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위 신청된 13개 기사 중 삭제·정정·반론보도 조처 11건 달해

"언론 제기 의혹 살필 것" 밝힌 검찰 석달 째 기초사실 확인작업 중

 

검찰이 지난달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에서 부실회계·안성 쉼터 고가 매입 의혹과 관련해 전날 시작한 압수수색을 약 12시간 만에 마친 뒤 압수품을 차에 싣고 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회계부정의혹을 제기한 보수 언론의 기사들이 과장됐거나, 사실이 아니라는 언론중재위원회의 결정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2일 정의연과 언론중재위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경제>는 지난 521‘[단독]정의연이 반환했다는 국고보조금, 장부보다 적은 3,000만원 어디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정의연이 지난해 여성가족부에서 받은 국고보조금 63900만원 가운데 2941만원의 구멍이 발생했다며 이 돈을 정의연 쪽이 횡령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기사는 여가부가 정의연에 일본군 피해자 보호시설 운영비 지원등의 명목으로 63900만원을 지원했고, 정의연은 이 가운데 사용하지 않은 잔여금 약 17700만원을 여가부에 반환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2941만원의 국고보조금이 반환되지 않고 정의연에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정의연이 이 돈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의연이 실제로 받은 예산은 69384천원으로, 기사에서 보도된 것보다 약 3천만원이 적다. 정의연이 공개한 여가부의 국고보조금 교부결정 통보 공문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정의연이 여가부에 반환하지 않은 국고보조금은 ‘0이다. <서울경제> 기사는 애초 사실관계가 잘못된 데서 비롯된 오보였다. 결국 언론중재위의 조정으로 해당 매체는 이 기사를 삭제하고, 2일 누리집에 정정 보도를 게재했다.

지난 519<중앙일보>‘[단독]‘아미가 기부한 패딩이용수·곽예남 할머니 못 받았다는 기사에서 정의연이 그룹 방탄소년단(BTS) 팬클럽이 기부한 패딩 점퍼를 이용수·곽예남 할머니 등 일부 피해자에게 주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곽 할머니의 수양딸의 주장을 근거로 한 기사였지만, 실제로 패딩 점퍼가 전달됐는지 아닌지는 확인하지 않고 작성된 기사였다. 정의연은 모든 할머니에게 패딩 점퍼가 전달됐다고 반박하며, 201812월 곽 할머니에게 패딩 점퍼를 전달한 사진과 이 할머니 등 13명의 피해자 할머니에게 보낸 택배 발송장을 증거로 제시했다. <중앙일보>는 이틀 뒤인 521일 뒤늦게 ‘“아미 기부품 못받았다던 곽예남 할머니 수양딸오해 있었다해명이라는 기사로 앞선 보도를 뒤집었지만, 언론중재위는 최근 <중앙일보>에 정정보도문을 게시하라고 강제 조정했다.

정의연은 이 밖에도 <국민일보> <조선일보> <한국경제> 9개 언론사 13개 기사에 대해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조정을 언론중재위에 신청했다. 언론중재위는 현재까지 3건의 기사 삭제와 정정보도문 게재, 8건에 대해선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 게재, 제목 수정 등의 조처를 했다. 정의연은 조정불성립된 나머지 2건에 대해서는 <조선일보><신동아>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정의연과 관련한 주요 의혹이 제기된 언론 보도 상당수가 사실과 다르다는 결정이 나오면서, 이를 근거로 정의연 회계부정의혹 수사에 나섰던 검찰은 당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검찰은 지난 5월 수사에 착수하며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의혹을 모두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 근거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 착수 석달째인 현재까지도 기초 사실관계 작업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최근까지 매주 2~3번씩 정의연 회계담당자를 불러 정대협, 정의연의 회계 자료와 실제 지출 내역을 맞추는 기초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 검찰은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금까지 한차례도 소환하지 못하고 있다. 윤 의원은 후원금 개인 계좌 모금, 안성 쉼터 의혹 등 야당과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에 모두 연루된 것으로 보도됐었다. < 채윤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