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도 연구팀, 코로나19 입원환자 대상 임상시험

"중대한 돌파구저렴한 가격에 생명 구할 수 있다"

     

염증 치료 등에 사용하는 제너릭 스테로이드인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증환자의 사망률을 크게 낮춰준다는 시험 결과가 나왔다.

16(현지) 로이터 통신, BBC 방송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 주도로 과학자들은 '리커버리'(RECOVERY)라는 이름의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입원환자 중 2천명에게는 소량의 덱사메타손을 치료제로 사용한 뒤 이를 투약받지 않은 4천명의 환자와 비교했다.

시험 결과 덱사메타손을 투여받은 코로나19 중증환자의 사망률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산소호흡기에 의지하고 있는 환자의 사망 위험은 2840%, 기타 산소 치료를 받는 환자의 사망 위험은 2025%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BBC는 코로나19 환자 20명 중 19명은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도 호전되며, 병원에 입원한 이 중에서도 대부분은 산소호흡기 등의 도움 없이 완치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상태가 악화돼 산소호흡기 등이 필요한 이들에게 덱사메타손을 사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가벼운 증상을 보여 호흡에 문제가 없는 이들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팀은 영국에서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덱사메타손을 사용했다면 최대 5천명의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덱사메타손을 당장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을 이끈 옥스퍼드대 마틴 랜드레이 교수는 "산소호흡기 등을 단 환자가 덱사메타손 치료를 받는다면 생명을 구할 수 있다""특히 놀랄 만큼 저렴한 비용에 이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공동 연구자인 피터 호비 교수는 "덱사메타손은 현재까지 사망률을 현저하게 낮추는 효과를 보인 유일한 약품"이라며 "중대한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아직 코로나19와 관련해 승인된 치료제나 백신은 없다고 전했다.

BBC는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사망률을 높이고 심장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치료제로 부적합하며,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 회복 시간을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트럼프 애용 말라리아 치료제미 식품의약국 사용 승인 취소

코로나 치료용으로 부적합 판단, 브라질은 되레 사용 확대밝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치료용으로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쓸 수 있게 허가했던 결정을 철회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의 선물이 될 수 있다고 극찬했던 약품에 관계당국이 부적합판단을 내린 것이다.

미 식품의약국은 15임상시험에서 나온 새로운 증거들을 볼 때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과 유사 약품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믿는 게 더는 타당하지 않다며 이렇게 결정했다.

식품의약국은 지난 3월 코로나19 증상 환자에게 이 약을 쓸 수 있도록 긴급 사용 승인을 내준 바 있다. 하지만 이 약품이 심장 박동 문제와 저혈압, 근육과 신경계 훼손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보고 결과 등이 잇따르자,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치료 효과보다 더 큰 위험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조처로 미국 연방정부는 해당 약품을 주·지방 정부 보건당국에 더는 배포하지 않는다. 다만 일반 의료진은 코로나19 환자에게 이 약품을 처방할 수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이 약이 신의 선물”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극찬하며, 지난달에는 코로나19 예방 차원이라며 2주 동안 이 약을 복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치료·예방 효과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사망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는 등 이 약의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식품의약국 발표에 반박했다. 그는 나는 약을 먹었고, 좋게 느꼈다. 그 약이 영향을 줬는지 모르겠지만, 내게 해를 주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프랑스, 스페인 등 다른 지역에서 훌륭한 보고들이 나왔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말과는 달리, 프랑스는 지난달 코로나19 환자에게 이 약 처방을 중단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호의적인 브라질도 이날 이 약을 확대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보건부 관계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린이와 임신부도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말했다. < 최현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