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이지스 어쇼어에 도입할 예정인 요격미사일 SM3블록2A2017년 미국 하와이에서 요격실험차 발사되는 모습.

                

고노 기술 결함사실상 백지화 방위계획 수정 불가피부담 커져

2년 넘게 북 공격 대비추진했지만 비용 갑절 치솟고 안전성 문제 부각

     

일본 정부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 가능성에 대비한다며 2년 넘게 추진해온 지상 배치형 미사일방어체제 이지스 어쇼어사업을 갑자기 중단했다. 이지스 어쇼어는 아베 정권이 미국제 무기를 대량 구입하겠다는 상징 중 하나였으며, 군비 경쟁으로 동아시아에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비판에도 흔들림 없이 강행했던 사업이다.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은 16일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 나와 지난 15일 이지스 어쇼어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기술적 문제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사일 발사 후 부스터(추진체)를 자위대 연습장 내에 확실히 떨어뜨릴 수 없다는 점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200의 부스터가 의도하지 않은 곳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인근 주민 피해 등 안전성 문제가 부각된 것이다. 고노 방위상은 이어 기술적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선 대폭 개량이 필요한데, 예산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계속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고노 방위상은 지난 12일 아베 신조 총리에게 전체적인 내용을 보고했으며 배치 중단을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이지스 어쇼어란 날아오는 미사일 움직임을 레이더로 포착해 요격하는 이지스함 시스템을 육지로 옮겨놓은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25년을 목표로 아키타현의 아라야 연습장과 일본 남서쪽 야마구치현의 육상자위대 무쓰미 연습장 등 2곳에 배치를 추진해왔다. 201712월 사업을 시작할 때는 총 2404억엔(27천억원) 규모를 예상했지만 비용이 계속 늘어나 최근 총 4500억엔(5조원)까지 추산됐다.

이지스 어쇼어 사업이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아베 총리의 정치적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국방부회 등 합동회의에 참석한 오노데라 이쓰노리 전 방위상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고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또 이지스 어쇼어는 탄도미사일 방어의 기둥이 됐던 사업이었던 만큼 일본의 방위계획도 큰 수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아사히신문>은 지적했다.

-일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 확대를 요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를 아베 총리가 받아들여 추진됐기 때문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번 판단은 미국 쪽과 협의를 거쳐 검토했다고 말했다. < 김소연 기자 >

북 미사일 대비 '이지스 어쇼어' 백지화에 일 '충격'

집권 자민당·연립 여당 공명당서도 불만방위성은 '발칵'

본 정부가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비한다며 추진하던 육상 미사일 요격 체계 '이지스 어쇼어' 도입 사업 백지화 결정 이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17년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두 차례나 일본 열도를 넘어 북태평양에 낙하한 '북한 미사일 쇼크' 이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도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용과 배치 시기, 기술적 문제 등을 이유로 중단되자, 일본 내에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집권 자민당 내에서도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의 15일 저녁 갑작스러운 이지스 어쇼어 중단 발표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고, 연립 여당인 공명당도 정부에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고노 방위상의 발표에 방위성도 발칵 뒤집어졌다.

방위성의 한 간부는 교도통신에 "일본의 방위구상이 근본부터 뒤집히게 된다""지금까지 논의는 무엇이었냐"며 곤혹스러워했다.

16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정례 기자회견에서도 이지스 어쇼어 사업 중단 관련 질책성 질문이 쏟아졌다. 기술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하던 방위성의 입장이 왜 바뀐 것이냐고 추궁하는 질문도 있었다.

고노 방위상이 이지스 어쇼어 중단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기술적 문제는 배치 지역의 주민 안전을 고려해 요격 미사일(SM3) 발사 후 부스터(추진체)를 자위대 연습장 내에 확실히 떨어뜨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스가 장관은 이와 관련 "방위성은 이지스 어쇼어 소프트웨어를 개량하면 경로를 제어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 미국 측과 계속 협의한 결과 하드웨어를 포함해 시스템 전체의 대폭적인 개량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측이 앞서 방위성에 소프트웨어를 개량하면 기술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는 발언도 했다.

이는 이지스 어쇼어를 개발한 미국 측이 기술적 문제에 대한 설명을 번복해 사업을 중단하게 됐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스가 장관이 미국 측에 사업 중단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이지스 어쇼어 사업 중단이 아베 정권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이지스 어쇼어 배치 백지화는 이 사업을 주도한 아베 총리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지스 어쇼어는 탄도미사일을 추적하는 고성능 레이더와 요격미사일 SM3 등으로 구성된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보유한 이지스함이 갖춘 미사일 요격 체계의 육상형인 셈이다.

방위성은 이지스 어쇼어 사업 중단에 따라 당분간 이지스함 위주로 미사일 방어체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