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서 요양원 엄마 보러 먼길 입국, 재확산으로 면회금지

휴가 통제된 장병들 집 못 가고 출산뒤 아이 못 본 산모도

 

                              인스타그램 웹툰 작가 간호사 비자의 웹툰 중. 작가 간호자 비자(@rn.bizza)

 

아프리카 가나에서 사업을 하는 정아무개(61)씨는 가족들을 만나려 지난 7월 하순 2년 만에 귀국했다. 그러나 가장 그리운 노모는 만나지 못했다. 코로나19가 급격히 재확산된 뒤 요양병원에 있는 어머니와의 면회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잠잠해졌다고 생각해 귀국했지만 8월 중순을 전후해 재확산되면서 그는 어머니를 만날 수 없게 됐다. 입국 뒤 2주간의 격리기간 동안 어머니를 만날 날만 기다렸던 정씨의 기대는 무너졌다. 두달 뒤 가나로 돌아가면, 그는 언제 다시 한국에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른다.

어머니가 잘 들으시지 못해서 전화통화도 어렵거든요. 불효를 하는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뿐입니다.” 정씨는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소강국면으로 들어가 칸막이 너머에서라도 어머니 얼굴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전국은 물론 국외 각국에 흩어진 가족들이 생이별을 겪고 있다. 8월 중순 전후 2차 확산 뒤로 요양병원 등 외부 감염에 취약한 시설들이 면회를 다시 금지하고 있는데다, 군부대도 장병들의 휴가를 통제하고, 감염병 확산 우려 때문에 국외 거주자의 국내 입국도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요양병원에 부모를 모신 이들의 그리움이 깊다.

최근 한 커뮤니티에는 여자친구 할머님이 치매가 있으셔서 요양보호시설에 들어가셨다. 코로나19 때문에 면회가 금지돼서 할머니는 자식들이 당신을 버렸다는 상심에 식음을 전폐하셔서 결국 지병이 악화되셔서 돌아가셨다는 글이 올라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현직 간호사가 그리는 인스타그램 웹툰 계정(@rn.bizza)에선 애타게 어머니의 면회를 요구하는 보호자를 돌려보내야 하는 의료진의 사연이 28천명가량의 좋아요를 받으며 큰 공감을 끌어냈다.

산부인과에선 출산 뒤 감염 우려 때문에 엄마가 아이를 품에 안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출산 뒤 아이가 아프거나 조산한 경우 신생아실에 맡긴 채 몇달씩 못 만나기도 한다. 아이를 조산한 한 엄마는 “8월 초에 출산하고 아직도 아이를 한번도 못 봤다. 아기가 나와서 우는 소리는 들은 것 같은데 지금까지 쭉 면회 금지다라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국외 방문시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다 비행기 결항, 감염병 전파 우려 등 여러 고민 때문에 돌아오지 못하는 국외 체류자들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30씨는 원래 반년마다 한국에 들러 가족을 만나지만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암 치료 뒤 검진을 받아야 하지만 그 역시 미뤄둔 상태다. 건강이 좋지 않은 엄마와 자신의 어린 아들이 감염병에 취약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또 다른 교민도 이민자 커뮤니티에 본의 아니게 8개월째 한국 집에 못 가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비행기도 안 뜨니 손자 돌잔치, 큰손자 생일에도 못 갔다. 기약 없는 기다림이 지치게 한다며 가족에 대한 진한 그리움을 남겼다. < 채윤태 기자 >