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과 청와대 간담회 후 비판 기사 쏟아지자
기독교계 "정부와 교계, 서로 입장 이해하고 공감"
문재인 대통령이 8월 27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국 개신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분위기 좋았는데..."
개신교계 지도급 인사들이 2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 후 정부와 교회가 견해 차를 보였다는 기사가 잇따르자 짙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28일 복수의 개신교계 관계자들은 “(간담회가) 전반적으로 정부와 교회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좋은 자리였는데, 내용 전달이 안돼 속상하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소속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의 육순종 총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타까운 심경을 담은 글을 올렸다.
육 회장은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았다고 느꼈는데 언론에 비춰진 결과는 그렇지 않다”며 “대통령과 한교총 대표회장의 모두 발언 후 다른 대화를 비공개로 하기로 한 것이 문제였다”고 썼다.
그는 또 “교단들의 입장이 달라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고, 대통령도 깊이 경청했다”고 덧붙였다.
소강석 전국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 상임고문도 이날 페이스북에 “언론 기사를 보니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면이 있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대통령께서 모두 발언에서 기독교가 대한민국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말씀에 아주 기분이 상기됐다”며 “코로나 방역에도 대다수의 교회가 앞장선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고 비대면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협조해 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도 전했다”고 말했다.
특정 교회가 사과도 없고, 동선도 공개하지 않는 등 몰상식한 행동을 한다는 언급은 있었지만, 이 부분만 떼어내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소 상임고문은 “대통령께서 비서실장과 문화부장관 그리고 시민사회수석에게 즉석에서 잘 이해하도록 지시했다”며 “이부분은 큰 소득이라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청와대 대통령과의 간담회에는 한국교회총연합 김태영·류정호·문수석 공동대표회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 전국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 소강석 상임고문,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 김종준 총회장(합동)·장종현 총회장(백석)·채광명 총회장(개혁)·신수인 총회장(고신), 기독교대한성결교회 한기채 총회장,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이영훈 대표총회장 등이 참석했다.
문대통령 "교회 뜻 이해했다" 메시지…'충돌' 선긋기
"기독교계 대면예배 요구, 할 만한 얘기였다" 언급도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국 개신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방역 노력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기독교계 지도자들의 만남에서 대면예배 허용 여부 등을 두고 견해차를 보인 것과 관련, 문 대통령이 28일 참석자들에게 "기독교계의 뜻을 잘 이해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전날 간담회에서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 회장 등은 대면예배 허용을 요청했으나 문 대통령은 "일률적으로 조처를 내리는 데 대한 안타까움은 이해하지만, 그 부분(대면예배 금지)은 받아들여 달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참모들을 만나 "(기독교계에서) 대면예배의 필요성을 말한 것은, 할 만한 얘기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제남 시민사회수석을 통해 전날 간담회에 참석한 교회 지도자 16명을 만나 '기독교계의 뜻을 잘 이해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지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에서 "문 대통령과 교계의 의견이 충돌한 것으로 많이 보도됐다"며 "이 때문에 교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나오는 등 기독교계가 코너에 몰리게 된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이 안타깝게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기독교계 일각의 일탈 행동에 대해 강경 메시지를 내는 것을 두고도 "사랑제일교회를 비롯한 일부 교회만을 염두에 둔 발언이지, 기독교 전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전날 간담회 역시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 협력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진행됐다는 것이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서면 브리핑에서 "국민과 문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발언을 한 교회 지도자가 4명 있었다"며 "일부 보도처럼 충돌하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문대통령 "특정 교회, 사과 대신 적반하장 음모설"
교회 지도자 간담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작심 비판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사태와 관련해 "특정 교회에서 정부의 방역 방침을 거부하고 방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 회장을 비롯한 개신교회 지도자 16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간담회에서 "여전히 일부 교회에서는 대면 예배를 고수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특정 교회'는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특정 교회) 확진자가 1천명에 육박하고, 그 교회 교인들이 참가한 집회로 인한 확진자도 거의 300여명"이라며 "그 때문에 세계 방역의 모범을 보이던 한국의 방역이 한순간에 위기를 맞고 있고 나라 전체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민들의 삶도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나아가 "적어도 국민들에게 미안해하고 사과라도 해야 할 텐데 오히려 지금까지 적반하장으로 음모설을 주장하면서 큰소리를 치고, 여전히 정부 방역 조치를 거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교회의 이름으로 일각에서 벌어지는 것으로, 극히 일부의 몰상식이 한국 교회 전체의 신망을 해치고 있다"며 "8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재확산의 절반이 교회에서 일어났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예배나 기도가 마음의 평화를 줄 수는 있지만,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주지는 못한다"며 "방역은 신앙의 영역이 아니고 과학과 의학의 영역이라는 것을 모든 종교가 받아들여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한 데 이어 교회의 고통 감수 및 방역 협조를 당부했다.
"대통령 욕은 표현의 범주…방역방해 가짜뉴스는 불용"
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방해하는 '가짜뉴스'를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27일 한국 교회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연 간담회에서 "정부를 비난하거나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며 "대통령을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방역을 방해해서 다수 국민께 피해를 입히는 가짜뉴스는 허용할 수 없다"며 "일부 교회가 가짜뉴스의 진원이라는 말도 있으니 그 점은 우리가 함께 노력해 나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교인 대상 코로나19 검사에서 무조건 양성이 나오도록 결과를 조작하고 있다'는 등의 가짜뉴스가 방역에 심대한 지장을 끼친다고 보고 관용 없이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5일 중앙사고수습본부, 경찰청 등과 범정부 대응 체계를 가동해 가짜뉴스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기독교계를 향해 남북관계 발전에 함께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기독교계는 그동안 남북관계 발전에 큰 역할을 해주셨다"며 "(관계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는 길을 다시 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 간 협력이 막혀 있을 때는 민간이 앞서서 (관계의) 후퇴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교회나 교단 차원에서 이뤄지는 남북 협력 노력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교총 "종교자유, 목숨과 못바꿔"…문대통령 "불가피땐 규제"
일부 교회 지도자 "교회가 코로나 확산 중심…시민 낙심 송구"
문재인 대통령과 기독교계 지도자들의 27일 청와대 간담회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둘러싼 의견차가 감지됐다.
문 대통령은 종교의 자유를 '절대적 권리'로 규정하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비상사태 속에 불가피한 경우 정부가 종교활동을 규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보였지만, 기독교계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런 인식이 종교의 자유를 부당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기독교계의 이런 우려는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회 공동대표 회장의 인사말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 회장은 문 대통령이 최근 "어떤 종교적 자유도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면서까지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한 것을 두고, "종교의 자유를 너무 쉽게 공권력으로 제한할 수 있고, (예배) 중단을 명령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려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신앙을 생명같이 여기는 이들에게는 종교의 자유는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라며 "정부가 교회나 사찰, 성당 같은 종교단체를 영업장이나 사업장 취급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에서 "종교의 자유 자체, 신앙의 자유 자체, 하나님에 대한 신앙, 예수님에 대한 신앙은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절대적 권리"라면서도 "신앙을 표현하는 행위, 예배하는 행위는 최대한 국가가 보호해야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에는 규제할 수 있도록 감염병예방법상 제도화돼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예배가 기독교에서 핵심이고 생명 같은 것이라는 점을 잘 안다"며 "그러나 코로나 확진자의 상당수가 교회에서 발생하는 게 현실이고, 집단감염에 있어 교회만큼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없다. 그런 객관적 상황만큼은 교회 지도자분들도 인정하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의 간절한 기도의 힘이 모여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도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의 힘으로 여기까지 와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해 기독교계와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자칫 충돌로 비칠만한 발언들이 오갔으나 청와대는 이번 간담회가 방역과 예배 문제 등을 두고 접점을 모색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발언한 15명의 교회 지도자 중 4명은 '코로나 확산의 중심이 된 교회가 시민을 낙심시켜 송구하다'고 하는 등 사과하고 방역 방해 행위나 가짜뉴스에 엄정한 대응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일부 교회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교회 전체에 비대면 예배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하는 등 대면 예배 허용을 요청한 지도자는 3명이었다.
문 대통령은 2시간 가까이 간담회를 진행한 뒤에는 참석자들에게 사전에 제작한 넥타이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 넥타이는 감색 바탕에 각 정당을 상징하는 파란색(민주당), 분홍색(미래통합당), 노란색(정의당), 주황색(국민의당) 무늬가 들어간 것으로 '협치' 의미를 부각하고자 만든 넥타이다.
강 대변인은 "코로나로 인한 국가 위기를 통합의 정신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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