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항의 시위 현장 총격 사건 이후

트럼프 법과 질서강조 국면전환 나서자

바이든 5개월 만에 경합지역 유세로 맞불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왼쪽)31일 주요 경합주 중 한 곳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소방서를 방문해 피자를 전달하고 있다. 바이든은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5개월 가량 현장 행보를 자제해왔지만, 최근 경합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가 좁아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자 경합주 유세에 나서고 있다. 피츠버그/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5개월 만에 첫 장외 유세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 시위 현장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을 치안 무능 세력으로 몰아가며 국면 전환을 시도하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바이든 트럼프는 유독성 존재독소 제거 결정해야

바이든은 31일 대표적 경합지(스윙 스테이트) 중 한 곳인 필라델피아주 피츠버그의 한 제강공장에서 장외 유세에 나섰다. 바이든은 코로나19 감염 우려 탓에 청중 없이 22분간 이뤄진 이날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보호하는 대신 혼란과 폭력을 부추기고 있으며, 이를 수년 동안 조장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를 민주주의에 해악을 끼치는 유독성 존재라고 표현하며 우리는 이 독소를 제거할 것인가 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 3월 이후 주로 델라웨어 윌밍턴 자택에 머물며 온라인 유세를 해왔던 바이든이 경합지 장외 유세에 나선 것은, 코로나19 확산과 경기침체로 수세에 몰렸던 트럼프가 법과 질서프레임을 내세워 자신에게 불리한 인종차별 이슈를 민주당 지방자치단체장이 있는 지역에서 발생한 폭력’ ‘혼란사태로 전환시키며 빠르게 지지율 격차를 줄여오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경합주서 맹추격줄어든 지지율 격차

여론조사 업체 모닝컨설트29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한때 10%포인트나 벌어졌던 바이든(50%)과 트럼프(44%)의 지지율 격차는 6%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지난주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백인과 교외 거주자들이 바이든에게서 이탈해 트럼프에게로 옮겨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주 등 주요 6개 경합주(스윙 스테이트)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게 도드라진다. 미국 미 정치분석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집계를 보면, 위스콘신에선 한 달 사이 6.4%포인트(728)에서 3.5%(826)포인트로 격차가 좁혀졌고, 같은 기간 미시간(8.4%포인트2.6%포인트), 플로리다(7.8%포인트3.7%포인트), 애리조나(4.0%포인트2.2%포인트), 펜실베이니아(7.4%포인트5.8%포인트)에서도 격차가 줄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선 트럼프가 0.3%포인트 우세 결과가 나왔다. 지지율이 요동치자 민주당 일각에선 폭력 사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안을 잠식시키기 위해 바이든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트럼프 “‘바이든 당장악 지역서 폭력·파괴 진행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트럼프의 행보도 계속됐다. 지난 29, 오리건주 포틀랜드 인종차별 시위 현장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으로 트럼프 지지자가 사망한 이후, 트럼프는 이틀 연속으로 폭풍 트위트를 날리며 시위 사태의 폭력성을 부각하며, 법과 질서를 회복할 사람은 나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조 바이든 당이 장악하고 통제하는 지역들에서 폭력과 파괴가 진행됐다” “바이든은 평화 시위라는 거짓말을 반복하며 파괴자들에게 정신적 지원을 해줬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일어난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 총격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총을 쏴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백인 청소년 카일 리튼하우스(17)를 두둔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내 생각에 그(리튼하우스)는 그들(시위대)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는 넘어졌고 그들이 그를 매우 격렬하게 공격했다. 지금 조사 중이지만, 아마 그는 굉장히 큰 곤경에 처했던 것 같다고 말한 것이다. 한마디로 자기방어권을 행사한 것이라는 의미다.

아울러 1일엔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백인 경찰의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 총격 사건이 발생한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방문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커노샤 방문 기간 동안, 경찰 총격 피해자인 블레이크의 가족을 만나는 대신 법 집행관과 일부 사업주들을 만나 피해 상황 등을 확인하고 강력한 법 집행 의지 등을 강조할 예정이다. < 이정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