 깊어가고 있다.

밀리 합참의장은 11(현지시각)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주변 인근 교회에서 성경을 들고 사진을 찍는 이벤트에 동참한 것을 반성하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주변의 평화적 시위대를 무력진압하고 길을 내게 한 뒤 인근 교회로 걸어가서는 성경을 들고 사진을 찍는 이벤트를 벌였다. 에스퍼 국방장관과 밀리 의장도 동행해, 군을 대통령의 당파적 정치이벤트에 동원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밀리 의장은 군복을 입고 동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이벤트 뒤 군부 안팎에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현역 군인이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사를 표명한 것은 밀리 의장이 처음이다.

밀리 의장은 거기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그 순간과 그 상황에 내가 있음으로 인해, 군이 국내 정치에 관여했다는 인식을 자아냈다고 말했다. 밀리 의장의 이런 발언은 국방대학교 졸업 연설을 위해 미리 녹음된 동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그는 제복을 입는 현역 장교로서 나는 그것이 실수라는 것을 알게 됐고, 우리 모두가 이를 통해 배우기를 진정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 나라의 제복을 입는 우리는 우리 국민으로부터 왔고, 우리는 우리 공화국의 진정한 본질에 깊게 뿌리박힌 군의 비정치화하는 숭고한 원칙을 지켜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에스퍼 국방장관도 이날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동원됐던 주방위군의 조처들이 적절했는지 검토하라고 명령했다. 에스퍼 장관의 이 명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시위 진압에 주방위군을 적극 동원해 투입하라고 주지사들을 다그친 것에 대한 견제로 해석될 수 있다.

국방부는 성명에서 이 보고는 주방위군의 훈련, 조직, 수행, 배치, 고용 등을 포함한 문제들을 다룰 것이다고 설명했다. 라이언 매카시 육군장관이 이 검토 업무를 수행한다.

국방부는 이번 검토는 중요한 작전 수행에 따른 통상적인 절차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회 전문지 <더힐>은 에스퍼 장관의 이날 지시가 군이 지난 1일 워싱턴디시에서 저공비행을 통해 시위대를 위협했던 주방위군 헬리콥터 조종사를 조사하는 와중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에스퍼 장관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교회 방문이 사진 찍기 이벤트였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그는 또 트럼프가 반란법에 근거해 현역 군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겠다는 것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에 격노한 트럼프가 에스퍼 장관을 해임하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는 보도도 나왔다.

에스퍼 장관은 당초 트럼프의 시위 대처에 적극적인 동조를 보였다. 그는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시위와 관련해 전투공간이라고 말했다가, 시민을 전투의 대상인 적군 취급한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이날 현역 군인인 밀리 합참의장의 발언으로 트럼프와 군부 사이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트럼프가 시위 진압에 군을 동원하려는 시도를 놓고 지금까지는 전직 장성이나 정무직인 국방장관만 반발했으나, 현역인 밀리 의장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트럼프의 교회 앞 사진찍기 이벤트 직후인 지난 3트럼프는 미국인들을 통합시키려 노력하지 않은 첫 대통령이라며 심지어 통합하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다고 직설적인 비난을 했다. 이를 계기로 에스퍼 장관도 시위 진압에 군 동원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군부 안팎에서 트럼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윌리엄 맥레이븐 전 특전사령관, 마이크 뮬런·마티 뎀시 전 합참의장 등 퇴역장성도 가세했다. 급기야, 걸프전 당시 합참의장을 지낸 전쟁영웅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도 자신이 소속한 공화당의 대통령인 트럼프가 아닌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 정의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