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첫 육군 출신이명박·박근혜 때 김관진 이후 첫 호남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사폭 최소화, 안정되면 추가개각 가능성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신임 국방부 장관으로 서욱(57) 육군 참모총장을 발탁했다.

서 후보자는 광주광역시 출신으로 광주 인성고와 육군사관학교(41)를 졸업했으며 한미연합사 작전처장, 1군단장,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해부터 육군 참모총장을 맡았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서 후보자는 야전과 작전 전반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문재인 정부의 안보철학과 국정과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굳건한 한미동맹에 기반한 전시작전권 전환, 국방개혁 2.0, 국방 문민화 등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해 국민이 신뢰하는 강군 건설을 실현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강 대변인은 그러면서 "30여년 이상 군에 복무하며 쌓은 폭넓은 식견으로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국방부 장관 후보로 육군 출신 인사가 지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대 장관을 맡은 송영무 전 장관은 해군, 두 번째이자 현직 장관인 정경두 장관은 공군 출신이다.

서욱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되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김관진 장관에 이어 호남 출신이 처음 국방장관을 맡는 사례가 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어느 군 출신이냐를 고려하기에 앞서 능력있는 인사를 발탁한 것"이라며 정 장관이 20189월 취임해 2년 가까이 장기간 재임 중이라는 점도 고려한 분위기 쇄신 효과도 염두에 둔 인사라고 설명했다.

한편 그동안 일부에서는 국방부 장관과 함께 복지부 장관 등 다른 장관급 인사 역시 교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총력대응 체제 등을 고려해 '원포인트 개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사검증 작업은 물밑에서 진행돼 온 만큼 코로나19가 안정세를 회복할 경우 다른 부처 장관에 대한 추가 개각도 곧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육사 출신 국방장관 지명'군심' 결집·전작권 등 고려한 듯

·공군 출신 이어 육군 발탁국방개혁·방위비 등 해결 과제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욱(57·육사 41) 육군참모총장을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일단 '군심' 결집과 속도감있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해군과 공군 출신 국방부 장관이 잇달아 배출되면서 상대적으로 다수인 육군의 소외감이 컸다. 더구나 이번 발표 직전까지 비육사 출신 인사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나오자 군내에서는 그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오갔다.

서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 임명되면 문재인 정부의 첫 육사 출신 국방부 장관으로 기록된다.

광주 출신인 서 후보자는 군내 대표적인 전략·작전통으로 꼽힌다. 앞서 송영무(해사 27) 전 장관은 충남 논산, 정경두(공사 30) 현 장관은 경남 진주 출신이다.

이런 이유로 현 정부 세 번째 국방장관 인선에서는 출신과 지역을 안배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고자 군 당국도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그간 이뤄진 파격적 군 인사 관행이 이어지면 오히려 군심을 분산할 수 있는 역작용을 우려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해군과 공군 출신이 잇달아 국방부 장관에 임명됐고, 박한기 합참의장도 학군 21기 출신이다. 모두 기존의 육군 기득권을 허무는 파격 인사로 평가를 받았다.

지금까지 군 인사 관행만 보면 육사 출신 대장이 국방부 장관직을 독점하다시피 해온 틀을 현 정부 들어 점점 허물어뜨리는 양상이었다. 상대적으로 육군, 나아가 육사 출신들의 불만이 많았다.

또 국방개혁을 안정적으로 추진해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군 관계자들은 평가한다.

군내 다수 세력이고, 국방개혁에 따른 병력 감축과 군 구조개편 등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육군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상비병력은 올해 말 555천명에서 202250만명으로 줄어든다. 군단은 2022년까지 8개에서 6개로, 사단은 2025년까지 38개에서 33개로 줄어든다. 국방개혁의 여파가 가장 큰 곳이 육군이다.

군 관계자는 "3사관학교 출신인 이순진 전 합참의장이 막판까지 유력하게 거명됐었는데 결과는 육사 출신 인사로 귀결됐다"면서 "군심 결집과 국방개혁 추동력 고려 등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 후보자는 한미연합사령부와 합참의 주요 작전부서에 근무 경험이 풍부한 군내 대표적 전략·작전통으로 평가를 받는다. 준장 시절 연합사령부 작전부서에 근무했고, 합참에서는 작전부장과 작전본부장을 지냈다.

미군과의 소통과 협조 능력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전작권 전환 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적임자라는 말도 나온다. 더욱이 작전본부장으로 있을 때 9·19 남북군사합의서 성안에도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한미관계 및 남북군사 분야에 모두 조예가 깊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 후보자는 김장수 전 육군총장이 2006년 전역과 동시에 국방부 장관을 맡은 이후 14년 만에 같은 길을 걷게 됐다.

군 일각에서는 서 후보자 발탁을 계기로 다음번에는 문민 국방부 장관 또는 육··공군 출신 뿐 아니라 육사-비육사 인사가 국방부 장관 및 합참의장을 순환해 맡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주장한다.

특정 영역의 작전·전략·전술이 뼛속까지 스며든 특정군 출신 인사가 국방부 장관 및 합참의장직을 독식하는 것은 복합적 양상으로 변화하는 미래전에 대응하도록 군 조직을 유연하게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에서다.

군사 전문가들은 현대·미래전이 지상전보다는 해상·공중·우주·사이버 등 다중 영역에서 복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측하고, 실제 한반도 주변국들은 이런 양상에 적극 대비하고 있다.

서 후보자가 취임하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국방개혁2.0,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한 군사외교, 용산기지 및 한미연합사 이전 등 굵직한 현안을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도 떠안게 됐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한미가 검증 기준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 연합훈련 때 미래연합군사령부 완전운영능력(FOC)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전환 작업이 지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서 후보자가 연합사와 합참 작전 주요 부서에 근무해 전작권 업무와 한미 군사 현안에 밝다"면서 "전작권 전환과 국방개혁을 잘 마무리해 달라는 소임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내달 초 합참의장과 육군참모총장 등 후속 장성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합참의장에는 남영신(학군 23) 지상작전사령관 등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고, 후임 육군총장에는 육사 42기 출신 등의 승진 발탁 가능성이 점쳐진다.

군 관계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내달 초에는 합참의장 인사 등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