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판사 5년 전 박근혜 삐라엔 징역형, 해명 피해

 

대북전단 표현의 자유 5년 전 박성수씨 박근혜 전단 살포에 표현의 자유 넘어선다 왜? “인터뷰 안한다

대북 삐라(전단) 살포를 표현의자유라고 밝힌 한 현직 부장판사의 주장이 논란이다. 그는 5년 전 박근혜 전단을 뿌렸던 우리 국민에게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다며 명예훼손 혐의 징역형을 선고한 전력탓이다.

김태규 부산지법 민사2부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표현의 자유가 신음하는 현실이라는 글에서 표현의 자유를 너무 쉽고 가볍게 여기는 모습을 본다가장 퍼뜩 머리에 떠오르는 사안은 대북인권단체들이 북한으로 전단을 풍선에 실어 날려 보낸 것에 대하여 통일부나 경찰 등이 보이는 태도라고 썼다. 그는 이들의 행위를 형사법으로 처벌하고, 그 단체 해산을 검토하는 것, 또 일부 정치권에서는 관련 금지법안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 등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경제 등은 김 부장판사가 대북인권단체들이 행사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법률적 근거가 실제 분명하지 않다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은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과 그 이북 지역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규정된 법률이라고 주장했다고 썼다. 그는 이 법률의 제정 이유가 남북한의 교류를 전제로 한 것으로 세상과 단절되고 폐쇄된 북한 지역에 대하여 바른 소식을 전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전단지를 보내는 행위는 애초에 이 법이 예정하고 있던 범위에 포섭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해 아무 법이나 비슷한 것을 끌어다 쓰면 더 이상 법치가 아니다라고 하기도 했다.

지난 2018611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에서 김태규 당시 울산지법 부장판사(현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참석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약을 받고 있는 지역에 대하여 유일하게 사용 가능한 표현 수단인 전단지를 날려 보내는 행위를 두고 남북한 사이에 경제적인 협력과 교류 등을 전제로 만들어진 법을 적용하는 것은 전혀 평면을 달리하는 엉뚱한 법의 적용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가 본인의 페이스북에 썼다는 이 같은 내용을 23일 저녁 8시 현재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김 부장판사는 국내에서 벌어진 박근혜 전 대통령 비판 전단 살포 국민에게는 표현의자유를 보장하지 않고 명예훼손혐의를 적용해 실형을 살게 했다. 김 부장판사는 대구지법 형사2단독 판사 시절인 지난 20151222일 박 전 대통령 비판 전단을 제작 및 배포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성수씨에게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박씨는 8개월째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도록 하기도 했다. 김 판사는 당시 대통령도 사인으로서 인격권의 주체가 돼 명예훼손 피해자가 될 수 있다한계를 벗어난 표현으로 공직자 개인의 인격권이 침해된 점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그는 특히 표현의 자유를 빙자해 음란하고 저속한 사진이나 글, 그림 등을 통해 공직자 개인을 비방하는 데만 치중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재판은 2심에서 뒤집혔다. 최근 대법원에서는 박씨의 집시법 위반 혐의까지 무죄취지로 파기환송됐다.

이밖에도 김 부장판사의 주장은 경찰이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에도 배치된다. 의정부지법은 20151월 이민복씨가 군경 등이 대북전단 살포를 못하게 막아 표현의자유를 침해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기각했고, 2016년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으로 원심이 확정됐다. 경찰이 대북전단 살포가 명백하고 현존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을 가한다고 판단하면 경찰관직무집행법과 민법761조에 따라 제지할 수 있으며 표현의 자유라는 법익과 균형성이 있는 행위라고 판결했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는 글 이미지. 뉴데일리 기사 갈무리.

이에 송요훈 MBC 기자는 김 부장판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송 기자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북전단 살포 제지를 두고 북한과 인접한 지역에서 그런 삐라를 날려보내는 게 휴전선 가까이에 사는 우리 국민들을 위험에 빠뜨리니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라 해도 박근혜 비판과 풍자에는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쓴 판결문 기억 못하느냐고 반문했다.

송 기자는 김정은, 김여정 남매는 남한의 공직자가 아니라서 괜찮은 것이냐혹시 의도를 정해 놓고 법을 끌어다 쓰면 안 된다는 당신의 말처럼 박근혜 지킴이의 의도를 정해놓고 판결을 내린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말고 본질을 보라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고 싶은 대로 보는 판사에게서 어찌 상식적이고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결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질책했다.

김 부장판사에게 구속재판과 유죄판결을 받았던 박성수씨는 지난달 28일 같은 사건으로 대법원 무죄취지 파기환송 판결이 나오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태규 판사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박씨는 사법 어버이연합 김태규 판사 역시 잊을 수 없다이 김태규 판사는 사법농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양승태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법 개혁을 가장 앞장서서 방해했던 인물인데, 이런 인물에게 재수없게 걸려서 8개월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 부장판사에게 입장응 듣기 위해 부산지법에 문의했으나 김 부장판사는 인터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내놓았다. 부산지법 공보판사는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김 부장판사에 직접 물어보니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미디어오늘은 공보판사에게 김 부장판사의 해당 글 페이스북 삭제여부’, ‘김 부장판사가 왜 대구지법 판사시절인 2015년 박성수씨 판결에서는 박씨의 박근혜 당시 대통령 비판 전단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넘는다고 판단했는가’, ‘대북전단 살포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을 가한다고 경찰이 판단하면 제지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대법원 판례와 배치되는 것 아닌가’, ‘대법원 판례라도 특정 판사가 다르게 생각하면 임의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인가’, ‘특정 정당과 집단의 이익에 맞는 논리와 법리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어떤 견해인가등을 질의했다. 그러나 공보판사는 이 질의를 김 부장판사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이 같은 질의를 김 부장판사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전달했으나 아직 답을 얻지 못했다. < 미디어 오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